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집중·리스크 분산 위한다지만… 오너 지배력 강화·승계 기반 형성

.<뉴시스>
돈 되는 사업 부문과 안 되는 곳 분리
지주사 전환 시 필요한 돈 줄 說지배적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 분할을 발표하고 있다. BGF리테일, 롯데시네마, 일동제약 등이 이달 초 회사 분할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회사 분할 배경엔 ‘지주사로의 전환’이 있다. 지주사로 전환을 위해 회사를 쪼개기도 붙이기도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번 회사 분할을 발표하며 주주가치 극대화, 사업성 강화, 리스크 분산 등을 이유로 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너의 지배력 강화, 승계 기반 형성 등 속내가 있다고 말한다. 일요서울은 이 기업들의 회사 분할과 관련된 진짜 속내를 들여다봤다.
 

편의점 CU를 보유한 BGF리테일이 깜짝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장 마감 후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업 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신설 회사인 BGF리테일이 편의점 등 사업 부문만 가져가고 분할된 지주 회사격인 BGF가 나머지 사업 부문을 영위하게 된다. 분할비율은 BGF가 65%, BGF리테일이 35%다.
 
BGF리테일은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며 각 사업 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시네마 사업본부도 오는 9월 1일부터 별도 법인화한다고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8일 정기이사회에서 롯데쇼핑 시네마 사업본부를 ‘롯데시네마 주식회사’라는 독자적인 법인으로 분할하는 내용의 안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유통사업과 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각각의 사업규모를 키워나가기 위함이라고 발표했다.
 
일동 떼고 후디스로 분할
 
분할 방식은 롯데쇼핑이 시네마 사업부 순자산을 영업 양도하는 현물출자 방식이다. 3516억 원 규모 순 자산을 양도해 신설법인 롯데시네마 주식회사(가칭)를 설립, 이 회사의 주식 100%를 롯데쇼핑이 취득해 계열 편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주사 전환 작업이 한창인 일동제약그룹도 후디스와 일동제약으로 분할이 예상된다. 지난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를 열고 일동제약에서 독립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해당 회의에서는 일동제약과 분리를 전제로 로고 변경에 관한 내용을 논의했다. 일동후디스 내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동제약으로부터 공공연히 독립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해당 회의에서 이 회장은 일동을 떼고 ‘후디스’란 사명으로 변경할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라고 전했다.
 
롯데시네마 상장? 매각?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기업들의 회사들의 분할 이유는 계열사 독립으로 주력 사업을 극대화하고 기업 재평가받기 위함이다. 또 이 과정에서 모회사가 가진 부채, 리스크 등도 나눠질 수 있다. 국내에는 1997년 외환위기인 IMF 때 기업 매각, 구조조정 등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실시되기 시작했다.
 
한 증권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BGF리테일의 지주사 전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편의점 사업만 신설 회사로 남긴 것은 주력 사업을 극대화하고 재평가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며 향후 구조조정에 용이하도록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분기 말 BGF리테일에서 편의점 사업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7.4%, 영업이익 비중은 96.8%다. 광고·홍보, 골프장 등 기타 사업은 모두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될 BGF가 가져간다.
 
롯데쇼핑이 밝힌 시네마 사업부 독립도 영화사업의 집중 투자 등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오는 10월로 예정된 롯데 지주사 설립을 위한 ‘초석’이란 설이 지배적이다. 이에 독립 출범할 롯데 시네마의 상장, 매각 등 다양한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 지주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 지분을 일정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로부터 롯데 지주의 계열사 지분 매입 과정에서 비상장사인 롯데 시네마 등을 상장시켜 자금을 확보하거나 사업 분리 후 매각시킬 가능성 등이 전망됐었다. 따라서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롯데 시네마의 독립도 그 일환이라 분석되며 상장 혹은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동후디스도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 중 분리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 재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일동제약의 지주회사가 될 일동제약 홀딩스는 윤원형 회장이 경영권을 갖고 있고, 후디스는 이금기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984년 대표이사 사장, 1994년 일동제약 회장이 됐다. 그가 일동후디스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 계기는 1998년 일동제약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를 비롯한 직원들이 회사 회생을 위해,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 서다.
 
이번 회사 분할 후 이 회장 아들인 이준수 일동후디스 사장의 승계 절차도 함께 이뤄질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이 회장이 84세의 고령인 데다 이 사장이 지난 2015년 취임한 이후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일동후디스 지분을 6.7%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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