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바른정당통합-민주행’ 돌고 돌다 결국 ‘제자리’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대선 후 각종 연대·통합설로 내홍에 휩싸였던 국민의당이 비대위원장 선출로 일단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통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지도부에서 본격 통합 카드를 꺼내들면서 극심한 내홍에 접어들었다.

바른정당 통합파-민주당 통합파-자강론 등 세 갈래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고 탈당 목소리까지 나왔다. 최근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면서 갈등은 잦아들었지만 일시적 봉합일 뿐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당 목소리까지…비대위원장 선출로 급한 불 꺼
정체성 모호·지역주의 정당 한계 등 ‘과제 산적’

 
지난 25일 국민의당은 호남 4선의 박주선 국회 부의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락사에서 “국민의 기대를 다시 모으고 역할과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당내 결속과 단합이 첫째”라고 일성을 날렸다. 이는 국민의당이 대선 이후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결속·단합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 갈래로 나뉘어
강경 노선 투쟁

 
국민의당은 당 진로를 둘러싸고 세 갈래로 나뉘어 노선 투쟁을 벌였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김동철 현 원내대표 등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바른정당 통합파, 정대철·권노갑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민주당 통합파, 초선·비례 의원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자강론이 서로 충돌했다.
 
발단은 주 전 원내대표가 꺼내든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12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8월 말 이전에 통합 전당대회도 치러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안철수 전 대표와의 사전 교감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 당의 향후 진로를 설정했다.
 
대선이 끝난 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에선 통합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당 지도부가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은 주 전 원내대표의 발언이 처음이었다. 바른정당 역시 대선 패배 이후 당 안팎의 위기 상황에 대한 탈출구를 연대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에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주 전 원내대표 등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배경에 대해 유사한 정체성과 정국 주도권 쟁취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비슷하고 바른정당에서 13명이 탈당하고 나서는 더욱 정체성이 비슷해졌다”며 “60석(국민의당 40석+바른정당 20석) 정도면 국회 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고, 저희들이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원로인 동교동계 인사들은 오히려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꺼내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이 호남에뿌리를 두고 있는 데다 새 정부의 탕평 인사 등이 호남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는 국민의당의 존립 근거가 약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지 않는다면 집단 탈당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탈당 배수진을 치며 정 고문 추대를 밀어붙였던 동교동계 원로들은 비대위원장 선출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돌연 기존 입장을 선회하며 한 발 물러섰다. 집단 탈당, 민주당 통합론이 부각되며 당 내홍이 격화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됐다.
 
수습했으나…
불씨 살아날 수도

 
이후 국민의당은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며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모양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로들의 입장은 우선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권 고문과 김동철 원내대표 간의 회동에서 권 고문이 원로들을 대표해 대선 과정에서 누적됐던 불만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선거 이후 당내 갈등이 불거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국민의당 내홍의 배경에는 당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전국은 물론 호남에서조차 한 자리대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호남에서조차 대패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노선 갈등은 향후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강(自强)’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현 정당 체제에서 다당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양당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제3당의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들의 창당 명분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선 연대와 협치를 한 뒤 장기적으로 통합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철수 의원 측은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창당 정신을 흔드는 데다 안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도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정체성 확립과 지역주의 정당 탈피, 수권 준비 등 ‘자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민의는 인위적으로 힘을 합치거나 수를 불리는 정계 개편을 뜻한 게 아니다”라며 인위적 통합은 잃을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결국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를 중심으로 당의 진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분명한 대안 제시를 통해 수권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그런 합종연횡 정치공학적 접근보다 국민의당은 제3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국민의당이) ‘어느 계층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를 대변할 것인가’ 하는 자기 정당의 혁신과 정체성을 토대로 그 다음에 연대 연합을 고민해야지 당장 소수 정당이라서 다수 정당이 되려는 시도는 자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에 ‘자강 움직임’이 보이는지에 대해선 “합치자는 사람만 있지 국민의당을 어떻게 개혁해서 이끌어가자는 리더는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게 진짜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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