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태아때부터 귀한 존재 - 국가적으로 보호하는 특별법 만들어야

- 어린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이 곧 독립운동,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인내천 사상
- 임신한 산모 태아적 부터 한울님을 모신 귀한 존재, 국가적인 보호법 만들어야
- 천도교의 포덕은 먼저 더 많은 덕을 베풀어 나 자신이 우선 모범을 보이는 것
세계어린이 운동 발상지 비석 앞에 서 있는 천도교 이정희 교령. 비석에는 소파 방정환이 1930년 7월에 어린이 인권에 관해 작성한 글이 새겨져 있다. 뒤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은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천도교 대교당
 [일요서울 | 부산 이상연 기자] 어린이 인권운동을 주도하며 ‘어린이 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은 1930년 7월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사람이 삼십 사십 년 앞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받쳐서만 그들의 뒤를 따라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그 당시는 아이를 ‘이놈’, ‘저놈’, ‘어린 것’이라고 낮춰 부르며 여자와 아이는 제대로 된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어린이를 단지 돌봐야하는 존재가 아니라 밝은 데로 나아가고 새로워짐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여기고 어른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지금 시대에서도 앞서가는 사상이 아닐 수 없다.
 
방정환은 이놈이나 어린 것, 혹은 아이가 아닌 ‘어린’에 대명사 ‘이’를 더해 ‘어린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해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했고 어린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이 독립운동이라며 어린이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방정환의 사상은 천도교의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인내천’ 사상에서 나온다.
 
어린이를 학대하고 자기가 낳은 자식을 방임하다 못해 굶겨 죽이기까지 하고 더 나아가 여혐이라는 신조어 등장과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내리찍어 눌러야 높이 올라가는 줄만 아는 인간성 실종의 시대를 맞아 여성과 어린이를 귀하게 여기는 천도교의 이정희 교령을 만나 천도교에서 말한 인간성을 회복의 답을 들어봤다.
 
많은 사람이 천도교보다는 동학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고 있다. 동학과 천도교는 어떤 관계인지?
 
동학과 천도교는 같은 것이다. 학문으로는 동학이며 종교로는 천도교이다. 동학의 도는 천도를 말하며 초기에는 동학이었던 것을 3대 손병희 선생이 1905년 천도교로 이름을 바꾼 후 도를 천하에 크게 고하는 ‘대고천하’하게 된다.
 
천도교의 수장은 교령이며 ‘중의제’에 따라 3년마다 선거로 교령을 선출하는데 행정책임자인 종무원장을 비롯해 3원장과 각급 기관장을 통리하게 된다.
 
3.1운동은 동학을 천도교로 변경 후 손병희 선생이 주도해 펼친 국권회복운동이다. 그는 “앞으로 국권회복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터이니 내 반드시 10년 안에 이것을 이뤄 좋으리라”라고 말하고 대중화, 일원화, 비폭력 3대의 원칙으로 전개해 나갔다.
 
5월이면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이 생각난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어린이날 제정을 넘어서 파격적인 인권운동을 전개했다. 천도교의 이념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데 어떤 관계에 있는지?
 
방정환 선생은 천도교 제3세교조인 손병희 선생의 사위다. 먼저 부친인 방경수 어른이 천도교에 입교했고 방정환은 어린 시절에 천도교인이 됐다. 당시에는 천도교가 가장 큰 종단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천도교인 이였다.
 
방정환 선생은 젊은 시절 김기전, 구중회, 차상찬, 박달성 등 천도교 청년회원들과 함께 활동했으며 1921년 천도교소년회를 구성했는데 창립 당시 60명으로 출발한 천도교소년회가 한 달 만에 320명으로 불어나면서 추계대운동회를 열기도 했다.
 
천도교소년회는 창립 1주년을 맞은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서울 시내를 행진하면서 ‘항상 십년 후의 조선을 생각하십시오’, ‘어린이의 날’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어린이 인권운동을 전개했다.
 
유인물에는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올려다)보아 주시오. 늘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경어를 쓰고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주시오. 책망할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대우주 뇌 신경의 말초(末梢)는 늙은이에게도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라는 어린이를 존중해달라는 계몽적인 글을 담았다.
 
이날 밤에는 중앙대교당에서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거행했는데 당시 동아일보는 이날의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우리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당시 사회는 평균수명이 짧았던 탓에 어린이가 일찍 죽는 경우도 많았고 어린이는 아직 ‘사람’의 반열에 들어서지 못한 존재로 여겨 천대받고 학대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최시형 선생은 “도가의 부인은 경솔히 아이를 때리지 말라.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니 한울님이 싫어하고 기운을 상한다. 어린아이도 한울님을 모셨으니 아이 치는 것이 곧 한울님을 치는 것이다”라며 어른이 되기 전에 거치는 한때의 시절이 아닌 한울님 그 자체로 여기며 어린이를 귀히 대했다.
 
생명의 본질은 자유며 자유는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이 스스로 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이를 물리적으로 때려서 구속하지 말고 스스로 생명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러한 사상이 천도교에서 나오는 것이다고 내다봤다.
 
천도교는 여성회의 힘이 크다. 2001년 당시 여성회에서 호주제 폐지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천도교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1900년도 초만 해도 어린이들이 학대받았듯이 여성 또한 가부장제도 아래의 최말단에 위치하는 존재로 이중의 구속을 당하는 입장이었다.
 
천도교는 구속과 착취와 천대의 대상이던 어린이와 여성을 높임으로써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천도교 교리 정신을 구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공동체 전체의 역량을 강화해 자주독립과 후천개벽이라는 이중의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을 꾀했다.
 
1세교조인 수운 최제우 선생은 노비 중 한 사람은 며느리로 삼고 한사람은 수양딸로 삼았는데 그만큼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했고 한집안의 주인으로 여겼다.
 
천지를 부부관계에 비유해 땅이 식물을 내고 기르는 역할을 하듯 여성을 땅으로 여겨 화평한 가정을 이루는 가장 중심적이며 포용하는 존재로 한집안의 주인을 부인으로 보고 ‘가정 생활교육’에 중점을 둔 ‘내수도문’을 가르쳤다.
 
내용에는 “부모와 남편을 공경하고 내 자식과 며느리를 사랑하고 하인을 내 자식과 같이 여기며, 육축(六畜)이라도 다 아끼며, 나무라도 생순을 꺾지 말며, 부모님 분노하시거든 성품을 거슬리지 말며 웃고, 어린 자식 치지 말고 울리지 말라“고 전하고 있다. 이 또한 모두가 한울님이기 때문에 공경하고 모시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남성은 일을 저지르고 갈등과 싸움질을 만들지만 여성은 아들이 밖에 나가 일을 저질러도 어머니 된 도리로 아들을 껴안아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기에 세상을 살리고 키우고 포용한다. 부부관계에도 그러한 경향이 있어 앞으로는 부인중에 도통군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여성의 임신 또한 10개월간 뱃속에 한울님을 모신 중요한 시간이다. 임신기간 동안에는 살기를 가지고 고기를 먹는 행위 등은 삼가고 좋은 생각과 어머니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져야 한다. 여성의 임신은 한울님을 태중에 모시는 특별한 일이기에 국가에서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희 교령, 올해를 ‘포덕의 해’로 정해

이정희 교령은 올해를 ‘포덕의 해’로 정했다. 덕을 널리 편다는 뜻이다. 이 교령이 말하는 포덕은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덕을 전하고 더 많이 덕을 베풀어 나 자신이 우선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포덕을 행하기 위해서는 ”아내와 남편 간에 화목하게 지내고. 부모와 자녀 간 친하게 지내며, 고부간에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고, 가족 간에 서로 경어를 사용하며, 어린이를 행복하게 하고, 매사에 감사함과 희망을 가지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며 가정의 변화를 강조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날 제정 이념은 천도교의 어린이를 한울님같이 섬기고 귀히 여기는 사상에 바탕을 둔다. 가장 작고 힘없고 낮은 자를 귀히 여기고 모시는 마음을 갖는다면 남들보다 더 높게 올라가고자 하는 욕심으로 인해 마음을 구속시켜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되는 마음이 사라져 참 인간성을 회복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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