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한·미 동맹 균열→안보 위기’… 우려가 현실로
- ‘盧 정부’ 출범 직후에도 한·미 동맹 위기 맞아…
- 대북 제재 국면 속, 나홀로 ‘대화’ 외치는 文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보고 누락 진상조사 지시의 외교적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으면 미국은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예산 긴축으로 많은 프로그램이 삭감되는 판인데 한국이 원하지도 않는 사드 배치와 운영에 자국민 혈세 1조 원 이상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빈 의원은 또 “내가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를 원할 것 같다”며 “왜 그런 정서가 논의를 지배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한국이 원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나 감군 등 무슨 조치든 할 수 있다”고 했던 발언을 연상케 한다.
“사드 배치 번복은 미군 철수하라는 얘기”
이에 전문가들은 더빈 의원이 한국에서 일고 있는 사드 논란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 한국 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역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번복은 미군 철수하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경계다.
만약 미국이 사드를 철수한다면 상상 이상의 대가(代價)를 치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미군과 그 가족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주한미군의 대대적 감축이나 철수론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이 심각하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는 주한미군 철수와 동맹 해체를 요구해 온 북한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북한은 미 항모가 배치되고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는 한반도 비상 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 동안 매주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마치 북한이 문 정부 출범에 축포를 쏴대고 있는 것 같다”고 조소하기도 했다.
나아가 문 정부가 북핵 도발에 이렇다 할 대응책도 없이 최소한의 방어무기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하자 일각에선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관’ 공세에 시달렸다.
보수 정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물고 늘어졌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한·미 동맹 나아가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이 실제로도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딕 더빈 의원의 발언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 모두가 하나 같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데, 한국 정부는 대북 민간 교류에 시동을 걸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은 “중국도 미국의 정밀공격은 묵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성격을 봐서는 곧 정밀 타격할 것 같다”며 “김정일 정권 때만 해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도 희망이 보였다. 햇볕정책도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 된다.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文에 ‘구애’… 한·미 동맹 약화 의도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꾸준히 구애의 태도를 취하는 모습도 한·미 관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인 퍼레스 뉴욕타임스 베이징 지국장은 지난 1일 자 지면에 실은 칼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한미 동맹을 서서히 약화시키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드를 둘러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문재인 정부를 한·미 관계를 틀어지게 할 더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듯하다”며 “사드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적 무기체계로, 중국의 군사력을 억제하려는 시도라는 것이 중국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중국이 반대하면서 한·중 간의 갈등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는 계산에서 나왔다는 게 페레즈 지국장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여당인 민주당은 한 술 더 떠 사드 보고 누락을 ‘은폐 보고’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군 형법 위반’, ‘전 안보실장과 미 방위산업체 유착 의혹’ 등의 근거 없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한민국이 안보 자해(自害)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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