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칭에 숨어있는 역대 정권 인사 ‘각양각색’

문재인 정부 출범, 출근하는 공무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당청이 ‘한양대 전성시대’를 맞았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문 대통령의 금융계 인맥 경금회(경남고·경희대 출신금융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성균관대가 전성시대를 맞았었고 금융계 인맥으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주목 받았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금융권을 장악한 ‘4대 천황(강만수·이팔성·어윤대·김승유)’과 대통령 당선을 적극 도왔던 ‘고소영(고려대학교, 소망교회, 영남 출신)’ 라인이 승승장구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각 요직 임명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 학연ㆍ지연 관계를 살펴봤다.
 
 
지난 2008년, 17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이명박 정부의 초기 내각을 두고 세간에서는 ‘고소영’ 정부로 회자되었다.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와 소망교회 그리고 영남 출신이 많아 붙은 별칭이었다. 더불어 강남 부동산 부자가 많아 ‘강부자’라는 별칭도 함께 불렸다.

18대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 내각에게도 익숙한 별칭이 있었다. 이른바 ‘성시경’ 내각이 그것. 성균관대와 고시 출신, 경기고 인맥이 유독 많아 붙은 신조어였다. 한때는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별칭은 뭘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젠틀호동’. 또 선거운동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수행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위한 기동민 의원의 이름을 딴 ‘기동민’내각과 ‘문존박위(文존朴위)’라는 신조어도 회자되고 있다.

‘젠틀호동’은 ‘젠틀맨·호남·운동권’을 줄여 지칭한 것으로 출중한 외모의 참모진, 호남 인사 및 운동권 출신의 포진을 빗댔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젠틀하고 핸섬한 청와대 인적 구성으로 항간에는 ‘외모패권주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 내정자를 필두로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호남 인사의 대거 입각과 함께 운동권 그룹의 진출이 ‘젠틀호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케 했다.

‘기동민’내각은 기자, 운동권, 민간(비고시 출신)이라는 특징에 따라 만들어진 용어로 이 총리 내정자와 윤 국민소통수석은 기자 출신이며 임 비서실장 등은 운동권 출신, 조 민정수석은 검찰이 아닌 학자 출신이다. 또 조현옥 인사수석과 이정도 총무비서관 역시 비고시 출신이다.

‘문존박위(文존朴위)’는 문재인 정부에 중용된 인사들 다수가 존스홉킨스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위스콘신대 인맥을 비교해 붙인 조어다.
 
문 대통령,
이전 정권과 차별화 피력

 
박근혜 정부에서 성균관대 인맥이 많았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양대 출신이 대거 포진하며 ‘한양대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우선 임종석 비서실장은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86학번으로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을 지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한양대 경제학과 80학번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도 한양대 법대 출신. 민주당 사무총장인 이춘석 의원 역시 한양대 법대 출신으로 추 대표의 직속 후배이고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민주당 대변인에 임명된 김현 전 의원은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이처럼 정권이 교체되면서 성균관대 인맥들의 자리가 한양대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권의 대대적인 조직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경남고, 경희대 인맥의 ‘경금회’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동문인 이들이 향후 경제부처 수장으로 발탁되거나 금융기관 요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이팔성, 어윤대, 김승유 등 이른바 ‘4대천황’이 금융권 및 경제계를 장악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가 득세했던 사실을 상기해볼 때 이런 전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피력했고 또 ‘적폐청산’을 외쳤던 만큼 계파나 학연에 의한 낙하산인사나 보은인사가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평소 동문과 거리두기를 해온 문 대통령의 성격상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많다.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근무하던 시절, 경남고 동기 몇 명이 문 대통령을 찾아갔지만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나주지도 않았다는 에피소드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 심지어 평소 동문들을 잘 챙기지 않아 경남고 선배들에게 ‘혼쭐’이 나곤 했다고 알려진 이야기는 정가에서도 유명하다.
 
‘경금회’ 인맥 약진
어려울 듯

 
실제로 취임 1주일간 인사를 따져보면 학연이나 지연 편중은 없었다. 청와대 안방살림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 자리에 으레 임명하는 최측근 대신 아무 연고도 없는 7급 공무원 출신 전문 관료를 기용한 것이나 균형인사가 돋보이는 비서실 인사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또한 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보면 이례적으로 ‘선대위 활동과 인사는 별개’라는 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대선 과정에서 공을 많이 세웠거나 측근이라는 이유로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에 임명하지는 않겠다는 인사원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흔히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른바 ‘3철(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어떤 자리에도 등용되지 않은 사실을 보면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신들이나 최측근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의 일정을 전담했던 송인배 수행총괄팀장이 제1부속비서관으로, 윤건영 선대위 제2상황실 부실장이 국정상황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에서 보듯,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은 ‘적재적소’에 포진시켰다.

특히 후보 시절 ‘국민참여인사추천제’를 공약하는 등 내각 등 주요인사에 국민여론을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나는 만큼 학연이나 지연에 목매는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추후 있을 금융·경제계 인사에 ‘경금회’ 인맥의 약진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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