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상승 ‘쑥쑥’

저가항공사 진에어의 새 캠페인 '바른휴가운동' 이미지.<뉴시스>
직장 내 고용 환경 개선, 국가대표 응원 등 사회 이슈가 주제
이미지 개선 위한 일회성 홍보수단일 경우 오히려 ‘악영향’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최근 기업 색을 숨기고 공익성을 높인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이 늘었다. 이들 기업의 TV광고, 캠페인 등에서는 자사 제품, 브랜드와는 관계없는 사회 이슈들이 주제가 됐다.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기도 하고, 한국의 문화와 스포츠를 알리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긍정적’ ‘기업 이미지 좋게 만들려는 것일 뿐이다’ 등의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바른 휴가 운동’이라는 캠페인 영상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캠페인 영상은 ‘한 글자 편’을 시작으로 ‘다섯 글자 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됐으며 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상황을 에피소드로 유쾌하게 각색했다.

이 중 ‘두 글자 편’이 지난달 26일 공개됐는데 이 영상에는 휴가 ‘왜 가’ 아닌 ‘잘 가’를 외치는 직장인들의 모습과 ‘휴가에 이유 따윈 필요 없다’는 문구가 나온다.

언뜻 보면 공익광고 같은 이 영상은 저가 항공사 진에어의 새 캠페인 홍보 영상이다. 영상에 진에어를 알리는 문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진에어는 바른 휴가 운동 캠페인을 통해 직장인들의 자유로운 휴가 사용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또한 바른 휴가 운동 캠페인에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참여한 기업의 직원들에게 진에어 항공권 구입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 TV광고, 캠페인 등을 실시할 때 자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기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제고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 알바천국의 TV광고. <뉴시스>
  기업 로고 아예 없기도

이런 기업들의 TV광고, 홍보물 등에는 해당 기업의 로고가 잠시 등장하거나 아예 기업 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광고 내용만 봐서는 어떤 기업의 광고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와 같은 홍보를 지속해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온라인 구인구직 기업 알바천국이다. 공익 광고 같은 기업 광고를 지속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최근 알바천국의 TV광고에는 ‘정의로운 나라’ ‘평화로운 나라’ ‘공부하기 좋은 나라’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여성이 당당한 나라’ ‘노후 걱정 없는 나라’ 등 문구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광고 마지막에 ‘아르바이트하기 좋은 나라도 만들어 주실 거죠’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광고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노출돼 온라인 동영상 포털 유튜브에서 조회수 2백만을 넘기는 등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알바천국은 지난해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주휴수당을 제공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지속적으로 공익적 메시지를 담은 홍보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CJ그룹도 최근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라는 공익적 메시지를 담은 TV CF를 론칭했다. CJ는 광고에서 ‘KOREAN MADE LIFE STYLE’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문화 강국 국민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건설, 자동차, 유통, 투자, 스포츠 등 사업을 영위하는 한라그룹의 경우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TV광고를 지난달 18일 론칭했다.

해당 광고에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애환이 나오며 ‘아이스하키 변방 국가 대한민국이 34년 만 한일전 첫 우승, 우리는 이제 평창으로 멈추지 않는 역사를 향합니다’라는 카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홍보하려는 ‘뻔한 속셈’

기업의 공익성 광고는 마케팅 기법 중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의 일환이다. 코즈 마케팅이란 기업이 환경, 기아, 빈곤, 보건 같은 사회적 이슈를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대의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

신발 하나를 구매하면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신발 하나를 선물할 수 있다고 홍보한 다국적 신발, 의류 기업 탐스 슈즈는 3년 만에 4000% 매출을 올렸다.

코카콜라는 흰색 캔의 콜라를 출시하면서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 돕기 캠페인을 벌여 5개월 만에 22억 원을 모은 바 있다. 기업의 착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를 견인한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공익성 광고를 통해 장기불황에도 착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기업 이미지 상승을 꾀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알바천국, 진에어, 한라그룹, CJ그룹의 광고는 온라인상에서 높은 조회율과 호평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 게재된 알바천국 동영상에 대해 한 누리꾼은 “알바천국의 광고를 칭찬한다”며 “다른(구인구직 사이트) 데 보다 여기를 이용하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기업의 착한 마케팅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 국내 홍보대행업체 J사 대표는 인터넷 발달과 동시에 정보 주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며 이제 더 이상 소비자는 기업이 말하는 대로 믿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과 온라인 커뮤니티, SNS의 발달로 인해 기업들의 속사정과 역사가 낱낱이 까발려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소비자들이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기 때문에 기업들의 ‘반짝’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한 공익적 홍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조성한 이미지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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