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울고 기업 쾌재…무슨 일?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재발로 육계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사태로 몰고 갔던 바이러스 유형이 산란계 중심이었다면 이번 H5N8형은 육계 중심으로 감염된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오리와 닭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악재를 만난 육계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농장주는 울고 기업은 쾌재를 부른다는 모순적인 말이 전해지고 있어 개별 농장주를 더욱 서럽게 만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상 마저 줄까?”…억장 무너지는 농가
복날 앞두고 시장서도 한 숨, 방역대책 시급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보상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말하며 업계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아직 H5N8형 바이러스를 잡지 못한 상황이고, 전염지역에서 살처분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최초 발원지에서 오리와 닭이 얼마만큼 외부로 반출되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농장주들 사이에서 ‘기업이 쾌재를 부른다’는 소문이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산란계를 중심으로 최악의 사태에 달했던 농장의 피해보상액이 현저히 낮았던 반면 기업들은 보상금까지 챙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탁상행정 보상액 책정될까…벌써부터 부담

지난해 12월 AI가 다소 진정된 직후 농림축산식품부는 AI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육계 1마리에 128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최근 5년간 양계농가의 연도별 소득 중에서 최고와 최저를 기록한 해를 빼고 나머지 3년의 소득을 평균해서 계산한 결과 128원이 산출됐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양계농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산출된 보상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계열화 양계(기업이 위탁한 양계)농가의 올해 마리당 사육비(육계 기준)는 486원이다.

계열화 농가는 일부 축산 대기업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닭을 출하할 때 기업에서 사육농가에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다. 사육비가 곧 농가소득인 셈이다.

2010년 이후 계열화 양계농가의 마리당 평균 소득은 400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여기에다 정부는 2014년 AI 발생 당시에 마리당 보상금을 345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양계농가의 평균 소득은 400원대가 유지됐는데 불과 2년 새 정부 보상금은 3분의 1로 추락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계열화 농가가 아닌 일반 양계농가까지 합쳐서 평균 소득을 계산해 보니 보상금이 2014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계농가의 91%(육계 기준)는 이미 계열화돼 있다.

뿐만 아니다. 계열기업들은 살처분 보상금까지 챙겨 농가를 두 번 울게 만들었다. 당시 농식품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살처분 보상금은 닭 소유주인 하림, 동우와 같은 계열기업들에게 주어지고 계열기업들은 통상 받은 보상금중 20% 정도를 농가들에게 떼어 주고 있다.

AI가 기승을 부려도 계열기업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공급과잉 해소, 구조조정 등으로 실속을 챙겨온 것이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AI파동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닭고기와 달걀 계열화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이라며 “이제 이들 기업이 고통과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육계업계가 사태 진정 이후 보상액이 현저히 낮아질 것을 두려워한다. 오리와 육계 농장의 경우 대기업에 속해 있는곳보다 개인적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한 농장주는 “오리를 키워 납품하는데 올해는 살처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에선 탁상행정으로 보상을 할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될 것이다”며 불편해 했다. 

복날을 앞두고 시장 곳곳에서도 한숨이 들린다.  정육점을 운영 중인 A사장은 “복날이 가까워지면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게 삼계탕 보양식인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소비자는 물론 장사하는 사람들도 부담을 안고 있다”고 했다.

치킨집도 울상이다. 주 재료인 닭고기 값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본사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닭고기 값 고공행진...붙잡을 대안이 없다

한편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는 지난 2일 제주를 시작으로 소규모 농가 위주로 확산되고 있다.

발생 농장수는 제주1, 울산3, 양산1 등 총 5곳으로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됐다. 제주에서 발생한 H5N8형 AI는 육계와 오리 등을 중심으로 전염된다. 앞서 산란계 위주로 전파됐던 H5N6형과는 다르다. 

H5N8형의 경우 지난 2014년 1월 발생했을 당시, 주로 오리와 일반 육계들이 집중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H5N8형 바이러스로 인해 또다시 일반 육계를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삼계탕 등 여름 닭고기 성수기를 앞두고 육계의 막대한 피해를 끼칠 조류 AI의 확산으로 인해 닭고기가 값 급등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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