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야심작’ 서울역 고가공원이 20일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공원은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리모델링해 ‘보행길’로 만든 국내 최초의 ‘공중공원’이다. 보행친화·도시재생 등 박 시장의 시정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시민들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전망 트인 고가공원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부 지역 상권도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가공원 개장으로 박 시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도 거론된다. 공원 주변 봉제공장과 전통 수제화거리 상인들은 공원 설립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원 바닥이 콘크리트여서 공원 본래의 편안한 느낌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박 시장의 공원 사업이 과거 청계천 복원 사업처럼 업적 과시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최초 공중공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고가공원이 지역의 명소로 거듭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 도심 복판 17m ‘고가공원’… 전망·야경 ‘기대’
주변 공장·전통 거리 ‘슬럼화’… 노동·상인들 반발 ‘우려’


고가공원의 정식 명칭은 ‘서울로 7017’로, 1970년에 만들어진 자동차 길을 2017년 사람길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다. 1970년에 준공된 산업화 시대 상징적 구조물인 ‘서울역 고가도로’가 안전진단에서 위험등급(D)을 받게 되자, 박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고가도로 공원화를 내걸었다.

총 사업비 597억 원을 투입해 2015년 12월부터 1년 6개월간 공사를 거쳐 20일 개장한다. 고가공원의 길이는 1.24km로, 중구 만리동‧용산구 서계동 지역 부근의 ‘만리재로’에서 남대문·동대문 시장 방향의 ‘퇴계로’를 잇는다.

최대 높이 17m의 ‘공중공원’에는 228종(種) 2만4,085주의 꽃과 나무가 645개의 원형화분에 심겨있고, 전망카페·장미무대·벤치화분 등 시민휴식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또 고가공원과 지상을 잇는 17개의 보행길이 있으며, 주요 연결지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인의 이동 편리성을 고려했다.

특히 서울시는 111개 통합폴(조명·태양광·CCTV·비상벨·WiFi 등이 함께 설치된 가로등)에 설치된 LED 조명등과 수목화분을 둘러싼 원형 띠조명으로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해가 진 뒤 서울로 7017을 걸으면 짙푸른 바닥조명과 흔들리는 나뭇잎이 별처럼 반짝여 은하수를 걸어서 건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지역 상권 ‘기지개’

서울역 고가 주변 중림동 지역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경리단길에 빗대 ‘중리단길’이란 말도 생겼다. 1년 사이 10여개 점포가 들어섰다고 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고가공원) 개장에 맞춰 오픈 준비하고 있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중림동 근처 만리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고가공원 개장을 기대하는 눈치다. 커피숍과 꽃집을 함께 운영하는 3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 3월 오픈했는데 (고가로 생기면) 사람들이 조금 더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오픈 준비를 하던 한 젊은 사장도 “인테리어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손님들이 많이 왔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주변 땅값도 제법 올랐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건물을 물려받았다는 만리동 토박이 손모씨(52)는 “한 1.5배 정도 오른 것 같다”면서 “근처 10여개 건물주들이 땅값이 올라 건물을 많이 팔았다”고 전했다.

서울역 고가공원 주변 서계동 봉제공장
‘울상’ 짓는 사람들

이처럼 고가공원 개장에 ‘반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울상’인 사람들도 있다. 서울역 고가 남쪽 일대의 서계동 봉제공장 근로자들과 북쪽 일대의 염천교 수제화거리 상인들이다. 이들은 고가공원 건립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래 서계동 지역 봉제공장은 고가도로를 이용해 남대문·동대문 시장 등으로 의류를 납품해왔으나 도로가 없어지면서 일감이 급감했다고 한다. 한국봉제패션협회 이상태 회장은 “디자이너들이 끊기니까(불편해서 안 넘어오니까) 이쪽 서계동, 청파동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서계동 일대에는 2000여개 봉제공장에 8000명 이상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의류봉제협회 임성수 회장도 “(디자이너들이) 공장을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2배 이상 걸린다”며 “비용·시간 등 문제로 일의 차질이 생기고 있어 추후에는 (납품 경로를) 가까운 쪽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공원 주변 염천교 수제화거리
염천교 수제화거리 상인들도 공사 이후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제화거리 상인회 권기호 회장은 “공사 이후 매출이 6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원래 소매상이나 손님들이 차를 타고 갓길에 주·정차해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가 폐쇄로 인해 염천교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주·정차가 불가능해져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상인들은 “고가공원에서 수제화거리로 바로 연결되는 통행로가 있어야 한다”고 서울시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수제화거리로 유입되게끔 직접 보행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원 곳곳에 총 17개의 보행로가 있지만, 수제화거리와 직접 맞닿은 보행로는 없다. 이들은 20일 고가공원 개장일에 참석하는 박 시장을 향해 직접 보행로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서울시는 당장의 보행로 추가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접 보행로 설치하려면 주변이 코레일 땅이라 코레일과의 협의와 보행 여건 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좀 걸린다”며 “우선 안내표지판 설치나 고가공원 홍보책자에 전통 수제화거리 내용을 넣는 등의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제업계 종사자들은 봉제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에 봉제지원센터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쇼룸(상품 진열실)과 디자이너를 위한 쉼터, 봉제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장을 갖춘 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현재 서울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친화도시·환경재생도시를 표방하는 박 시장의 ‘서울로 7017’ 사업이 각종 갈등을 봉합하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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