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됐다. 매주 진행되는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재판장에서 만난 최순실 씨와는 눈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앞으로 재판정에 나올 증인들만 해도 200명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탄핵을 당해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월간조선이 6월호에 박 전 대통령의 검찰 피의자 심문조서 전문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조사내용이다. 조서 분량만 A4용지 298장이다. 일요서울에서는 월간조선이 공개한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 보도한다.

다섯 차례 조사, 심문 조서 A4용지 298장 분량
“삼성이 저에게 무엇을 해 달라는 말이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 3월 21일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1001호에서 한웅재 검사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4차례 조사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진행됐다. 검찰의 피의자 심문조서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최순실·정윤회와의 관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대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그대로 담겼다.
 
최순실·정윤회
“오랫동안 인연 있던 사람”

 
“최순실을 알고 지낸 것은 오래되었습니다. 제가 가족이 없다 보니 가족이 있으면 챙겨 줄 옷이나 생필품 등 소소한 일들을 최순실이 조용히 도와주었고 오랫동안 도와주다 보니 제 생각도 비교적 잘 이해하는 편이어서 가끔 청와대에 들어와서 밖의 여론도 저에게 들려주곤 하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 씨와의 인연에 대해 정확히 몇 년이라고 말하는 대신 오래됐다고만 밝혔다. 이미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은 최 씨를 통해 옷이나 생필품 등을 구하기도 했으며 최 씨가청와대 밖의 여론을 듣는 창구였다고 말했다.

“1998년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할 당시 제가 가족도 없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였는 데 최순실의 어머니인 임선이가 식사와 가정사 등 생활하는데 필요한 소소한 도움을 주었고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가 보궐선거 과정에서 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윤회가 비서실장 역할을 하였고 최순실이 큰 도움을 준 것은 없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없었고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했으므로 오랜 인연이 있는 최순실이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저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최 씨 어머니인 임선이씨도 언급했다. 임씨의 이름이 언론상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모습이 노출되지는 않았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임 씨가 식사와 가정사 등에 소소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1998년 보궐선거 과정에서 비서실장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최태민 목사, 최순실 씨 등에 대해 언론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최 씨가 선거운동을 돕도록 한 이유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아래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의 대답이다.

“최순실처럼 저를 도우려는 사람에 대하여 근거없는 모함을 받는다고 하여 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순실이 저와 오랫동안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고 연배도 다른 비서진들보다 높았으며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가 비서실장 역할을 한 적이 있으므로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이춘상 등이 자연스럽게 최순실의 의견을 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따로 지시를 하여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미르 등 재단 출연 지시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관련 대기업에 출연지시한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심문과정에서 안종범 전 수석의 2015년 1월 19일 수첩 메모 ‘VIP, 대기업 재단 출연, 기업문화기금 조성’을 증거로 이러한 말을 언급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사실을 부인했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한 사실이 없습니다. 또 저는 예전 정부에서 기업들에 ‘이거 내고 저거 내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하여 오히려 그렇게 하는 부분에 대하여 상당히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재단 설립에 대해 최순실 씨와 의견을 교환하거나 상의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검찰의 질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의논할 일도 아니고 의논한 사실도 전혀 없다”라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퇴임 후 운영할 생각으로 미르 및 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사실이 없고 그런 생각도 전혀 없었다”며 “개인적으로 재단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고 관심사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대가
“더러운 일이라 생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략> 제가 정치생활을 하는 동안 대가 관계로 뭘 주고받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대가 관계로 돈을 받았다고 하다니 어이가 없고 그런 일을 하려고 제가 대통령을 했겠습니까? <중략>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 저는 대한민국을 위해 임기 3년 반 하루하루를 노력했습니다. 특히 삼성이 미르·케이재단에 낸 돈까지 뇌물이라고 한다는 것인데 만약에 뇌물을 받는다면 제가 쓸 수 있게 몰라 받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공익재단을 만들어 출연을 받겠습니까? 그 돈은 제가 한 푼도 쓸 수 없습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과정에서 뇌물죄의 핵심사항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의 부탁을 대가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후원금을 받았는지 여부도 캐물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단호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조서에는 박 전 대통령의 격앙스런 감정도 그대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드냐”며 “만약에 뇌물을 받는다면 제가 쓸 수 있게 몰래 받지”라며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이 나에게 무엇을 해 달라는 말이 없었고 저도 해 줄 게 없었는데 어떻게 뇌물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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