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까지” 술렁 폐업에 상인들 한숨

부곡하와이 리조트 전경. <뉴시스>
1980·90년대 호황 누린 중·소형 리조트, 폐업·매각 등 몰락
신라·롯데 등 중저가 호텔 론칭 등 소비패턴 따라가지 못한 게 원인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경남 창녕의 부곡하와이가 38년 만에 문을 닫았다. 부곡하와이는 수영장, 놀이동산 등이 결합된 중소형 리조트로 1980~90년대 가족 단위 국내 여행객에게 사랑받았던 휴양리조트다. 한때 연평균 240만 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여행 자유화에 따라 국외 여행이 발달하며 방문객이 줄기 시작했다. 더구나 휴양 시설의 고급화 추세로 대기업의 특급호텔, 프리미엄 모텔 등에 밀려 ‘노후한 리조트’로 전락했다. 부곡하와이뿐 아니라 고성의 알프스리조트, 충주의 와이키키호텔, 포천 베어스타운 등 여타 중소형 리조트들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28일 부곡하와이 홈페이지에는 “38년간 부곡하와이를 아껴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는 내용의 폐업 안내문이 올라왔다.
 
부곡하와이는 1979년에 개장해 경상남도 창원의 대표 리조트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에는 한 해 24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국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가 온천, 실내외 수영장, 식물관 등을 보유한 국내 최초 종합관광리조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3년 전부터 인근 김해·양산 등에 대형 워터파크가 개장되면서 방문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부곡하와이 입장객은 ‘전성기’ 10분의 1 수준인 24만여 명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부곡하와이의 누적 적자는 1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부곡하와이 임원진은 향후 시설 개·보수 비용 등을 고려해 폐업을 선택했다. 회사 측은 비공개 매각 방침을 밝힌 뒤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 몇 곳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숙박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곡하와이 같은 중소형 리조트들의 몰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난 10년 내 많은 중소형 리조트들이 경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매각됨에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알프스로 불리며 국내 겨울 휴가지로 각광받던 ‘고성 알프스’도 2006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수도권 인근에 대형 스키장들이 대거 들어섰고, 경기권에 많은 휴양지들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폐업 도미노 현상 이어져
 
고성 알프스는 2008년 새 사업자 ‘㈜알프스 세븐 리조트가 인수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리조트, 썰매장 등을 리모델링 하며 2015년 말 일부 재개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익성을 보지 못했고, 예정됐던 스파, 워터파크 리모델링은 지지부진해졌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시공사이던 대림산업이 시행을 대신 맡았다. 하지만 납부해야 할 대체산림자원 조성비, 산지복구비, 농지전용 분담금 등이 총 73억 원에 달해 대림 측도 현재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강원도는 이달 안으로 청문회를 열고 사업승인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980년대 충주 수안보의 상징이던 와이키키호텔도 2002년 부도 이후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다. 경매 등을 거쳐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었지만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4월 이랜드가 와이키키를 인수하며 2020년까지 호텔 리뉴얼과 단독빌라 증축, 온천, 워터파크 등을 갖춘 대형 리조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3년 착공식을 마쳤지만 이랜드 외식 사업부의 ‘아르바이트생 임금 미지급 사태’가 터지며 재개장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1990년대 경기도 포천의 고급 스키 리조트로 각광받았던 베어스타운도 이랜드에 매각됐다. 베어스타운은 일부 리모델링이 진행돼 재개장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이랜드 그룹이 전반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며 매각 가능성까지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숙박예약앱 발전 가격경쟁 심화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형 리조트 몰락의 배경으로 국외 여행의 활성화, 숙박 예약 앱 발달, 다양한 숙박시설 형태 등장 등을 꼽았다. 1990년대 이후 항공 노선이 다양하게 확장되면서 많은 이들이 더 싼값에 국외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또 각종 숙박 예약 앱이 발전하며 업체들 간 가격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숙박료는 중소형 리조트보다 저렴하고 시설은 특급 호텔 급을 갖춘 부띠끄 호텔이 성황하기 시작했다.
 
신라, 롯데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특급호텔들은 이 수요에 맞추기 위해 중저가 호텔 브랜드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숙박 예약앱을 운영하는 회사인 여기 어때, 야놀자 등도 자체 부띠끄 호텔 등을 개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관광업계 전문가는 “경제 불황 이후 소비자 사이에서 보다 저렴하고 편안한 숙박업소를 이용하고자 하는 심리가 두드러지면서 이전 관광호텔과 같은 형태의 중소형 리조트들은 가격, 시설 면에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숙박 예약앱이 최근에는 첨단 ICT 기술도 접목시킨 부띠끄 호텔 등을 내놓으며 변모하고 있다”며 “수요와 타깃 층이 확실한 대형 특급호텔을 제외한 숙박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몰락 리조트의 인근 지역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짓는다. 수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했다는 A씨는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명소인 ‘부곡하와이’ 폐업으로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생계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불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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