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20여일이 다 돼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참모진 구성과 함께 한반도 4강 외교를 통해 무너졌던 국격 바로 세우기 작업을 시작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탓에 정책 수행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노조들이 하나둘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른바 강성노조로 분류된다. 탄핵 정국 내내 이어졌던 촛불집회의 주류이기도 하다. 대선이 끝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뭘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대판 음서제’ ‘황제 해외연수’ ‘연봉 200만 원 인상’ 너무해
전교조…법외노조 철회 요구, 민노총…한 위원장 석방 요구 

 
문재인 정부를 향한 노조들의 목소리는 사실 대통령 취임 3일째인 12일부터 나왔다. 당시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는 무엇보다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된 경제 불평등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사회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사회 각 분야에서 행정부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부터 집대성해 결단력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조권 및 노동3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 및 청년실업 해소 등의 의제를 다룰 정책 협의를 제안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체결한 보건의료 관련 정책협약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 노조 측과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건강보험 국고 지원 확대, 의료민영화정책 폐기와 공공의료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이들의 기자회견은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릴 ‘빚 청산’ 전초전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라“

 
3일 뒤인 15일에는 전교조가 나섰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법외노조 철회와 교육체제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의 교사들이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의무만을 강요받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법외노조 조치를 신속히 철회시키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노조법 개정안과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는 “시장논리와 경쟁논리로 구축된 신자유주의 교육체제를 종식하고 공공성과 민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교육을 만들기 위해 새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문재인 정부는 누적돼온 역대 정권의 교육적폐를 청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전교조는 “새로운 교육체제의 수립을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새 정부와 직접 만나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노조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그동안 쌓아 두었던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캠프 차원에서 다양한 노조 및 단체들의 지지를 대가로 다양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정책들 대부분은 공익을 위한 것이지만 일부는 자신들을 위한 것도 있다.
 
전교조 ‘나이스 파동’
노무현 정권 발목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노조들의 요구가 더욱 더 노골적이라는 점이다. 전교조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소식지를 통해 “우리가 단지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그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목소리가 커질 때만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는가?”라며 적극적인 투쟁을 독려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에게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통령 기획자문위 대상 팩스 투쟁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과거의 좋은 경험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나이스 도입을 둘러싸고 전교조과 정부가 충돌했었다. 당시 전교조는 나이스 도입시 학생 정보 유출 등이 우려된다며 나이스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연가투쟁까지 진행한 전교조에 당시 노무현 정부는 무릎을 꿇고 나이스 도입을 중단시키기로 했었다. 하지만 한국교총과 야당이 반발해 결국 나이스가 도입됐다. 당시 전교조와의 협상 중재를 했던 사람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노조 합법화도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고용부는 지난 2013년 해직교사 9명에게 조합원 자격을 줬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전교조는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전교조는 문제의 규약을 수정하지 않은 채 서울고법 판결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대법원에 판결을 맡긴 만큼 우선은 기다리는 게 먼저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정부가 행정 조치에 나서면 헌법이 금지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 밖에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일부 교사들의 좌편향된 역사교육 등의 논란거리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시민단체들, 입맛 맞는
인사 임명 요구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 외에도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지난해 12월 13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위원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한 위원장은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집회참가자들을 선동해 경찰관 수십여 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버스 수십 대를 파손,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도로를 점거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같은 해 4월부터 9월까지 개최된 총 10회의 집회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도 받았다.

민노총은 4월 25일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한국 정부에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즉각 석방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실무그룹은 한 위원장의 자유 박탈에 관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배상 및 보상 조치를 권고했다. 정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탄생 우군을 자처하며 정부 각료 등의 인선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노조친화적인 文정부
기업들, 임단협 걱정

 
산업별 조직별 수많은 노조와 조직이 포함돼 있는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에서 ‘강성 노조’ ‘귀족 노조’로 불린다. 그렇다고 해서 산하 모든 조직이 강성·귀족 노조라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근로자들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강성 노조와 귀족 노조들의 적폐는 대다수 근로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들에 비해 노조 친화적이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새롭게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자칫 구태를 일삼는 노조에 의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선거과정에서의 지지를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문재인 정부가 ‘빚 갚는 심정’으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적폐 청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일부 노조에서는 과도한 단체협상 조항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과도한 비용이 드는 단체 ‘황제 해외연수’ 등이다.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CEO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일부 기업 노조들은 벌써부터 연봉기준 2000만 원 이상 인상, 성과급 통상 임금에 500% 지급 등 무리한 주장을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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