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洪트럼프’·‘洪키호테’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돌아왔다. 홍 전 지사는 지난 4일 오후 지지자 500여 명의 환영 속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3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그가 구상 중인 ‘홍준표 식’ 보수 재건의 명운이 이날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만약 홍 전 지사가 친박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그가 천명하는 보수 재건의 당위성은 탄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친박계도 이를 두고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친박계는 계파색이 옅은 범(凡)친박 원유철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선 기간 동안 홍 전 지사가 보여준 잇따른 ‘막말’과 ‘성추문’, 그리고 그의 정치 생명이 걸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상고심이 여전히 진행 중인 점을 들어 ‘홍준표 불가론’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폐족’의 위기에 몰린 친박계, 치명적인 결격 사유를 지니고 있는 홍준표 전 지사를 두고 갈 길 바쁜 자유한국당에 또 한 번의 ‘딜레마’가 찾아왔다는 진단이다.
 
     - 범(凡)친박 원유철 ‘급부상’, 당권레이스 ‘2파전’으로 출발
- 홍준표 체제→바른정당 합당 추진→내부 분열 심화


지난 4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귀국 이후 자유한국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됐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7·4 전당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당권 경쟁이 촉발된 것이다.

귀국 당일 정치적 발언을 삼간 채 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만을 전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던 홍 전 지사는 지난 7일 특유의 'SNS 정치‘를 재개했다. 그는 이날 “자유한국당은 이름만 바꿨지 내용이 바뀐 것은 없다”며 “주도하는 세력도 그대로이고 정책도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주도하는 세력도 그대로’라는 표현에 비춰봤을 때 홍 전 지사가 직접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내달 3일 열리는 전대에 출마하겠다고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계, ‘친洪 대 반洪’ 구도로 ‘물타기’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제를 허물고 새롭게 태어나야 자유한국당이 산다. 보수 진영이 궤멸되는 것을 가장 바라는 집단은 친북좌파들”이라며 친박계를 ‘구체제’로 폄하했다. 친박계에 일찌감치 ‘친박 프레임’을 씌워 당권 경쟁에서 도태시키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친박계는 ‘친洪 프레임’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친박 중진으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홍문종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 때 친박이 없어졌다. 이번에는 ‘친洪 대 반洪’의 대결”이라며 “(홍 전 지사) 당신이 원하는 프레임으로 마케팅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아주 뛰어난 정치적 자질이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는 결국 특정인을 구심점으로 한 ‘계파 정치’에 부정적인 민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관측된다. 이번 전대를 ‘친박 대 비박’ 프레임이 아닌 ‘친洪 대 비洪’ 구도로 전환시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리에 홍 전 지사를 그대로 대입시키려는 의도다.

홍 의원뿐만 아니라 한때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불러 달라던 같은 당 원유철 의원도 지난 4일 “자유한국당의 정치 영토를 수도권과 청년층으로 확장시키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며 “이제 새로운 기치와 깃발이 한국당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대 출마를 시사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친박계는 친박 색채가 짙은 홍문종 의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옅은 원유철 의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홍준표 원유철 2파전으로 전대가 치러질 것”이라며 “홍준표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된다면 아마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협위원장들을 시작으로 당내 불협화음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이 궤멸하고 말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실상 정치권 일반에는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된다면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미 홍 전 지사는 대선 기간에도 수차례 바른정당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초선의원 일부와 바른정당 탈당파를 제외하고는 당내 지지 세력이 전무한 홍 전 지사 입장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당내 세력을 재편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임에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힘을 기른 홍 전 지사가 결국 친박계를 내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한다.

따라서 홍 전 지사가 당 대표에 오른다면 당내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의원들 자리에 임명된 원 외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이 가장 거셀 것이다.

원내 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바른정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하게 된다면 자신들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친박계와 원 외 당협위원장들은 홍 전 지사의 대선 참패와 리더로서 자질 부족, 막말 등을 들어 ‘홍준표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당 대표로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홍준표 대표=지방선거 필패’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홍준표 대안론’을 주장하는 당내 초선의원들과 바른정당 탈당파는 홍 전 지사가 비록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지리멸렬했던 당을 추스르고 그나마 24%를 득표해 당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일부는 전대에서 경선 없이 홍 전 지사를 당 대표로 추대해 계파 갈등이라는 해묵은 뇌관도 함께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탈피해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된다면 당내 권력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 당내 분위기는 전박적으로 홍 전 지사에게 유리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자유한국당 내에서 홍 전 지사를 꺾을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기도 하다. 사실상 ‘폐족’ 위기에 몰린 친박계를 제외하고 그나마 영향력 있는 인물이 홍 전 지사뿐이라는 것이다.

洪체제, 외연 확장 불가능할 것… 해결책은?

그렇다고 해서 홍준표 체제가 쇄신이 불가피한 자유한국당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된다면 특유의 카리스마로 핵심 지지층을 다시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미지의 반향이 이중적이라 외연 확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다.

기자가 만난 한국당 내 관계자들 역시 홍 전 지사가 당 대표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이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얻은 24%의 지지율이 한계일 것”이라며 “이 역시 야권 후보가 안티 세력이 많은 문재인이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다음 대선에 야권 후보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출마한다면 24%는 꿈도 못 꿀 지지율”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홍준표 하면 극우, 수구꼴통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라며 “혁신적 이미지를 갖춘 당 대표가 절실하다. 친박계는 물론이고 홍 전 지사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혀를 찼다.

또한 이들은 당 대표야 인물이 워낙 없는 탓에 홍 전 지사로 갈 수밖에 없다 쳐도 당 내 소장파 의원들마저 쇄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당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해당 관계자는 “70% 정도 되는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위기 국면에서 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강력한 당내 투쟁을 벌였던 과거의 소장파와는 너무도 다르다”고 우려를 표했다.

충청권의 한 중진의원 역시 “초·재선 의원들이 너무 약체다. 당이 이 같은 위기상황에 빠졌는데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다”며 “과거 같으면 당이 서너 번은 뒤집혔을 것”이라고 했다.
홍 전 지사를 지지하고 있는 그룹은 바른정당 탈당파와 당내 초선의원들이다. 당내 역학구도로 인해 홍 전 지사의 당 대표 당선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결국 이들 그룹이 당 혁신에 앞장서 당내 정풍운동의 시발점이 돼야만 홍 전 지사가 가지고 있는 아킬레스건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침묵해온 소장파가 지난달 31일 초·재선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당 혁신방안 논의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박찬우 초선 간사는 “당의 뿌리부터 바꾸는 것을 초·재선의 힘으로 해내자는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洪으로 바른정당 꺾을 수있을지 ‘미지수’

한편 또 다른 관계자들은 바른정당 탈당파가 한국당에 재입당하자 한국당 지지율이 급락했던 점을 들어 당 쇄신 과정에서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도 철저히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분오열된 보수를 통합한답시고 ‘가짜 보수’까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박 정부 전성기에 집권당 대표를 2년이나 한 인물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가장 앞장섰다”라며 “그들이 아니었다면 보수 세력이 지금처럼 비참하게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짜 보수’를 거름종이로 걸러내는 과정과 ‘젊은 보수’를 대거 수혈하는 과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전 지사를 향한 당내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또다시 커지게 된다. 먼저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바른정당에게 패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가짜 보수’가 되고 바른정당이 ‘진짜 보수’가 됨을 의미한다.

바른정당은 창당 후 꾸준히 ‘개혁 보수’를 외치며 자신들의 색채를 강화해 존재감을 부각한 반면 홍 전 지사는 대선 후보 당시 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재입당을 승인한 탓에 TK와 60대 이상 충성층의 지지까지 잃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홍준표 전 지사의 당 대표 당선을 높게 점쳤던 한국당 내부 분위기도 점차 원유철 의원과의 ‘박빙’ 구도를 전망하는 기류로 바뀌는 모양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된다.  

                             - 알림 -

본지 1206호 1면 제목 '7월 全代 불붙은 한국당’에서 '全大' 를 '全代'의 표기 오류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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