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아닌 절망의 생지옥이었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일 대구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의 운영 주체가 전석복지재단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운영해 왔지만 2014년 내부고발자에 의해 각종 비리와 함께 인권 유린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결국 운영권을 반납했다. 그동안 희망원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인격모욕, 폭행, 갈취, 횡령 등 온갖 비리와 범죄가 저질러졌다. 하지만 대구시, 천주교대구대교구 그 누구 하나 이를 막지 못했다. ‘공범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대구시·천주교대구대교구 ‘공범이나 마찬가지’ 비판
경비원 A씨 “밤만 되면 새벽에 (응급차가) 들어간다”

 
지난 1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명천로에 위치한 대구시립희망원은 운영 주체가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전석복지재단으로 바뀐 첫날로 하루 종일 분주했다. 희망원 정문은 평일 오후인데도 드나드는 차량이 많았다. 새로 바뀐 재단 관계자에게 축하 의미로 보내지는 난 화분을 실은 차량도 오고갔다. 드나드는 차량 중에는 고급 외제 승용차들도 있었다.

희망원 정문 앞은 의외로 조용했다. 각종 비리·범죄와 관련해 그 흔한 현수막 하나도 없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앞에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주민, 학생 등이 희망원 앞을 지나다녔지만 특별한 눈길을 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비리 관계자 23명
결국 법정에

 
희망원 사태는 2014년 일명 ‘쪽지사건’으로 불리는 익명의 내부고발자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 한 직원이 각종 인권유린 상황과 비리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지역 시민단체 등에 전달했다.

이후 지역의 42개 시민단체는 인권 유린 및 비리척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발족하고 위탁운영을 하던 천주교대구대교구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희망원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총 309명이 사망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망자 중 상당수가 직원들이 생활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응급 조치조차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병사로 처리된 201건을 확인한 결과 21건이 병사가 아닌 것으로 판단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검찰은 특별수사에 들어갔다. 수사결과 비리 관계자 23명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희망원 전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감금, 급식비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하는 한편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총 25명을 입건해 이중 7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희망원 관계자 23명은 시설 관리 소홀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이에 교구와 대책위 양측은 지난 4월 29일 이들에 대한 전원 사표수리를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했다.

희망원 전 원장신부 등 12명의 사직서 처리는 완료됐지만 나머지 11명은 앞선 사표제출에 자의성이 없었다며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에 대책위는 조환길 대주교에게 책임을 물으며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집단농성에 돌입, 지난달 24일 자정께 2명을 제외한 9명에 대한 사표처리 완료를 재약속받았다.
 
“희망원에 가면
희망 없다” 소문

 
희망원은 전국 3위 규모의 대형 사회복지시설이다. 대구시로부터 매년 90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희망원 내에는 4곳의 시설이 있고 노숙인과 장애인 등 1200여명이 집단 생활해 왔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숨겨 왔던 생활인 과다사망과 강제노동, (성)폭행, 부정선거, 문서파쇄, 생계비(부식비)횡령, 비자금 조성 등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 하지만 관리 주체인 대구시와 운영 주체인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만약 내부고발이 없었다면 생활인들은 오래도록 더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난 한 시민은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희망원 인근에서 경비원으로 12년째 일하고 있는 70대 A씨는 희망원의 유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희망원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갔다”고 말했다.

60여년 전 A씨가 초등학생 시절, 지금의 희망원이 대구대교구 너머에 위치해 있었는데 근처에는 공동묘지와 함께 항공대학이 있었다고 했다. 그 공동묘지에 할아버지가 안장돼 있어 한 달에 서너 번씩 인사차 들렀었는데 오고가며 희망원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다. A씨는 당시 항공대학에는 고물 비행기 한 대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희망원에는) 정신이 약간 갔다거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잡탕들을 섞어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설 관계자들이 희망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막 팼다. 그 당시에도 거기 가면 죽는다는 말이 돌았다. 거기 가면 못 나온다”고 증언했다.

A씨는 수년 전에는 거리의 부랑아들도 희망원으로 보내졌다며 “내가 아는 동생도 (희망원에서) 두 명이나 죽었다. 옛날부터 아는 놈들인데 술 먹고 잡혀 들어가 죽었다”며 “동네 술집 주민이 (시신을) 찾아봤는데 얼굴이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부터 주민들 사이에서는 “희망원에 가면 희망 없다”는 말이 돌았다며 “우리 나이 같은 사람들은 알지, 가면 깨진다는 걸, 죽인다는 걸”이라고 말했다.

A씨는 경비원 생활을 하며 새벽에 응급차가 수없이 희망원에 드나드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밤만 되면 새벽에 (응급차가) 들어간다. 문이 조르륵 열리면 들어갔다가 좀 있다가 나온다”고 증언했다.

응급차가 얼마나 자주 희망원에 드나들었냐고 기자가 묻자 A씨는 “대중없다. 거의 매달 있다”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보다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자와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연고자가 없이 죽으면 다 어디로 가냐, 실험용으로 간다. 무연고자가 죽으면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차가 희망원에서 나오면) 대구의료원으로 간다. 거기 아니면 경북대학교병원으로 간다”며 시신이 실험용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관심 절실
제2·제3 희망원 안 돼

 
A씨의 말들이 사실이라면 희망원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희망원 인근에 살던 사람들이라면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결국 대구시와 대구대교구는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제대로 된 원인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방관 속에 희망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갔다.

희망원 관리 주체인 대구시의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15일 “과거 희망원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와 비리 문제로 시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는 복지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모아 마련한 혁신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나아가 희망원을 시민 모두에게 열린 복지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6년 간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사과치고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희망원을 운영했던 천주교대구대교구도 마찬가지다. 운영권을 반납한다고 해서 지난날의 과오가 씻기는 것은 아니다.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은재식 대책위 위원장은 “희망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범죄시설은 반드시 폐쇄되고 운영재단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약자가 복지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탈 시설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희망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해결책을 제시했다. 희망원을 공적운영체제로 전환할 것과 이를 위해 새롭게 선정된 수탁법인은 3년간만 운영을 맡길 방침이다. 이후 대구시는 대구복지재단을 설립해 운영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또 문제가 됐던 희망원 내 장애인 거주시설인 글라라의집은 2018년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복지과에 가칭 탈시설자립지원팀을 신설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밖에 거주인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인권옴부즈만’ 제도를 신설하고 시설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을 파견하고, 희망원 운영방향 논의기구에 복지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희망원 정상화를 위해 대구시가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대구시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대구 시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제2?제3의 희망원은 절대로 생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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