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 힐링위한 울림있는 음악 하고자"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차마 못하겠네/ 웃다가도 잊다가도 홀로 고요한 시간이면 스치 듯 가슴을 베고 살아오는 가여운 내사랑/ 시린 별로 내 안에 떠도는 이별 없는 내 사랑 안녕 없는 내 사랑'

'이별은 차마 못했네'는 세월호 속에서 죽어간 아이들을 기린 박노해 시인의 시이자 팝페라 가수인 구미꼬 김의 곡이기도 하다. 박노해 시인의 시에 곡을 입혀 노래로 만든 곡이다. 이번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한국의 팝페라 가수인 구미꼬 김과 그의 남편이자 듀오아임의 멤버인 주세페 김을 만나 팝페라 가수로서의 삶을 살짝 엿보았다. 

 
주페세 김(왼)· 구미꼬 김(오)
시인 윤동주의 '서시'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의 '아들아 아들아'가 이들이 만든 대표곡이다. 순국선열을 기리는 '유월에'라는 곡 등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기리고 대표하는 곡들도 많다. 대부분 한국적인 음악을 지향하는 곡들이기도 하다. 

주세페 김은 산업심리학과 전공 후 예술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평상시 좋아했던 음악 공부로 전향한 뒤 이탈리아에 유학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구미꼬 김을 만나 결혼했다. 10년 정도 함께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후 2003년 한국에 돌아왔다.

주세페 김은 전업 가수로 전향한 후 남의 음악을 부르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하자는 마음에서 작곡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30~40개를 작곡했다.

구미꼬 김은 성악을 전공했으며 여성 가수이지만 낮은 음역대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구미꼬 김의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는 한국인이다. 7세까지 일본에 살다가 이후에는 쭉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살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모진 설움의 시간이었다. 지금은 옛날에 비해서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이 많이 옅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인에 대한 반감이 매우 심했다.

일제시대 만행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교사가 갑자기 "우리 반에도 일본인이 한 명 있지? 나와!"하며 그를 불러내고는 다짜고짜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교사의 갑작스런 행동에도 그는 "왜 그러냐고?"고 물어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이유 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날들이었다.

친구들도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리기 일쑤였다. 구미꼬 김은 그런 일을 당한 이후부터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숨긴 채 페쇄적으로 살았다. 

그는 "당시에는 노래를 부를 때에도 성량만큼 내지르지 못하고 중간만 하다가 스스로 끊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나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앞에 나를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두 팔을 곧게 펴지 못하고 반만 폈다가 다시 내려버리는 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를 변화시킨 사람이 바로 남편 주세페 김이었다. 그의 위축된 모습을 지켜보던 주세페 김은 자신이 전공했던 심리학적 관점에서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인간이 하는 어떤 행위에 대한 원인을 알면 그에 대한 치료는 어렵지 않은 법이다. 이는 오직 한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후 그 트라우마를 스스로 깨뜨리고 나온 그는 일본인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썼던 김구미라는 이름을 버리고 구미꼬 김이라는 일본 이름을 사용하기에 까지 이르게 된다.

뮤지컬 페치카 기획 단계

주세페 김은 현재 최재형이라는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뮤지컬을 기획, 제작 중이다. 최재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입양에 의해 러시아로 귀화한 독립운동가로,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배후에서 도운 인물이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저격 당시 사용한 권총을 제공함은 물론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해주고 러시아에 있는 고려인들을 도왔다. 당시 러시아에 있던 한국 사람들이 그의 은혜를 많이 받았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가보훈처에서 러시아에 있는 최재형의 본가를 사들이는 등 조금씩 한국에서도 재조명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주세페 김이 기획하고 있는 페치카라는 뮤지컬은 최재형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 다양한 공연 활동

지난 3월 중국 대련 뤼순감옥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추모제를 비롯, 4월에는 한인학교 기금 모금 행사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페루 쿠스코에서 현지인을 위한 공연을 했다. 페루 리마에서도 한인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으며 5월에는 청주에서 열린 세종대왕 축제에서 두 사람은 왕과 왕비로 발탁돼 퍼레이드와 공연에 참여했다.

오는 7월에는 국제로터리 클럽 회장 초청으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공연하는 것을 비롯해 이태리 공연이 예정돼 있고, 9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축제에 참여한다. 11월에는 최재형 순국 100주기(2020년)를 기념하는 음악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현대인들 힐링 위한
울림있는 음악하고자


이들은 "요즘 사회가 너무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이라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음악으로서 그들이 병을 얻기 전에 백신을 놔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병원 종사자들이나 교도관, 경찰관 등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직업군의 종사자들에게 가서 그들을 위한 음악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리만 내는 음악인이 아니라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고, 나와 같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마음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는데 현지인들이나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동포들이 우리의 음악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반추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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