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疏通)은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잘 통함을 이르는 말이다. 소(疏)는 짝 필(疋)과 물의 흐름을 뜻하는 류(流)가 합해진 것으로 막힌 곳을 뚫고 흐르는 것을 말하며 통(通)은 책받침과 대나무 속같이 비어 있는 모양인 용(甬)이 합쳐져 속이 뻥 뚫려 쉽게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한자 학자들에 따르면 소(疏)라는 글자는 두 발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어진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즉 두 발이 간격 없이 걸어가면 넘어지고 말듯이 건설적 비판 없는 획일화는 위험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를 정치에 적용해보면 최종 결정권자를 향해 일이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집요하게 지적해서 일을 성사시키게 하는 것이 바로 소통정치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소통정치를 가장 잘 실천한 인물로 역사가들은 조선조 최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정치의 제1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세종은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항상 신하들의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특히 예조판서 허조는 사사건건 세종의 정책에 반기를 들며 비판했지만 세종은 오히려 그의 말을 경청했다. 허조는 세종이 펼치려는 정책의 음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비판해 국정운영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했다. 비판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소통의 기본 조건임을 세종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연산군은 자신을 비판하는 자를 무참히 숙청하는 폭정을 일삼았다. 아부하는 자만 곁에 두고 직언하는 자들을 멀리했다. 그는 소통정치가 아닌 한(恨)의 정치로 일관하다가 중종반정으로 폐위되고 말았다.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과 소통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일정을 본인 페이스북과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데 이어 청와대에서 핵심 참모들과 셔츠 차림으로 식사와 산책을 하며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기자들과 산행을 하며 언론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지는 등 파격적이고 격의 없는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그러는 문 대통령에게 관심을 보이며 박수를 보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그 같은 소통 행보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소통정치에 의구심을 갖는 건 지난 대통령 당 후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 측이 보여준 반(反) 소통 행위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문 후보를 비판한 안희정 후보에게 ‘문자폭탄’을 퍼부은 문 후보 지지자들은 대선 기간에도 문 후보를 비판한 심상정 후보를 ‘문자폭탄’으로 공격했다. 이 같은 행위를 문 대통령은 ‘양념’이라고 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들이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그 비전을 공유하려면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표를 몰아준 41%의 지지자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60% 가까운 유권자들의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감성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정치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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