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고용 구조로 근로자는 불안하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한국마사회가 비정상정인 고용 구조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한국마사회 전체 직원은 총 8611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규직은 10.4%에 불과한 892명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9.6%는 무기계약직, 시간제경마직, 용역업체 파견 노동자 등의 비정규직이다. 일요서울에서는 대표적인 사행성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의 비정상적 고용 구조 문제를 진단해 봤다.
 
마필관리사 죽음, 정규·비정규직 문제 아니다?
일자리창출 TF팀 구성한 마사회 ‘정부 지침 맞춘다’

  
약 90%에 이르는 직원들이 비정규직인 한국마사회는 노동조합이 총 5개다. 정규직 노조 2개, 무기계약직 1개, 시간제경마직 1개 등 한국노총 소속 4개 복수 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소속 용역노동자 조합 1개를 포함해 총 5개 노조가 운영되고 있다. 자연스레 직원들 간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제각각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 사이 위화감이 다른 공기업보다도 심하다. 최근에는 한 지방 마필관리사가 고용 구조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고용·임금 구조 문제
바뀌지 않아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새벽 1시 5분경 부산 강서구 범방동 렛츠런파크 경마장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국내 1호 '말 마사지'로 유명한 마필관리사였다. 마필관리사는 어린 말들을 경주마로 길들이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경찰은 A씨의 숙소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총 3줄의 유서에는 마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써 있었는데 A씨가 숨지기 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전직 국회의원 B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필관리사는 개인사업자인 조교사가 고용한다. 한국마사회는 조교사에게 면허를 교부하고 마방을 임대한다. 근로계약 역시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가 맺는다. 전형적인 간접고용 구조다. 급여도 기본급에 경주마 성적에 따라 성과급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필관리사의 자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1월에도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마필관리사가 불투명한 임금 구조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다.
 
마사회 측
“마사회와 계약 관계 없다”

 
한국마사회는 마필관리사 A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악한 노동 조건, 불안정한 고용 관계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달 29일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마사회 측은 “마필관리사는 개별 사업자인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개별고용제’로 마사회와는 계약 관계가 없다”며 “마필관리사 고용방식은 정규·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경마 고유 특성이 반영된 전 세계적인 공통된 고용체계다”라고 해명했다.

또 마필관리사 급여 수준에 대해 “올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필관리사(평균근속연수 6년)의 평균 연봉은 5352만 원(월 446만 원) 수준으로 홍콩, 싱가포르 마필관리사(월 250만~350만원)보다 높다”면서 “이는 마필 관리, 훈련 등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승부 조작 요구 등 외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수준으로 연봉이 제공될 수 있도록 (마사회가) 상금을 책정해 운영하는 데 따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사회는 “조교사가 사업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지속해서 교육하고 있으며, 불공정한 노무행위에 대해서 꾸준히 계도하는 등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사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마사회의 비정상적인 고용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
해고 위험 등으로 불안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가장 고용 상태가 가장 취약한 직종은 경비와 환경미화 업무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파견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총 1575명으로 제대로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해 항상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마사회 용역업체는 지난 3월 31일 제주경마장에서 일하던 환경미화 직원 2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무기계약직과 시간제경마직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모두 187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44% 수준인 4218만 원 정도다.

발권 업무, 진행, 안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5957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15시간을 근무한다. 주 5일 근무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세 시간 정도 근무하는 꼴이다. 아르바이트생이나 마찬가지다.

고용 구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마사회는 일자리창출 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다. 마사회 측은 정부가 공기업 정규직 전환 지침을 내려주면 그 지침에 맞춘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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