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농심 오너일가 2세들이 지분 교환을 통해 서로 경영하는 회사의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쌍둥이 아들인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은 각각 농심과 율촌화학을 경영하고 있다.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운영 중이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그의 아들 신상렬 씨는 지난 4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으로부터 농심홀딩스 주식 총 30만1500주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번 매입으로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36.93%→42.92%로 확대했다. 신상렬 씨도 1.37%의 지분을 갖게 됐다.
 
같은 날 신동윤 부회장과 아들 신시열 씨는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총 207만8300주를 매입했다. 1990년생인 신시열 씨는 처음으로 0.53%의 율촌화학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각각 상대방 회사 주식을 주고받은 셈이다. 이로써 각자 경영하던 회사의 경영권을 소폭 확대했다. 농심홀딩스는 농심의 지주회사로, 농심 지분 32.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홀딩스를 통해 경영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농심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이 각각 맡고 있는 회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매매”라며 “계열분리 등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향후 추가 지분 교환 또는 매입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신동윤 부회장의 율촌화학 지분율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에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거래가 더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동윤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율이 13.1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이를 매각해 율촌화학 주식 매입에 나서거나 농심홀딩스와의 추가적인 지분 교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향후 식품제조사업과 화학사업 간 계열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 등 라면·식품 제조 계열과 율촌화학 등 화학 사업 간 계열 분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원 부회장이 식품제조사업을, 신동윤 부회장은 화학사업을 총괄하는 구도다.
 
신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이미 관계사인 메가마트 지분 57.94%를 확보해 농심 지배구조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농심 경영권을 두고 신동원 부회장에 힘이 실리면서 라면, 제과 등 식품제조업계 강자 자리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오너 2세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후 라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까지 독보적 1위를 유지하던 농심은 오뚜기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외면은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점유율은 55.2%로 전년보다 6.4%p 하락했다. 반면 오뚜기는 18.3%에서 23.4%로 5.1%p 상승했다. 농심의 점유율이 오뚜기로 이동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이번 농심의 지분 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이뤄지던 경영 스타일에서, 유연한 전략을 펼 수 있는 젊은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경주 연구원은 “2세대로의 경영·지배권이 완전 이양될 경우, 보수적이었던 농심의 경영 스타일이 다소 확장되거나 적극적인 스타일로 바뀔 수 있다”며 “배당금이 증가나 현금 활용 측면에서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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