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회 취임식에서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대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광화문 정부청사로의 이전은 지난날 경직된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데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기 전 광화문 일대와 서울시청광장을 아프리카·중동 난민촌처럼 누더기로 만든 농성천막(텐트)과 현수막부터 철거해야 한다. 서울시청광장부터 광화문광장 및 정부청사에 이르는 세종대로 1km 구간은 여기저기 시위농성 천막들과 빨래처럼 나부끼는 현수막들로 얼룩져 있다. 이순신 동상 앞의 세월호 천막을 비롯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천막 등은 영락없이 처절한 난민 천막을 떠올리게 한다. 
세종대로는 너비 100m로 쭉 뻗어있고 국내에서 가장 넓으며 세계적으로 자랑스럽다. 세종대로는 대한민국의 얼굴이고 서울시청광장은 수도 서울의 상징이다. 그러나 농성천막과 현수막들은 드넓고 아름다운 세종대로의 맥을 끊고 서울시청광장에 흉한 생채기를 냈다. 서울시민들에게는 분노와 한숨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연간 수백만 외국인들에게는 “이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이냐”고 반문케 한다. 
나는 지난 4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 자유민주국들을 여행했다.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파리의 개선문 광장,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 프랑크푸르트의 뢰머 광장 등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거기에 농성천막은 하나도 없었다. 문득 볼썽사나운 세종대로와 서울시청 광장의 천막과 현수막이 떠올랐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아시아에서 앞서가는 자유민주 국가라는 위상이 부끄러웠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가난에 찌든 아·중동국들의 난민촌을 연상케 한다. 세종대로와 서울시청광장 천막·현수막 농성자들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여 그곳에서 떠나야 한다. 그곳이 아니더라도 천막과 현수막 칠 곳은 많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지만 농성천막들을 그대로 둔다면,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아니라 ‘광화문 천막 시대’를 여는 결과밖에 안 된다. 시위자들은 앞으로 대통령이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집무한다는 점을 이용, 세종대로에 시위천막과 현수막을 더욱 더 많이 칠 것으로 예견된다. 세종대로는 천막·현수막으로 누더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천막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면할 수 없다.
세종대로와 서울시청광장의 천막과 현수막은 ‘불법 무질서’의 상징이고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민생치안 차원에서도 그것들을 철거토록 해야 한다. 서울시 당국이나 해당 구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별조례를 제정해 시도의 주요 광장에는 농성천막과 현수막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난날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며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세종대로와 서울시청광장을 점령하고 있는 천막과 현수막들을 보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한숨 짖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연다고 강조하고 대통령 직무 일정을 공개하며 청와대 참모들과 커피잔을 들고 산책 하는 등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고 의욕적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얼굴인 세종대로와 서울시청광장 천막·현수막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첫 과제가 서울시청광장·광화문광장·세종대로 천막·현수막 철거에 있음을 유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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