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주가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보인 총리 및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최측근 인사들의 2선 후퇴가 한몫하고 있다. 문재인 인맥의 핵심인 3철(이호철, 양정철, 전해철)중 2명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또한 부산 친노, 친문 강경파로 분류된 인사들도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거나 의원직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당초 인수위 없는 조기 대선 특성상 선대위에서 마련된 ‘섀도우내각’(예비내각) 명단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으로 파격 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현 그랜드힐튼호텔서울)에서 당선 전부터 몇몇 핵심 측근들과 비밀 회동을 갖고 3대 인사 대원칙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현 청와대 및 내각 인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사 3대 원칙, 측근 배제, 연정·협치, 전문가형
- ‘발끈’ 추미애 새 정부 인사권 행사, “이유 있었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문재인 정부의 총리 및 비서진 인선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섀도우캐비닛의 발표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청와대 및 내각 인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매머드급 선대위가 구성되면서 캠프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다툼이 치열했던 게 사실이다. ‘가짜 섀도우내각 명단’이 SNS에 떠돌았고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를 보도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언론사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호철 ‘백의종군’에 부산 친노 도미노 ‘2선 후퇴’

실제로 논공행상은 주로 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문 대통령 핵심 측근인 3철뿐만 아니라 부산 친노, 친문 인사들에게 인사 청탁이 봇물처럼 쏟아졌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000에게 줄을 서야 한다’느니 ‘000가 핵심이다’는 말은 상대 캠프에서도 나돌 정도였다.

또한 문재인 선대위가 1000명에 육박하고 선대위 임명장이 1만 장 이상 뿌려지면서 극에 달했다. 선대위에 참여한 한 인사는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팀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000본부장 000부실장 라인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막상 문 대통령이 선보인 인선은 당초 캠프 관계자들의 예상과는 동떨어진 파격인사였다. 최측근 인사들의 ‘2선 후퇴 선언’이 줄을 이었고 선대위 요직을 맡았던 친문 인사들의 ‘입각 포기 발언’이 여기저기서 약속이나 한 듯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자의든 타의든 대통령 측근들의 줄이은 백의종군 선언과 동시에 대탕평 인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문재인 인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친노와 친문 강경파들의 2선 후퇴 선언이었다. 3철의 맏형 격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 취임식 날 ‘자유를 위해 떠난다’며 홀연 기약없이 해외로 떠났다. ‘문재인 집사’로 청와대 총무비서관 행이 점쳐지던 양정철 전 비서관 역시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달라’며 2선 후퇴 선언을 했다. 전해철 의원은 현역인 만큼 여의도에 남지만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특히 ‘부산 친노의 큰형님’으로 불리는 이 전 수석의 백의종군으로 부산 친노인 최인호 의원, 박재호 의원, 소문상 전 비서관, 정윤재 전 비서관 역시 요직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친문 강경파로 ‘문재인 호위무사’를 자청했던 최재성, 강기정, 진성준, 정청래 전 의원 4인방 역시 문재인 정부 1기에 불참 선언을 하거나 조용하게 지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의 빈자리는 대탕평책 일환으로 지역과 정파를 뛰어넘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인 이낙연 전 전남지사로 비문이자 손학규계로 알려진 인사다. 고향은 전남 영광 출신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로 전남 장흥 출신이다. 문 대통령에게 60% 이상 높은 지지를 보낸 호남 유권자에게 보답하는 통합형 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추미애-친문 측 ‘인사권’ 불협화음 난 이유가…

임 실장뿐만 아니라 박 시장과 인연이 깊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조현옥 인사수석의 임명은 대표적인 당 화합형 인사로 꼽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안희정 캠프에서 일했던 박수현 전 의원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전문가형 인사들도 요직에 기용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홍보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에 입성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 역시 국가정보원 제3차장,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 실장을 지낸 정통 국정원맨이다.

이 밖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 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전병헌 정무수석, 4강특사로 임명된 송영길(러시아),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미국), 김상조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이 정파를 떠나 임명한 전형적인 전문가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문재인 선대위에 참여한 다수의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첫 인선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선대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홍은동 자택에서 가까운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최측근 몇몇과 함께 밤을 새워가며 최종 인사원칙과 인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참석한 인사는 양정철, 김경수, 윤건영 등 핵심 측근들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인사는 “이 자리에서 3대 원칙으로 측근 배제, 연정·협치 인사, 실무형 전문가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 원칙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선대위에서 준비한 인사안과 당에서 준비한 안, 그리고 외부 전문가 그룹에서 만든 인사명단을 최종적으로 취합해 3대 원칙에 맞게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때 추미애 대표가 당에서 새정부 인사권을 행사하기 위해 중앙위 소집을 시도한 배경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과 인사 불협화음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 인사는 “추 대표 역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집권 여당일 때 정동영 의장이 인사권 30%를 행사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에 추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로서 지분을 행세하려다 잡음이 생긴 것”이라며 “문 대통령 측근들이 인사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자신이 배제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와 인사를 둔 갈등은 있었지만 측근들 2선 후퇴 선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인사 폭이 넓어지고 정치적 부담감도 덜게 됐다. 또한 친문 패권 논란을 최소화해 새정부의 국정운영 동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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