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높은 해외 현지시장에 대규모 투자 나서

‘롯데’ ‘신세계’ ‘CJ’ 베트남 시장 선점에 박차
 
IT 시장 1위 자리 위협에 수성 나선 ‘삼성’ ‘LG’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으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맞이한 국내 기업들이 다른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베트남’ ‘인도’ 등을 기회의 땅으로 삼았다. ‘롯데’ ‘신세계’ 등은 베트남 현지 소비재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어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또 CJ제일제당은 베트남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등 현지 유통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에는 IT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활발하다. ‘삼성’ ‘LG전자’ 등이 미국·중국·일본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점유율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일요서울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현지시장에 발 들이는 기업들의 목소리와 기업들의 행보에 주목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시장 ‘투자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를 맞은 국내 대기업들은 다른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한정된 중국시장에서 사드 보복 사건 등이 다시 발생하면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수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또 중국 시장 외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성, 값싼 노동력, 많은 소비인구, 수익창출 가능성 등이 해외 시장 집중의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혀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국내대기업들 중 소비재 기업들은 베트남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는 모양새다.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와 중국사업 철수를 밝힌 신세계가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베트남 현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롯데는 베트남에서 1996년부터 식품·유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 베트남 호찌민시에 베트남 12호점인 고밥점을 개장했으며, 7월에는 중부 냐짱(Nha Trang) 지역에 베트남 13호점을 냈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베트남 호찌민시 뚜띠엠 신도시 지구에 10만㎡ 규모로 조성되는 ‘에코스마트시티’ 가운데 5만㎡(1만5천평)를 백화점·쇼핑몰 등 상업시설, 호텔·레지던스 등 주거시설, 사무실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에코스마트시티’ 개발 계획을 확정한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등으로 철수 예정이 있냐는 질문에 “중국에서 마트만 진출한 것이 아닌 다양한 계열사가 투자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드 때문에 사업을 접고 들어오는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안 되기 때문에 베트남 진출이 아니다. 원래 추진을 하는 곳이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이미 베트남에 롯데리아 진출을 시작해서 10여개 계열사가 사업을 하고 있다”며 “롯데마트만 해도 호찌민 시에서 이미 유명한 명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시장 진출에 활발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한국 문화콘텐츠·한류문화 등으로 (베트남 내 한국)이미지가 좋다”며 “베트남 같은 경우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지 않아 경쟁, 성장률 면에서 괜찮은 나라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사업 확장에 적극적

신세계그룹은 주력사업인 이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에 맞춰 베트남에서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호찌민시 고밥 지역에 베트남 1호점을 운영 중이며, 호찌민 시 2호점 개장도 준비 중이다. 이마트는 오는 2020년까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등 다양한 형태의 상업시설 등에 투자하고, 호찌민을 교두보로 본격적인 베트남시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중국 사업 철수에 대해 “사드와는 전혀 상관없다. 수익성이 안 좋아져서 여러 시도들을 했지만, 그 시도들이 생각처럼 되질 않아서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력 해외 사업에 대해 “이마트에서는 몽골과 베트남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해외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국가별로 진출을 모색하다가 조건이 맞는, 승산이 있다고 보는 국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상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협업해 노브랜드 상품을 수출하는 거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진출 판로 개척’과 합치해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롯데와 신세계의 베트남 내 경쟁구도에 대해서는 “저희는 저희대로 영업을 하는 거다”며 말을 아꼈다.
 
식품·식자재 기업인 CJ도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베트남 생선 가공업체 민닷푸드를 15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김치업체 옹킴스를 인수하고 육가공 식품업체 빗산 지분을 매입하는 등 베트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 및 단체급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 최대 외식기업인 하노이 골든게이트와 손잡고 현지 식자재 유통 사업에 진출했으며,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의 국영 유통기업 ‘사이공 트레이딩 그룹’과 업무 협약(MOU)을 맺고 현지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인도 시장 노리는 IT 기업들
 
인도에서는 국내 IT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 진출에 대비해 ▲공장 착공 ▲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 등 투자를 이어가며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13억 명 인구를 보유한 국가이며, 높은 성장률, 젊은 인구 구성, 급진적으로 향상 중인 생활수준 등이 IT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앞서 인도 시장은 1990년 중반과 후반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 진출했다. 꾸준한 투자와 홍보를 이어간 결과 두 업체는 인도 내 IT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의 IT기업들이 두 업체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애플도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 수성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각)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서 신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이 신공장에서는 2020년까지 약 8500억 원을 투자해 현재 월 500만대인 휴대폰 생산량은 1000만대, 월 10만대인 냉장고 생산량은 20만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인도 진출 20주년 맞이 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 선호 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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