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라사대 “정규직 늘려라…”

지난 12일 오전 10시 인천국제항공공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 정규직 전환’으로 화끈하게 화답
4차 산업 시대, 고용 형태 다양화 인정해야… 재원 확보 우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일자리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이고 일자리 문제 해결은 ‘제1공약’이다. 이를 증명하듯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포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강한 의지를 보이자 전국 곳곳 공기업뿐 아니라 민영 기업들까지도 일자리·정규직 확대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급작스러운 고용 형태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원 확보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수혜자가 될 취업준비생들도 새 일자리 정책에 반신반의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벽두부터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일째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의 제1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관련 ‘찾아가는 대통령 1’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비정규직 노동자 40여 명이 함께했다.
 
공기업·지방정부 너도나도 동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이 80%를 차지하며 공공기관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영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상시·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올 하반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정 사장은 이틀 뒤인 지난 14일 ‘연내 비정규직 1만 명을 모두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 조직을 꾸렸다. 특히 이 조직에서 정 사장이 직접 팀장을 맡아 협력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과 신규 일자리 발굴에 나선다.
 
인천국제항공공사는 오는 7월 말까지 실행 계획을 수립해 8월부터 연말까지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법률 및 노동전문가로 구성된 외부자문위원회와 전문 자문단을 구성하고 노조의 협조도 적극 이끌어낼 방침이다.
 
또 제2터미널 운영 및 4단계 공항 확장사업, 복합리조트 및 항공정비단지 개발 등을 통해 2020년까지 3만 명, 2025년까지 5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추가 창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첫 발을 떼자 각종 지방정부기관, 공기업이 앞 다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고 나섰다.
 
대구시, 광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구체적인 정규직 확대 방안을 밝혔고 다른 지자체도 정부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춰 나간다며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코레일도 기존 고용 계획까지 수정하며 대통령 공약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비 분야 외주화 용역 계약 추진을 중단했다”며 “새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는 대로 경영 여건 등을 고려해 기존 외주화 인력의 직접 고용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영 기업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흥국화재, 시티은행들이 앞 다퉈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은행권에서는 비대면채널 확대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정규직 확대를 발표하고 나섰다.
 
속속 들려오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소식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용 형태별 차별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졸속 전환은 고용시장만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4차 산업 시대에는 정규직이 줄어들고 프리랜서, 임시직, 파견직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임이 예고된 바 있다. 과학기술 혁신으로 기업들이 신기술·서비스에 더욱 빠르게 대처할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원 확보에서도 문제를 겪고 있다. 야 3당(자유 한국당, 국민의 당, 바른 정당)이 일자리 확대 재원 10조 원을 세금에서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의견에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야 3당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공공 부문 처우 개선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준생 희망 고문 아니길
 
취준생(취업준비생)들과 공시생(공무원 준비생)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취업포탈이 실시한 취준생, 공시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새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공약’에 33%(330명)의 응답자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22%(220명)의 응답자가 ‘현실성 부족’에 동의하며 이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는 것을 드러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일자리 공약 실천을 위해 구성한 일자리위원회를 조만간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 신설하며 공약 이행 상황을 직접 보고받을 것이라 발표했다.
 
이 위원회에는 10명의 장관급 위원들, 청와대 일자리 수석 등이 참여하며 공공일자리 부문 확대 등 일자리 관련 민생대책 방안을 검토,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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