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금지하면 무엇 보고 뽑느냐” vs “차별 받지 않고 실력 겨뤄 좋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선서식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거듭 말씀드린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다짐했다. 또 앞서 대선 후보 당시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겨룰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포부에 더불어 공약 중 하나였던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가 빠른 시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져 사회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공기관 먼저 시행···‘사진 부착‧출신 학교 기재 금지’ 방안 추진 중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시 인재 채용을 위한 검증 방법 ‘구체화’ 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청년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공공부분에서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점차 민간기업에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블라인드 채용 공약의 핵심은 기업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에 사진, 학력, 나이, 출신지, 스펙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채용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첫인상을 주는 이력서가 개인의 역량이나 인성 등과 무관한 내용 위주로 돼 있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또 한국 사회의 취업 준비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좁은 취업시장의 문턱을 개방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미 모집 채용 과정에서 학력 등의 정보 활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에서 다수 발의된 바 있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앞으로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출신 학교를 적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6월 중으로 임시국회에 제출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관측되고 있지만 여론에서는 찬반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온라인서 불거진
찬반 논란 ‘시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학력, 스펙 기재를 다 금지하면 무엇을 보고 뽑으라는 건가. 사원은 해당 기업의 필요에 적합한 자를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 당국은 기업에 대해 블라인드 채용을 강요 말라” “블라인드 채용으로 과연 성별에 대한 차별까지 없어질까?” 등의 의견과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제시는 시의적절한 공약이다. 구직자들이 출신 학교나 지역, 연령, 용모 등 차별받지 않고 실력을 겨룰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 시 얼굴을 가리고 하는 것과 의무위반에 따른 벌칙도 필요하다” “학벌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자기 전공 능력에 집중하게 될 듯해서 좋은 정책 같다. 그럼 좋은 대학을 가려 입시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 듯하다” 등의 글이 찬반 논란 구도를 이루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은 “이력서에 출신 지역 등을 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학력을 빼는 건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 명문대의 경우 입학 이전부터 공부를 시키는데 대충 해도 학점 잘 주는 대졸자(대학 졸업자)가 취업에 유리해진다면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라고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학력’ 블라인드
‘전공’ 오픈하기도

 
기자는 실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시행하고 있는 민간기업 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인 한샘은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해왔다. 지난해에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1회 적용, 최근까지 2번가량 진행했다.

이들은 ‘학력’에 대해서 블라인드를 적용하고 ‘전공’은 오픈한 형태로 채용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는 한샘 관계자에게 블라인드 채용 배경에 대해 물었다. 그는 “면접관, 인사팀 담당자 등 서류 검토나 면접 시에 스펙이 줄 수 있는 간접효과를 최소화하고 역량과 능력 위주의 채용을 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블라인드 채용 전과 후의 차이점으로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큰 차이는 아직 분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블라인드 채용 도입 당시의 고충으로 “기존 면접관 중 몇몇은 평소 확인할 수 있던 정보가 차단되는 부분에 대해 일부 답답함을 이야기한 사례가 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우수한 인재가 채용됐는지, 그 인원들이 성과를 창출하고 본지의 핵심가치에 공감하며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지 등에 대한 면담을 통해 블라인드 채용뿐만 아니라 모든 면접 전형에 대해 적정성을 검증하고 변경‧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의 의무화 전환이 필수일 경우 대부분의 민간기업들은 인재 채용을 위한 검증 툴(Tool) 추가개발 및 적용, 그리고 더 직접적으로는 ‘투자 부분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채용
‘밴 더 박스’화?

 
일각에서는 현재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미국의 ‘밴 더 박스(Ban the Box)’와 비슷한 맥락을 띤다고 말한다. 밴 더 박스는 10인 이상 고용인을 둔 개인 사업자가 정식 채용 이전에 입사지원자의 전과 여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관련 사업주는 입사지원서에도 전과 여부를 묻는 질문 항목을 둘 수 없다.

이는 과거부터 여러 민간단체들이 차별 없는 고용을 내걸며 운동을 시작했으며 결국 지난 2015년에는 미국 캔자스 주 위치토에 기반을 둔 석유 재벌 코흐 인더스트리가 구직 신청서에 범죄 전과에 대한 질문을 삭제하기도 했다.

또 애플도 당시 채용과정에서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의 본사 건설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의 범죄 전과를 따지던 일을 멈추기도 했다. 앞서 애플은 공사장 인부를 채용할 때 이전 7년간 중범죄 이력이 있는 이들을 배제해 왔다.

아울러 이를 동참하는 미국의 주(州)정부와 기업체가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150개가 넘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해외의 일부 언론들은 재소자들을 돕는데 목적이 있는 밴 더 박스가 실제 많은 범죄자들을 돕고 있지 않으며 범죄 기록이 전혀 없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남성들에 대한 고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고용주들이 여전히 전과자들을 고용하고 싶지 않아 하며 흑인과 히스패닉계 남성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범죄로 인한 유죄 판결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해외에서 긍정적으로 비춰지던 선례에도 감춰졌던 내막이 있었던 만큼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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