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나섰다. ‘친문 패권주의’ 논란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방해될까 자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막후 ‘비선 실세’라고도 불리는 ‘3철(이호철·전해철·양정철)’도 ‘2선 후퇴’ 의사를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이들 중 현직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아직까지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은 여전히 ‘측근 정치’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전 의원은 6개월째 공석인 법무부 장관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2선 후퇴’ 의사를 밝힌 이 전 수석과 양 전 비서관도 언젠가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에서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은 그들 주군의 이름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웠고 결국 정권이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떠난 듯 떠나지 않은’ 이들의 복귀 역시 ‘달빛’을 가리는 ‘개기월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전해철 의원, 文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
- “文 임기 중반쯤 그럴듯한 명분으로 되돌아 올 것”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른바 ‘3철’이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몸을 낮추고 있다. 가장 먼저 거취를 밝힌 인물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10일 “정권교체는 이뤄졌고, 제가 할 일을 다 한 듯하다.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며 지인들에게 출국 소식을 전했다.

이 전 수석은 2012년 대선 때도 당 안팎에서 “비선 실세”라는 비판이 나오자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 뒤 이 전 수석은 원래 운영하던 해운대 앞 여행사 대표로 돌아갔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다시 영남권을 돌며 문 대통령을 도왔다.

문 대통령의 부산 경남고 후배인 이 전 수석은 1981년 ‘부림사건(1981년 제5공화국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 초기에 통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으킨 부산 지역 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의 변호를 맡았고, 그때 문 대통령과도 정치적 동반자가 됐다. 참여정부 때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민정수석으로 있었다.

‘3철’ 핵심은 양정철, 文과 사석에서는 반말까지

이어 ‘3철’ 중 또 다른 한 사람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역시 지난 16일 새벽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선 후퇴’ 의사를 밝혔다. 당초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거론됐던 양 전 비서관은 문자에서 “그분(문 대통령)과 보낸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3철’ 중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기에 그의 결정은 화제가 됐다.

양 전 비서관은 기자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국내 언론 선임행정관, 국내 언론 비서관, 홍보기획 비서관 등으로 일하며 당시 청와대에 있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번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양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시절 온갖 구설수와 막말 파문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언론과의 전쟁을 주도했고 기자실 폐쇄와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소송 등에 관여했다. 언론인들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전 차관과는 일명 ‘배 째라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참여정부가 아리랑TV 사장에 특정인을 임명하려 하자 유진룡 차관은 난색을 표했고 이에 양 전 비서관은 유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빼 째 달라는 거죠”라고 말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비서관은 통화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런 말한 적은 없다고 잡아뗐다.

이처럼 참여정부와 문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물 불 가리지 않는 양 전 비서관을 문 대통령은 ‘양비’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사석에서는 말까지 놓는다고 알려졌다.

전 의원, 아직까진 거취 밝히지 않았지만...

한편 이 전 수석과 양 전 비서관이 용퇴를 결심했기에 이들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취에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같은 노무현 정부 출신인 박범계 의원과 경합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전 의원은 1992년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세운 법무법인 ‘해마루’에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몸담으면서 문 대통령과도 가까이 지내게 됐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며 로스쿨 도입과 사법 개혁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다만 이 전 수석과 양 전 비서관이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진해서 ‘2선 후퇴’를 결심한 만큼 전 의원의 입지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추세다. 전 의원은 아직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전 의원까지 ‘2선 후퇴’를 선언한다면 문 정부의 초기 인사 정책 모양새 자체는 그럴듯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이 문 정부 5년 내내 2선으로 물러나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세론’의 따뜻함으로 청와대에 무혈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임 정부에서 가신(家臣)들이 자신들 주군의 이름을 팔아 활개를 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곧바로 최측근 인사들을 기용하는 것은 언론의 질타뿐만 아니라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정부 여당에 집중포화를 가할 구실을 제공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문 대통령과 ‘3철’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잠시 이별한 것일 뿐 이들의 이별은 ‘기약 있는 이별’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문 정부 출범 초기보다는 중반 즈음해서 위기 국면이 닥친다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보좌할 인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그럴듯한 명분을 들어 핵심에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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