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이후 연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신임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지난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을 보훈처장에 임명했다. 보훈처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보훈처장 자리는 장성·고위 공무원·청와대 출신이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맡아왔다. 그만큼 피 처장 임명은 파격 그 자체였다.

피 처장 “보훈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과거이자 미래다”
18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민주당 젊은여군포럼 대표 경력


문재인 대통령은 초기 내각 여성장관 비율을 30% 수준으로 하고 단계적으로 남녀동수로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초기 내각의 경우 현 정부 직제 기준 17개 부처 가운데 5곳가량에 여성장관을 임명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을 높여 각 부처 개혁을 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계획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수석에 조현옥 이화여대 교수를 앉히면서 여성 등용 확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번째 여성인사가 바로 피우진 보훈처장이다.

1세대 헬기 조종사
강제 전역 후 다시 복직


피우진 보훈처장은 지난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태까지는 다소 보훈 가족이 소외되고 이념 쪽으로 보훈 정책이 흘러갔었다”며 “이제는 보훈 가족을 중심으로 따뜻한 보훈 정책을 펼치라는 그런 측면에서 저를 내정한 것 같다”고 임명소감을 밝혔다.

이어 피 처장은 “공직자는 사람을 중시하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한다”며 “피우진의 보훈 정책은 보훈 가족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더 자주 찾아뵙는 방식으로 잘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피 보훈처장은 내정 사실을 당일 연락받았다고 밝혔다.

피 보훈처장은 1974년 청주대 체육교육과를 입학해 1978년 졸업했다. 이듬해인 1979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조종사 등을 지냈다. 그녀는 우리나라 1세대 헬기 조종사로 25년간 1300여 시간 비행기록을 세웠다. 군대 내에서 ‘유리 천장’을 깬 인물로 유명하다.

2002년 유방암 판정으로 수술을 받았으며, 2006년에 2급 장애판정을 받아 같은 해 11월에 전역 조치됐다. 당시 유방절제술 때문에 군 신체검사에서 장애 판정을 받아 정년을 3년 앞둔 상태에 강제 전역 당했다. 암이 발생한 것은 왼쪽 유방이었지만, 그녀는 헬기 조종사로서 중요한 균형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오른쪽도 절제했다. 하지만 이후 이에 항의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해 2008년 5월 복직했다.

피 보훈처장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나선 경험도 있다. 이후 2015년부터는 문 대통령 대선 당시까지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위원회 소속 ‘젊은 여군 포럼’ 대표로 활동해 왔다.

“술자리 여군 보내라” 하자
전투복 입혀 보내기도


피우진 보훈처장은 강제 전역을 당했던 2006년 자서전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펴냈다. 책에는 군대 내에서 벌어졌던 성희롱·성차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피 처장이 한 군사령관이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띄울 여군을 보내라는 명령에 사복이 아닌 전투복을 입혀 보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피 처장은 책에 “그렇게 불러서는 옆에 앉혀 놓고 술 시중을 들게 하면서 같이 블루스를 추거나 노래를 부르게 하는데, 접대부 노릇을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싫다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로 보직 해임을 당했다.

피 처장은 19일 국방부에서 가진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보훈 가족을 중심으로 보훈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게 결국 안보와 직결된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과거이자 미래다. 보훈 대상자에게 어떻게 국가에서 보훈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애국심은 자동적으로 생긴다. 반대로 원망을 듣기도 한다”며 “보훈 가족을 중심으로 다가가는 따뜻한 보훈 정책을 펼쳐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같은 날 피 보훈처장이 내세운 ‘따뜻한 보훈’ 정책에 대해 “성심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대한민국을 지키다 희생되신 모든 분들께 조국,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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