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보고 누락 문제가 아냐… 사실상 쿠데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관련 “매우 충격적”이라고 발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존 사드 2기 외에 4기가 몰래 국내로 반입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보인 반응이다. 충격적 발언 배경은 일차적으로 국방부 수뇌부의 ‘보고 누락’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핵심은 따로 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국방부가 추가 사드 반입에 대해 몇 차례 보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묵살했다는 점이다. 이미 사드 1개 포대가 6기로 구성돼 반입된 사실은 언론에 공개된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 발언의 앞과 뒤를 살펴봤다.

 
- 야, “이미 언론에 다 공개… 충격적이라는 발언이 충격적”
- ‘알자회’, ‘독사회’, ‘검은머리 미국인’ 軍 인사태풍 예고

5월30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얼굴이 상기된 채 청와대 춘추관에 나타났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이미 설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한국에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철저한 경위 진상조사를 민정수석실과 안보실장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5월29일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하며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4기의 국내 반입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며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국정자문위 업무보고에서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4기의 추가 반입 경위와 누가 반입을 결정했는지, 왜 공개하지 않고 새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에 대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청와대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 장경수 정책기획관을 불러 1차적 조사를 마쳤다.

청와대 ‘보고누락’ 발표를 요약해보면 ▲ 5월25일 국정기획자문위 국방부 보고에서 4기 추가 반입 내용 누락 ▲ 5월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승호 정책실장 초안 ‘사드6기 발사대 보관’ 표현 삭제된 채 정의용 안보실장에 보고 ▲ 같은 날 늦은 오후 국방부관계자 통해 ‘사드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이상철 안보실 1차장 인지 ▲ 5월28일 정의용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장관 오찬 중 확인 요청 국방장관 ‘모르쇠’ ▲ 5월29일 정의용 실장 문 대통령에 보고 문 대통령 ‘충격적’ 발언 ▲ 5월30일 문 대통령 국방부장관 통화 ‘추가 반입’ 사실 확인 ▲ 같은 날 문 대통령 진상조사 지시 등이 전말이다.

김관진-한민구-위승호-장경수 라인 조사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언급한 배경으로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반입이 국민도 모른 채 진행됐고 새 정부 들어서 한미정상회담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국방부가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밝힌 배경과 의도에 이목이 쏠렸다. 야당에서는 사드 1개 포대가 총 6기의 발사대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이미 언론에 다 공개된 상황으로 4기가 추가로 도입된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 대통령의 ‘충격적’이라는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에서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쿠데타”라며 “미국 말만 듣는 검은머리 미국인이 군 수뇌부에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또 다른 해석도 나왔다. 한민구 장관이 국회에서 “사드 레이더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발언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4월26일 사드 발사대 2기와 X밴드 레이더 등 일부 장비가 경북 성주에 배치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레이더 등 핵심 기능이 실제 가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장관은 북한이 5월14일 신형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를 발사한 이틀 위인 16일 국회에서 “미측에 확인한 결과 경북 성주에 야전 배치된 그 (사드)레이더도 (화성-12) 탐지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 발언은 사드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봤던 문 대통령의 인식과 크게 배치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카드’로 쓰려던 구상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만든 셈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고 이런 상황에서 ‘보고 누락’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는 게 여권내 또 다른 해석이다.

“군통수권자 인정 않는 군 수뇌부…하극상”

아울러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국방부 수뇌부의 태도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재권 사드대책특위 위원장은 “국방부의 ‘은폐 보고’는 명백히 중대한 하극상이고 국기 문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국방자문을 맡았던 백군기 전 의원은 6월 2일 본지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일이 지났고 게다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국방부가 사드관련 보고를 하지 않은 점은 매우 잘못됐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백 전 의원은 육군 제3야전군 사령관을 지냈으며 민주당 안보 담당 원내부대표 등을 거쳤다.

한편 집권여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진상조사를 지시한 이상 이참에 국방개혁과 함께 수뇌부 인적 청산 그리고 사드 배치를 연기하는 등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국방 개혁을 외쳤지만 유야무야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추진했지만 육군을 중심으로 거세게 저항해 성공하지 못했다.

이를 잘 아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방부가 먼저 문제를 드러낸 이상 국방 개혁의 포석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출범 첫날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을 국방개혁 비서관실로 개편했다.

또한 국가안보실 인사에서 예비역 육군 대장이 맡았던 실장직을 외교관 출신으로, 1차장은 군내 비주류였던 예비역 준장으로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백 전 의원 역시 “참여정부 시절 국방 개혁을 위한 법제화가 잘 짜여 있었다”며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국방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핵심이 국방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GDP 대비 국방비 2.7% 인상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백 전 의원은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도 전작권 환수 등 한국군이 주도할 수 있는 군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 개혁의 일환으로 군 핵심 수뇌부에 대한 인적 청산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국방부의 고의적 보고 누락으로 청와대는 국방부 사드 배치 핵심 라인인 대량살상무기(WMD)대응과→장경수 정책기획관(육사 41기)→위승호 국방정책실장(38기)→한민구 국방부장관(31기)→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28기)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 4인방의 경우 책임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전 총리도 지휘 계통의 최종 책임자로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황 전 권한대행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최종 결정을 내렸고 결국 가동중인 2기 외에 4기가 추가로 들어와 미군기지에 보관 중이다.

한민구-김관진-황교안 라인뿐만 아니라 대폭적인 군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초는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제공했다.

홍 부의장은 6월1일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며 “알자회라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군내 핵심 보직을 자기들끼리 돌리며 이러한 일을 처리했다”며 “감찰을 통해 엄격히 처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 부의장은 “김영삼 정부 때 알자회가 해체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부활한 것 같다”며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알자회는 1976년 육군사관학교 34기 10여명이 모임을 만들어 43기까지 10개 기수
총 120여명이 활동했던 군내 사조직이다. 지난 1992년 관련 사조직 문제가 불거져 해체된 바 있다. 당시 알자회 가담 인물들은 모두 1차 진급에서 떨어지고 보직 조정이 이루어졌다.

‘추가 반입’ 최종 결정 황교안 전 대행 조사 대상

하지만 진급에 성공한 일부 알자회 출신 인사들이 국방부 정책기획관, 특전사령관, 12사단장 등 요직을 대물림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부활했다는 주장이다. 장군 진급 인사에 관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알자회가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군 내부에서 끊이지 않았다.

한 장관이 알자회의 부활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육사 38기·중장), 장경석 육군항공작전사령관(육사 39기·중장), 조종설 육군특수전사령관(육사 41기·중장),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41기·소장), 성일 12사단장(육사43기·소장) 등이 알자회 출신 대표적 인물로 전해졌다.

자신은 부인하고 있지만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38기·대장)도 알자회 출신으로 거론되고 있다. 위승호(중장) 정책실장은 한민구 장관 라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사실 사드 배치 작업 실무를 책임진 인물은 전임 실장인 류제승(육사35기) 전 육군 중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부의장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독일 사관학교 유학파 모임인 ‘독사회’도 거론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군내 사조직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알자회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알자회는 1992년 해체됐다”며 “군내 파벌이나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백군기 전 의원은 “알자회는 공식적으로 해체됐다”며 “하지만 아직도 하나회 멤버들도 일부 남아 선후배로 친목을 도모하는 있는 것으로 안다. 알자회는 그정도 수준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백 전 의원은 “이번 사드 보고 누락의 핵심은 미국에 종속적인 군 수뇌부의 마인드가 문제다”며 “대한민국 무기체계가 미군 장비 일색이고 전작권 환수도 안 된 상황에서 미국의 보안 요청에 따라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조차 보고를 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였다.

특히 그는 “특정인을 지목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군내 일부지만 검은머리 미국인(외모는 우리 한국인이나 동양인과 똑같이 생겼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거나 미국에서 자라 미국식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은 맞다”면서 “대한민국 군으로서 자주권 회복이 국방 개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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