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 겪는 일부 환자의 공격성···일반화는 잘못된 판단”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아파트 단지 공원 놀이터에서 8살 된 여자 초등학생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10대 소녀 A(17)양이 지난 19일 구속됐다. A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공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던 초등학생 B(8)양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아파트 옥상 물탱크 위에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양에 대해 서울국립정신건강센터에 정신감정을 의뢰한 결과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아스퍼거 증후군은 무엇일까. 일요서울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함께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봤다.

시신 훼손‧유기한 10대 소녀, 공범 있었다?···계획된 범행 가능성
온라인서 불거진 찬‧반 논란···“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나쁜 편견만 부추긴다”


A양은 체포 당시부터 줄곧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하다가 최근 “피해자가 집에 있던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나 범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해 배터리를 충전한 뒤 주려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며 “집에 들어갔는데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나 범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각종 증거 등을 보고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우발성을 강조하기 위한 진술로 봤다.

경찰은 특히 집에 머문 시간이 3시간가량으로 짧은 데다 10대인 그가 잔혹하게 범행한 것으로 볼 때 사전에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횡설수설하면서 말하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여러 사실적 증거로 미뤄볼 때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공범이 있을 것으로 판단, 색출작업을 실시했다. 이후 A양이 훼손한 사체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공범 C양(19)을 잡아 구속했다.

C양은 A양과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자주 전화통화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C양은 경찰 조사 당시 “A양이 봉투에 담아 건네준 것이 사체인 줄 몰랐고 선물인 줄 알았다”며 “받은 종이봉투는 집 인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C양은 A양의 살인 범행을 사전에 알고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C양은 경찰이 범행 시간대로 추정하는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A양과 수차례 통화했으며 A양이 C양에게 전화를 먼저 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경찰 조사에서 “전화통화를 하며 서울에서 보자는 약속만 했다. 범행에 관련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C양의 일부 진술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살인 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은 구속 영장을 청구하며 공범인 C양에게 적용한 사체유기죄에 이어 살인방조죄를 추가해 사체유기 및 살인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이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발달장애 일종
대인관계 문제, 활동 한정적

 
재판의 쟁점 사항은 ‘사전에 A양과 C양의 사전모의 여부’, ‘A양의 단독범행 여부’, ‘A양의 정신감정으로 나온 아스퍼거 증후군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등이다.

특히 A양은 정신감정 결과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공범인 C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신 이상을 의심할 만한 태도를 발견하지 못했고 전문가들로부터 이상이 없다는 잠정 소견을 받아 감정유치를 생략했다.

이런 충격적 사건이 사회에 공개되자 여론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공포심이 일기도 했다.

SNS에서는 “정상인이 아니니까 살인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 “정신병이면 더욱 사회와 격리시켜야지 무고한 생명을 더는 해치지 않도록” “본인이 병력이 있어서 무서운 사람인 거 스스로 알 텐데 자기관리를 못한 것 아니냐” 등의 댓글들이 가득했다.

반면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나쁜 편견만 부추긴다” “무슨 사건‧사고만 터지면 ‘어디가 안 좋다’ ‘정신병이 있다’ ‘심신상태가 미약하다’ 이러는데 사건에 대한 벌만 줘라” “저런 식으로 정신병 중에 뭐든 하나 건질라면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증후군을 다 갖고 있을 것이다” “나도 아스퍼거 증후군인데 그거 다 핑계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해서 다 사람들 죽이진 않는다” 등의 반박성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돼 있으며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증세를 보인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두드러지는 언어 발달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 발달 장애의 일종이다. 아스퍼거 장애는 자폐증이나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와는 달리 ‘비언어적 학습장애’의 특성이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증가 추세
10대가 절반 이상 차지

 
지난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4년 1690명, 2015년 1765명, 2016년 1833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성별로는 남성이 89.7%로 여성 10.3%보다 많았으며 연령대별로는 10대가 55.8%로 전체 진료인원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일부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지만 일찍이 발병 사실을 알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 호전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미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제한된 관심과 사회성 결함으로 자신의 부정적 정서 표현에 어려움이 있으며 가끔 이런 어려움이 공격성으로 나타난다”며 “하지만 이를 근거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가 공격적이며 위험하다고 일반화 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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