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나 현금 필요 없어”…'저절로 운영되는' 미래형 편의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들어섰다. 언뜻 보면 평범한 ‘세븐일레븐’으로 보이지만 국내 최초로 점원 없이 운영되고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전면적으로 활용해 ‘저절로 운영되는’ 미래형 편의점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편의점에는 점원이 없다. 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되며 손바닥만으로 출입과 결제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 정맥 인증 결제 시스템인 핸드페이(Hand-Pay)를 도입한 편의점으로서 자신이 소유한 롯데카드와 연동해 출입부터 결제까지 손바닥만으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입구부터 다르다. 흡사 지하철 개찰구와 같은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손바닥’을 스캔해 게이트를 열 수 있다.

이는 롯데카드 ‘핸드페이’(HandPay) 사전 등록을 필요로 한다. 핸드페이는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로,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한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암호화된 난수로 변환해 롯데카드에 등록한 후 결제 시 간단한 손바닥 인증만으로 본인 확인 및 물품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핵심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유리문들 ‘자동’

점포에 들어서면 약 1500여개의 다양한 상품과 함께 첨단 장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25평에 과자, 음료수, 라면, 아이스크림 등의 상품이 일반 편의점과 똑같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전자동 냉장 설비도 도입됐다. 도시락 등 푸드 상품과 유음료 등은 자동문이 설치돼 있는 냉장 시설에 진열ㆍ보관된다. 상단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고객이 가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이 개폐되기 때문에 평소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판기는 딱 하나, 담배 자판기뿐이다. 역시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려는 담배를 고르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뒤 손바닥만 갖다 대면 된다. 국내 최초 정맥 방식 성인 인증 담배 자판기로서 46인치 대화면을 통해 마치 놀이처럼 재밌게 상품을 고르고 손 하나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정맥 인식을 통해 성인 인증을 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구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자 가격표, 스마트 CCTV 등도 도입됐다.

전자 가격표는 2.9인치와 4.2인치 두 가지로 구성되며 기본적인 상품 정보(상품명, 판매 가격)외에 행사 정보, 그리고 NFC와 QR코드가 삽입돼 있어 할인쿠폰이나 상세 상품 정보 등 모바일 연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능형 CCTV는 영업 시간외 비인가자의 무단출입을 막는다. 또한 화재로 인한 연기 발생 시 이를 감지하고 알람을 통해 안전관리도 돕는다. 그리고 점내 구역별 이동 인원이나 체류시간을 카운팅하여 매장 기초 운영 정보도 제공한다. 세븐일레븐은 이 CCTV를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점포 운영과 마케팅에 반영할 계획이다.

결제 방법도 간단하다. 계산대 화면에서 제품 구입 목록과 가격을 확인하고 ‘결제’ 버튼을 누른 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손바닥을 갖다 대면 결제 끝. 혹시 환불을 원하거나 문의사항이 있을 땐 당황하지 말고 계산대 옆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고 보면 무인 편의점은 아직 100% 무인 운영 시스템이라 볼 수 없다. 상품 진열이나 발주, 술·담배 판매, 기타 고객 문의 등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이 매장 인근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단, 술·담배 판매 규제가 완화되고 고객들이 무인 편의점 이용 방식에 적응되고 나면 직원이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렇게 되면 직원 1명이 일정 구역 내 편의점 수십 개를 혼자 관리하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테스트 거쳐 기술 보완할 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무인 유통의 움직임은 이미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유통시장의 혁신은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이 이끌었다. 아마존은 작년 12월 최초의 인공지능형 온·오프라인 통합 스토어 ‘아마존 고(AMAZON GO)’를 공개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와 차이점은 계산이 필요 없다는 것. 아마존 고는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고 입장한 뒤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일본은 2025년까지 5대 편의점 체인(세븐일레븐 재팬·패밀리마트·미니스톱·로손·뉴데이스)에 무인 계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다.

이런 흐름에 맞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유통 혁신을 꾸준히 주문해 왔다.

세븐일레븐 측은 신 회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유통혁신을 미래 핵심전략으로 강조해온 만큼 계열사들과 협업해 첫 스마트 편의점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핵심 인프라는 롯데카드, 롯데정보통신, 롯데기공 등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탄생했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대한민국, 그리고 롯데그룹이 4차 산업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리는 첫 걸음”이라며 “단순한 미래형 콘셉트 매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 편의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세계 최초 핸드페이 결제시스템 도입 △국내 최초 무인 편의점이라는 점에서 ‘7대 신기술’을 집결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오픈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7월 말까지는 롯데월드타워의 롯데 계열사 직원 2000여 명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편의점을 테스트한 후 기술을 보완해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김영혁 세븐일레븐 기획부문장은 “이번 스마트 편의점의 가장 큰 의의는 고객들의 쇼핑 편의가 극대화된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시도들을 기반으로 백화점, 마트 등 기타 유통채널에도 고도화된 쇼핑 환경이 구축돼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인화에 따른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완전 무인 편의점은 일종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산 등 번거로운 단순 업무를 부분적으로 자동화해 오히려 매장에서 혼자 일하는 ‘메이트’(아르바이트생)들이 발주, 고객 서비스 등 주요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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