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쿠쿠전자와의 격차 줄이기에만 총력?

본체와 내솥 사이로 밥물이 샌 모습.
국내 소비자들,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쿠첸, 중국·동남아·북미 해외시장 공략 나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밥솥 전문 업체 쿠첸의 내구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요서울은 [1187호-쿠첸 밥솥 믿을 수 있나]제하의 기사를 통해 실제 발생한 쿠첸의 미흡한 대처와 관련된 사건·사고 등을 보도하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쿠첸 밥솥 사용자들이 직접 ‘댓글’ ‘이메일’ 등을 통해 제보에 나선 것. 일각에서는 쿠첸이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한다. 이는 2004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기밥솥 시장에서 철수한 뒤 쿠쿠전자와 쿠첸의 양강 구도 경쟁이 심화되며 중국·동남아·북미 시장 공략에 열중한 탓을 꼽았다.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가 최근까지도 본지에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지난 18일 “같은 현상으로 쿠첸 밥솥 3번 수리받아 열 받고 속 터져 인터넷을 보니 이런 기사가 있어 댓글 달아 본다”며 “정말 이런 제품 다시는 쓰고 싶지 않다”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내솥 손잡이를 통해 김이 새 밥솥 외부에 서린 모습.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지난 17일 사진과 함께 “쿠첸 전기압력밥솥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취사 시 손잡이 쪽으로 김이 새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냥 쓰긴 하지만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고 했다.
 
특히 스타마케팅이 아닌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 접수 및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줄을 이었다. 소비자 C씨는 “모델만 이쁘다고 구매하면 저 같이 억울함을 당한다”고 입을 뗐다. 그는 “1년 3개월 만에 내솥이 벗겨져 교체했고, 소리도 시끄러운 회로가 1년 5개월 만에 고장나 밥 안 된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광고에 돈을 투자해서 고객들 주머니만 털게 만드는 회사가 쿠첸이다. 중소기업 저가 제품으로 구매해도 이것보다 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들의 불만 사안 중 하나였던 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 못한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쿠첸 서비스센터의 대응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 D 씨는 “고객센터는 기준 법률만 외치는 앵무새다. 전화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역시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싶지 않은 곳. 제품을 사면 그만인 것 같다”며 “화장실 들어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을 쿠첸이 본받은 듯하다. 고객대응과 응대를 이렇게 이상하게 하는 곳은 처음”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소비자 E씨는 “1년 반쯤 전에 최신 모델로 고가의 밥솥을 구매했지만 사용하다 보니 밥물이 아래까지 흘러내려 번거로웠는데, 오늘 아침 아예 망가져 먹통이 돼 버렸다”며 “서비스센터 직원은 이런 문제 원인에 대해 ‘고무패킹을 1년에 한 번씩 교체해 줘야 하는데 안 해서 그렇다. 비싼 만큼 고장이 잘 나고 부품 값도 비싸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소비자 대다수는 ‘쿠첸을 절대 사지 않았을 것 같다’ ‘앞으로 저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절대 쿠첸밥솥을 사지 말라. 후회한다’ 등 한목소리를 냈다.
 
매출 부진 방어
 
쿠첸은 지난해 매출이 2726억 원, 영업이익은 97억 원, 당기순이익은 6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모두 상승세를 보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첸은 국내에서의 내구성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해외시장 공략에만 열중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쿠첸은 2004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기밥솥시장에서 철수하며 쿠쿠전자와 양강구도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쿠첸은 1위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국내 프리미엄 밥솥 시장 공략에 이어 중국·동남아·북미 시장 공략 등을 통한 매출 신장에 노력을 쏟고 있다.
 
앞서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인 쿠첸은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영향을 받았다. 쿠첸의 중국 법인인 광동메이디쿠첸유한공사 매출은 60억 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16.7%로 두 자릿수 하락했다. 광동메이디쿠첸유한공사는 지난해 9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과 쿠첸이 손잡고 만든 현지 합작 법인이다.
 
그러나 쿠첸은 25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매출이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쿠첸이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매출 부진 방어에 일찍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첸은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주방 가전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구이, 튀김, 볶음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멀티쿠커, 커피머신, 분유포트 등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쿠쿠에 이어 쿠첸 역시 동남아 유통망과 접선을 통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캄보디아나 라오스, 베트남 등은 우리나라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곳으로 전기밥솥 시장으로 떠오르는 거점지다.
 
소비자 구제제도
 
공정위 제조업감시과 관계자는 밥솥 내구성 문제 발생 시 피해자들의 구제제도에는 ‘집단분쟁조정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분쟁조정제도란 여러 소비자가 동일 또는 유사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한국소비자원 내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분쟁 조정을 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복잡한 소송 없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고 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집단분쟁조정제도는 50인 이상이 모여야 가능하다. 50인이 모이면 사실조사에 들어가며 전수조사 등이 따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쿠첸 측은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에 대해 “쿠첸의 매출 중 80% 이상이 국내 매출로 해외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가 주력 시장이다. 쿠첸은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불만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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