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핑계로 줄줄이 인상… 배달앱-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누가 이득?

치킨 프랜차이즈 제네시스 BBQ 로고. <BBQ 홈페이지 다운>
홍보·배달 비용 인상 때문… “핑계다” 반박
프랜차이즈 본사만 좋은 일 vs 소비자 위한 것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킨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업계 3위인 BBQ가 지난 5월 가격을 평균 2000~3000원씩 올린 게 시작이었다. 소비자들은 ‘치킨이 이제 곧 3만 원 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업체들의 가격 폭리를 의심했다. 한 달이 지나고 여론이 조금 수그러들자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던 업계 1위 교촌치킨도 슬그머니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타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예상되는 와중에 배달앱, 프랜차이즈 업체들 간 가격 인상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네시스 BBQ가 지난 3월부터 치킨 가격 인상을 예고하며 ‘치킨 가격 인상 도미노’는 시작됐다. 결국 지난 5월 BBQ는 가격을 인상했다.
 
주력 상품인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시크릿양념치킨은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통살크래커는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렸다. 마라핫치킨 등 일부 메뉴는 인상 전부터 2만 원을 넘었고 이제 거의 모든 메뉴가 2만 원 전후 가격이다.
 
소비자들의 비난은 쏟아졌다. 전 국민의 야식이 이제 더 이상 맘 놓고 먹을 수 없는 가격이라 분노했고 가격 인상 배경을 알고자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로고. <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눈치 보다 동참
 
BBQ 측은 지난 3월 가격 인상 전부터 지속적인 인건비·임차료 상승, 높은 배달 수수료 등이 치킨 값 인상 배경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곧장 배달앱 업계가 이 주장을 반박했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부터 ‘수수료 0%’로 운영하고 있는데 ‘배달앱 때문에 치킨 가격이 오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오인하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업체들이 수수료는 받지 않더라도 ‘광고비’를 점주들에게 받는다며 수수료에서 광고비로 이름만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배달앱 업계 측은 광고비를 많이 내면 홍보효과가 커질 뿐이며 이는 가맹점주의 선택 사항이라 못 박았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 BBQ 본사가 마케팅 명목으로 가맹점주에게 일부 금액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갖은 핑계로 값을 올렸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BBQ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 업계 1위인 교촌치킨도 슬그머니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교촌치킨은 BBQ의 가격 인상 발표 후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이 예고된다는 소문이 돌자 계획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말을 바꾸고 가격을 인상한 것.
 
현재 교촌치킨의 주요 치킨 메뉴들의 가격은 1만5000~1만8000원 선이다. 가격이 6% 인상된다고 가정할 때 1만5900~1만9080원으로 올라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교촌치킨도 BBQ와 같은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인건비, 임대료 등 가맹점 운영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본사 마진은 배제하고 100% 가맹점에 인상분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본사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촌치킨과 BBQ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실적은 일제히 증가했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지난해 매출이 2911억3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5% 올랐다. 영업이익은 176억9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BBQ 역시 지난해 매출 2197억5300만 원으로 전년 2158억6000만 원에 비해 1.8% 증가했다. BBQ의 영업이익은 191억19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3% 증가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이익은 대부분 가맹점에 공급하는 제품 매출과 가맹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처럼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랐음에도 가맹점의 어려움을 앞세워 치킨 값을 인상하고 나서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본사와 가맹점의 수익 구조부터 개선하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정은정 농촌 사회학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치킨값 상승 현상을 두고 프랜차이즈 본사만 좋은 일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격 통제권을 가지고 있어 닭 값이 떨어지면 식용유 값이 올랐다는 등 핑계를 대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따라서 피해는 소비자들과 늘어나는 가맹점을 개업한 자영업자들에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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