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세계를 놀라게 했을 때 영국의 유명 도박 사이트 랜드브로크스(Ladbrokes)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 또는 사임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날 확률이 25%라고 발표한 바 있다. 취임한 지 100일을 겨우 넘은 지금 그 확률은 55.56%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확률은 시간이 갈수록 더 높아질 전망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탄핵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트럼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민주당에 이어 아군(我軍)인 공화당도 탄핵에 동조 시작
여론도 탄핵 찬성 쪽으로… 트럼프 운명은 특별검사 손에


미 ABC 뉴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민감한 안보 문제를 누설해 이스라엘이 이슬람국가(IS)에 심어놓은 스파이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ABC 뉴스에 따르면 이 정보원은 IS가 노트북 컴퓨터에 숨긴 폭탄으로 미국행 여객기를 격추하려던 계획과 관련된 정보를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제공했다. 이 정보는 정보원에 대한 비밀이 유지되는 조건에서 미국에도 공유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누설하는 바람에 정보원의 신분이 노출돼 목숨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에게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으며, 이런 요구는 코미 전 국장이 쓴 메모를 통해 드러났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자 미 의회는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

민주당의 알 그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FBI 국장을 해임하고 그에 앞서서는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은 명백히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 동조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저스틴 아매쉬 하원 의원은 “트럼프의 수사중단 요구가 사실일 경우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FBI 국장을 해임하고 그에 앞서서는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은 명백히 탄핵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유권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PP(Public Policy Pollin)가 지난 12일부터 14일 사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48 %의 응답자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다고 응답 한 반면 반대 의견은 41%였다. 또 응답자 중 40%만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고 했으며 54%는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론도 트럼프에게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미 법무부는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특단을 내렸다. 마침내 수사중단 요구를 기술한 코미 메모와 극비정보의 러시아 유출 파문으로 트럼프 탄핵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뮬러 특별검사는 부시 행정부 부터 오바마 행정부까지 12년간이나 FBI를 이끌었던 인물로 비교적 비당파적으로 공정한 수사를 할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손에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러시아게이트’ ‘코미게이트’ ‘FBI게이트’ ‘트럼프게이트’ 등으로 불리는 이번 논란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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