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쓰다 버리는 건전지 같은 존재입니까?”

전체 인원의 10%(218명) 계약 해지 이유로 쫓겨나
 
남은 쿠팡맨들 ‘빈자리’ 채우느라 근로일수 늘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쿠팡 핵심인 ‘쿠팡맨’들과의 불협화음이 악재에 또 다른 악재를 양산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만 해도 쿠팡은 국내 유통 물류시장에서의 변화와 외연확장 등을 통해 승승장구했다. 그 배경에는 ‘쿠팡맨’이 있었다. 쿠팡은 지난 3년간 택배기사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며 고용 실험에 나섰다. 이어 2014년부터 도입된 로켓배송이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쿠팡의 기업이미지는 날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달 전·현직 쿠팡맨들은 ‘비정규직 대량해직 사태 해결 탄원서’를 제출하며 임금삭감 및 부당해고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요서울은 전직 쿠팡맨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쿠팡의 문제점을 낱낱이 살펴봤다.
 
쿠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진행해 왔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상품을 직접 매입·직접 배송 방식을 도입했다. 택배회사를 통한 위탁배송이 이뤄지면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될 때 서비스 관리를 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2014년 당일 배송이 원칙인 ‘로켓배송’까지 도입하며 신속 배송이라는 차별성까지 뒀다. 이 서비스들의 중심에 ‘쿠팡맨’이 있다. 따라서 쿠팡의 시장경쟁력은 ‘쿠팡맨’의 손에 달렸었다.
 
이에 쿠팡은 쿠팡맨들에게 ‘신속배송’ ‘친철 고객 서비스’ 등을 강조하며 정규직 채용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매번 지적 대상이었던 배달사원을 정규직으로 대거 채용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실제 쿠팡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로 2015년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이 같은 서비스 도입에 대해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쿠팡은 초반 비용 부담이 크지만 서비스 개선이 곧 매출로 이어진다고 판단하며 강행했다. 쿠팡의 이런 변화의 바람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2013년 매출액 478억 원에서 로켓배송 도입 이후 2014년 3485억 원, 2015년 1조1337억 원, 지난해에는 1조9159억 원을 기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것.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의 우려처럼 초고속 성장 뒤에는 쿠팡맨과 로켓배송에 따른 적자폭 급증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2015년 영업손실액이 5261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5652억 원의 손실을 내 2년간 쌓인 적자만 1조원이 넘은 것이다. 이에 쿠팡은 지난해 로켓배송 서비스 사용 가능한 상품주문금액을 기존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1만 원 늘리고, 네이버와 관계도 단절했다.
 
또 다른 대안 ‘해고’
 
76명의 전·현직 쿠팡맨은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청와대 국민인수위원회(이하 국민인수위)에 ‘비정규직 대량 해직 사태 해결 탄원서’를 제출하며 쿠팡의 임금 삭감 및 부당 해고를 폭로했다.
 
이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4월 쿠팡맨 218명이 계약 해지를 이유로 쫓겨났고 정규직 전환 약속을 어겼다”며 “쿠팡이 배송 인력을 상시 ‘인력 물갈이’하면서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요서울은 전직 쿠팡맨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현재 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4월 중순 경 출근한 아침에 계약 해지됐다. 그는 곧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본사 지침에 따라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본사와 고용노동부 등을 통한 항의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당장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항의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자는 노무사에게 해당 사례의 노동법 상의 위법 행위가 없는지 문의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노동자에게는 현행법상 해고 예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이는 쿠팡맨 입사 전 서울 본사에서 진행되는 교육현장에서 본사 업무 담당자들이 ‘고객에 감동을 주고 프로세스대로 움직이면 부당 해고도 없을 거고 정규직 전환은 무조건 될 거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의문점은 A씨가 ‘땡큐쿠팡맨’이었다는 점이다. 땡큐쿠팡맨이란 고객들에게 칭찬 인입이 많은 사람에게 부여된다. 이는 쿠팡이 강조하던 ‘신속배송’ ‘친철 고객 서비스’의 가장 적합한 인물이지만 해고로 이어진 것이다.
 
쿠팡 홈페이지 내 인재채용 페이지 근로조건에 ‘평가에 따른 정규직 전환 및 계약 연장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A씨는 이런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어떤 기준으로 계약 연장을 하는지 현재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굳이 해고 원인을 꼽자면 입사 3개월째 경미한 접촉사고가 한 번 발생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나 큰 사고가 아닌 앞차 뒷범퍼를 받았고 뒷범퍼를 가는 정도며, 쿠팡에서 입사 3개월 이전에 발생한 사고의 경우 평가 기준에 반영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해고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배경에 대해 “쿠팡이 외국인 오너를 2월경 영입했는데 그 오너가 사고 발생한 쿠팡맨을 모두 자르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악순환의 연속
 
또 다른 전직 쿠팡맨 B씨는 A와 다르게 정규직 근로자였다. 그는 “해고와 관련해 제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억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입사한 쿠팡맨들은 주 5일제 근무자들이 다수다. 그러나 이번 집단해고로 인해 강제적으로 주 6일제를 하고 있는 쿠팡맨들이 있다”며 “현재 현장에 있는 쿠팡맨들이 대거 해고당한 쿠팡맨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해고당한 쿠팡맨들이 쓰다 버려진 건전지 같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통탄스러울 뿐이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쿠팡 측에 관련 내용과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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