[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월1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4선의 민주당 김진표 의원(70)을 임명했다. 국정자문號 선장에 임명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을 맡게 됐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 인수위를 통해 정부 조직개편부터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김진표 자문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전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선임 직후, “10년간 보수화된 공직사회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것”이라고 일성을 날려 100만 공직사회가 초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로드맵을 그리는 김 위원장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10년 보수화된 공직사회 국정철학 뼈저리게 느끼게 할 것”
- 부총리만 두 번,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 ‘끈질긴 인연’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담당할 국정자문위 수장으로 김진표 의원이 임명됐다. 10년 전 참여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아 참여정부 초반 틀을 잡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은 선임된 직후 언론을 통해 “지난 10년간 관료들이 보수화됐다”며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국정을 운영하는 큰 틀과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이끌고자 하는 정부의 철학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국정철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게 국정기획자문위의 역할”이라며 공무원 사회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정부조직 개편 앞두고 공직사회 ‘초긴장’

국정자문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한시적인 기구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3명과 30여 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되며 기획과 경제, 사회, 정치, 행정 등 여섯 개 분과위로 조직된다. 자문위는 6월말까지 공약 실행 로드맵 마련을 준비하고 문 대통령에게 7월 5일쯤 보고하겠다고 일정을 밝혔다.

부위원장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청와대 정책실장이 각각 맡는다. 여기에 청와대 수석 5명, 민주당 정책조정위원장 5명을 포함한 의원 10명과 선대위 정책자문단 분과위원장이 참여한다.

무엇보다 100만 공무원 사회는 김진표호가 내놓을 정부조직 개편안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 조직 개편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반영한 정치적 선택이지만, 관료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크기 때문이다.

행정 환경의 변화와 시대적 요구, 부처 간의 관계, 지방정부와 시장과의 기능 분담 가능성과 개편의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지 세간에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대선 과정에 문재인 선대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전부다. 당시 여의도에 나돌던 정부조직 개편안 내용을 보면 기획재정부 관련 1안으로 예산, 조세, 국고 등을 합쳐 국가재정부를 설립하고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결합해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2안으로는 예산과 기획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설립하고 세제와 금융 등 나머지 부문을 묶어 재정금융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행정자치부의 경우 행정지원 기능으로 축소하는 대신 합의제 행정기구로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해 인사와 조직을 함께 관장토록 하고 각 부처 장관의 위상 강화 측면에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대통령 소속 자문위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합의제 행정기구인 지방자치분권위로 전환하고 지방자치와 지방 재정 관련 지원 업무를 맡게 한다는 언급도 있다. 의전 등 기타 지원 업무는 국무조정실 내 행정지원실을 신설해 담당토록 하고 경찰정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해 분산시키고 국민안전처에 해경, 민방위 관련 부서 등과 함께 속하도록 만들었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합쳐 고용복지부로 신설하고 이 둘의 통합을 통해 사회부처의 위상을 높이고 사회부총리를 고용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보건 분야는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기관을 통합해 보건청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노동 분야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실질적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해 감독관이 사실상 수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노동경찰이 되도록 한다는 안도 들어 있다. 다소 파격적인 안도 있다.

이 개편안에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독립적 국가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대학입시관리, 대학구조조정 등 대학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를 두고 중고등 교육정책의 경우 시·도 지방교육청으로 이관토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체와 재구성을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1안으로 미창부 신설로 폐지됐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부활하고 이를 지원할 사무처를 두고 정보통신 업무는 산업통상부로 이관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 기능 전담하는 안과 2안으로 과학기술부를 신설하고 정보통신부를 부활(미디어와 디지털컨텐츠, 전자정부)안도 담겼다.

정부 조직 개편안 ‘횡행’ 실제 적용은 ‘미지수’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할해 산통부는 기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4차 산업혁명 대비하는 산업정책을 복원하고 미래핵심 산업의 하나인 정보통신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토록 하는 안도 눈에 띈다.

특히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부로 승격하거나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중소기업 관련 금융과 공정거래 전반을 다룰 정부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의도에 횡행했던 이 정부조직 개편안은 민주당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용이 조악하고 위원회 신설과 사무처 기능 강화 등 단순화시켜 행정부 산하의 개인이 만들어 민주당에서 작성된 것인 양 포장했다는 유포 의혹과 캠프에서 구상 중인 가안이 외부로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동시에 일기도 했다.

정부조직개편안과 함께 세제개편안과 예산안도 자문위에서 다뤄야 할 우선 과제로 분류되고 있다. 문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세제개편안 시기에 직면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이나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이 언제 이행될지, 올해 세제개편안과 맞물려 공약 일부가 반영될지 관심사다. 세법 개정은 국회 처리 과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전 조율 작업도 중요하다. 특히 증세 정책에 반대한 자유한국당을 설득시키는 게 관건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문 대통령의 공약과 맞물려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강조하며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3.5%에서 7%로 2배 상향하겠다고 밝혔었다. 또 일자리 관련 예산 편성 등 당장 내년도 예산안부터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 대거 반영돼야 한다. 자문위에서 단기 과제로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돼야 할 공약이나 정책 등을 정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지사 2번 실패 제외 참여정부 ‘승승장구’

한편 김 위원장은 1947년생, 경기 수원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1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 위원장은 국세청에서 출발해 재무부 세제심의관, 재정경제부 세제 총괄심의관을 거쳐 요직인 세제실장에 1999년 발탁됐다. 2년 만인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정책기획수석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민의정부’ 때부터 관운이 터진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탄탄대로를 걸었다. ‘참여정부’ 출범 전부터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2003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됐다.김 위원장이 ‘참여정부’ 때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노 전 대통령에게 ‘우수 공무원’으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차관을 뽑기 위해 실시한 다면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인연이 돼 인수위 부위원장과 경제부총리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그를 “가장 우수한 공무원”으로 극찬한 바 있을 정도다. 하지만 노무현 장관의 김진표 차관 영입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대가 개막되면서 승승장구했다.

김 위원장은 한 번도 하기 힘든 부총리를 두 번 역임한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5년 노 전 대통령이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경제관료 출신이 교육부 수장을 맡은 것은 최초였다. 당시 교원단체 및 야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정·관계 주요 직위를 거치면서 쌓아온 폭넓은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으로서는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과 부총리를 지낸 김 위원장의 능력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정자문위원장 임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04년 17대 총선 때는 수원 영통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이후 19대까지 내리 3선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18대 국회의 마지막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재선 의원이었지만 정책통으로 인정받아 왔고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내세워 2위 후보에게 1표 차 신승을 거뒀다.

19대 국회 임기 중이었던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지만 현 도지사인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에게 1%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20대 국회 때는 경기 수원무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4선 고지에 올랐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인선 배경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주당 국정자문위원장을 맡고 있고 2003년 당시 참여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며 “국정운영 경험과 국정인수 경험이 풍부한 점을 감안한 인선”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우수한 공무원’으로 평한 김 위원장을 문 대통령이 중용하면서 각종 국정 과제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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