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60년 숙원인 경찰 수사권 독립, 이제는 시행되나

<사진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새 1주일이 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의 60년 숙원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집권 초기인 현재, 검·경의 수사권 조정 공약을 두고 문 대통령이 과연 어느 곳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文 대통령,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해 수사권 경찰에게 이관’ 공약
검찰 개혁 의지 보이고 있어···‘공수처 신설’, ‘윤석렬 신임 중앙지검장’ 주목


제19대 대선 정국에 들어서던 시기에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귀추가 주목되는 이슈 중 하나였다.

특히 주요 대선 후보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수사권 조정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정치적 변혁기마다 제기돼 온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 등 수사 전 과정의 권한과 책임이 검찰에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형사사건 수사는 경찰이 진행한다. 다만 영장청구 등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 경찰이 수사를 마친 뒤 범인에 대한 유죄판결 여부 의견을 더해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에 넘기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약 현재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해당 사건을 법원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된다.

지난 4월 25일에는 경찰 고위직 출신 인사 10명 등 총 553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를 선언하며 ‘경찰 수사권 독립’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퇴직 경찰 553명이 참여한 선언문에서 “문 후보는 검찰과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을 대개혁해 국가시스템을 바로 잡고 공정한 나라의 기틀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경찰은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권만을 갖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범죄 수사의 98%를 경찰이 담당하면서도 검찰의 수사지휘라는 구시대적 수사체계로 인해 경찰은 무기력해지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우리 퇴직 경찰들은 누가 실천 의지가 강한 후보인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문 후보는 경찰은 수사권 독립이 평소 소신일 뿐만 아니라 국정 경험도 충분해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권력 기관 개혁을 위한 주요 공약으로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 수사권 경찰에 이관’,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 신설’,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 부여) 전국 확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60년간 지독(?)했던 싸움
여론, 검찰 권력 분산 원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경찰의 노력은 6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졌다. 1962년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1980년 4월 제5공화국 헌법 개정 당시 다시 한번 논의된 바 있다. 또 1998년에는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당시에는 수사권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그 당시 경찰과 검찰 관계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며 행동으로 옮긴이는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었다. 당시 경찰과 검찰 관계를 고려하면 하극상이나 다름없는 반란이었지만 이후 집중 논의 끝에 김광식 전 경찰청장은 검찰에 파견된 전국 경찰들에게 복귀 지시를 내렸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수사권 조정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지난 2003년 1월 경찰청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사법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을 공식 제출하면서 잠잠했던 심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또 2005년 취임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검·경 간 격한 대립 구도를 이뤘을 뿐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밖에 이명박 정부인 2010년 8월 임명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에 범죄정보과를 만들어 검사 비리를 수집하고 내사를 벌이는 등 수사권 조정을 위해 힘썼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또 경찰 조직 최초로 경찰대학 출신 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 역시 임기 초에는 수사권 조정에 의지를 드러냈으나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내부 비판을 받을 정도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같이 정부·경찰청장의 끊임없는 변화와 지독한(?) 싸움이 지속된 오늘날, 문재인 정부 체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더욱 관심이 모인다.

특히 국정 농단 사태 등으로 인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수사·기소권이 집중된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론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최근 형사정책 연구원이 발표한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12.7%만이 검찰을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불신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58.7%에 달하기도 했다.
 
이영렬, 안태근 좌천
검찰 개혁 의지 보여

 
검·경의 수사권 조정만큼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도 여론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검찰 인사’인 조국 민정수석을 임명하며 공수처 신설 추진 등의 검찰 개혁 작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파격 인선 카드를 내놓았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렬 대전고검검사를 임명한 것이다.

사실상 인사를 통한 검찰개혁으로 일명 ‘돈 봉투 만찬사건’ 파문이 터지자 더 이상 검찰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선 이번 돈 봉투 만찬사건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각각 부산고검·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시켰다.

또 윤 신임 지검장의 승진과 함께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는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개혁 성향 평검사와 호남 출신들을 핵심 요직에 앉혀 향후 진행될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검찰개혁까지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관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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