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기대 심리 이용, 총 ‘86억 원’ 뜯어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2002년 12월 ‘인생 역전! 인생 한방!’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국내에 처음 등장한 ‘나눔로또 6/45(이하 로또)’는 한 순간에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시민들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로또는 과거 즉석식 복권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당첨 누적’으로 인한 당첨금 상승도 인기에 한몫했다. 로또는 추첨 과정에서 조작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첨 번호를 예측해 제공한다는 사이트까지 등장해 사행성을 부추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로또 예측 사이트가 당첨 번호와 복권 등을 위조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부당이득을 챙겨 경찰에게 덜미를 잡힌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인 충격을 주었다.

‘가입비’로 회원 등급 매겼으나 실제 ‘등급 차’ 없어
회원들에게 ‘마구잡이’식 당첨 예측 번호 전송

‘로또’로 불리는 복권은 45개 숫자 중 여섯 개를 고르고 토요일 추첨 결과와 일치하는 숫자의 개수에 따라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숫자의 순서는 상관없다.

판매 수입 배분으로는 1000원짜리 로또 한 게임을 기준으로 500원은 당첨금으로 사용되고 복권기금에 420원, 판매점 수수료로 55원, 사업운영 수수료에 20원, 추첨방송 및 복권 유통에 5원이 배분된다. 복권기금은 다시 법정배분사업에 35%, 공익사업에 65%가 배분된다.

공익사업으로는 서민주거안전 지원, 소외계층복지 지원, 보훈복지 지원, 문화예술진흥, 재해재난 지원 등이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45개 숫자 중 6개의 숫자를 맞추는 것으로 일부 수학 조합식을 통해 알아보면 8145060분의 1(약 0.000012277 38%)이라는 확률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루에 벼락을 2번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며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기 위해 로또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노려 부당이득을 챙긴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당첨번호 예측 기술 없어
가입비 55만~660만 원


위조한 1~2등 로또복권, 가짜 당첨 후기, 무료 조합 프로그램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제공한다고 속여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로또 예측 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A씨 등 14개 사이트 운영자 7명과 로또 예측 프로그램 개발자 5명 등 총 12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중 A씨 등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위조한 1~2등 로또복권, 가짜 당첨 후기, 무료 조합 프로그램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제공한다고 속여 1만9803명으로부터 총 86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4개의 로또 예측 사이트를 운영한 A씨는 회원 2327명에게 로또 1등 당첨 예측번호를 제공하고 2년 내에 미당첨 시 구매 비용까지 환불해 주는 조건 등을 내세워 회원들을 모집했다. A씨는 회원들에게 55만~660만 원 상당의 가입비를 받는 등으로 49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 경찰은 이 가운데 50% 이상이 부당한 수익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가입비로 회원들에게 등급을 매겨 120만 원 이상인 ‘VIP등급’을 비롯해 금액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은 예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속여 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로또 예측 번호를 등급 구분 없이 무작위로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로또 예측 사이트 프로그래머 B씨는 회원들에게 발송한 번호 조합이 당첨되지 않자 A씨의 지시를 받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당첨된 영수증 번호를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위조 당첨 영수증을 만들어 냈다.

B씨는 이를 ‘허위 당첨후기’와 함께 사이트 ‘팝업창’과 ‘당첨인증 게시판’에 게시해 회원들에게 제공한 예측조합이 신뢰성이 있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항간에서 로또전문가로 알려진 C씨는 로또 예측 사이트 회원들을 상대로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VVIP회원’ 144명을 모집해 가입비 명목으로 1억4000만 원과 당첨기법 전수 명목으로 1100만 원을 받는 등 총 1억5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첨 예측 번호를 만드는 고유 분석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광고했으나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연속숫자조합(1,2,3), 소수조합(2,3,5), 이전 당첨조합 등을 배제하고 남은 조합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을 사용해 번호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로또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력 등은 없었다는 얘기다.
 
가짜 당첨 영수증
인터뷰 영상 만들기도

 
최근 경찰에 붙잡힌 14개 로또 당첨 예측 사이트 업체들은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무료 배포되는 로또조합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당첨 예측 번호를 만들었다. 이후 이 번호를 무료회원, 수백만 원 상당의 고가 유료상품을 구매한 회원들과 구분 없이 배포해왔다.

또 운영 사이트에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등으로 위조한 1~3등 당첨 영수증을 게시하거나 마치 당첨자인 것처럼 허위 당첨후기를 게시해 회원들을 속여 왔다. 이러한 사례는 총 370여건 이상이다.

이 밖에 이들은 20~30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검증되지 않은 예측 프로그램으로 ‘확실한 당첨 확률을 제공한다’고 속이고 허위 당첨 사실을 고지해 회원들을 모집했다.

이중 일부 업체에서는 로또 1~2등에 당첨된 사실이 없음에도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허위 당첨 인터뷰 영상을 제작해 신뢰도가 있는 것처럼 거짓 광고를 했다.

심지어 숫자 조합 분석, 필터링 기술 등 입증된 기술력으로 예상 번호를 추출하는 특허를 취득했다고 광고한 업체까지 있었다. 이 업체의 경우 실제 특허등록 내용은 로또 당첨 번호 예측과는 무관한 특허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1등이 배출되는 업체는 회원이 많아 그만큼 표본 집단이 커져 당첨이 나오는 것일 뿐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당첨율을 높일 수 없다. 매회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로또 예측 사이트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유사 위법행위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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