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집안싸움’에 지지율은 바닥…‘진퇴양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박지원 전 대표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여소야대 정국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캐스팅 보트의 첫 시험대가 된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입장이 달라지며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와 최대한 ‘협치’하고 야당으로서의 견제와 기능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야당과 민심 양측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형국이다. 같은 인사청문 후보자를 두고 당내에서 서로 다른 입장이 나와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 지지율은 바닥 수준이어서 캐스팅 보터는커녕 존재감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인사청문회 정국서 여러 차례 입장 ‘선회’…내부 잡음도
정체성과 호남 민심 사이 ‘갈팡질팡’…“내년 지방선거 중대 기로”

 
국민의당은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 후보자 적격 여부를 두고 여러 차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국민의당에게 ‘사쿠라 정당’, ‘여당 2중대’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 전에는 반대 기류가 강했다.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되자 기류가 바뀌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김 후보자가 대표적 재벌 개혁론자로 평생 헌신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심(黨心)’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던 국민의당은 지난 8일에야 조건부 보고서 채택에 합의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위장 전입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과 대신 “양해 바란다”고 하자 ‘대승적 협치’를 내세우며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가 이틀 째 열린 지난 8일, 관련 의총 논의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당초 ‘본회의 인준안 표결을 통해 각자 의사를 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가 ‘청문회 후 보고서 채택과 표결 방향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고 정정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박 vs 박
‘집안싸움’

 
특히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대해선 서로 다른 발언이 나와 ‘집안싸움’을 연상케 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반면, 박지원 전 대표와 중진인 정동영 의원은 강 후보자가 외교부 개혁의 적임자라고 밝혀 ‘엇박자’를 냈다.
 
더욱이 박지원 전 대표는 강 후보자뿐 아니라 김상조·김이수 후보자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는 한편, 문 대통령의 각종 정책과 지시에 찬사를 쏟아내자 ‘문생큐’ 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매일 아침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던 ‘문모닝’에서 ‘문생큐’로 180도 바뀌자 정체성 논란을 한층 가중시켰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SNS 등에서 잇따라 당과 다른 입장을 내비치자, 국민의당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CBS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를 겨냥해 “국회의원들이 개인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당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는데 개인 의견을 밖으로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할 점이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전에는 그렇게 ‘문모닝’을 외치더니 요즘 보면 입장이 확 달라진 것 같다”며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이후 한 자릿대로 추락한 뒤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으로서의 정체성과 호남 민심을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민심도 놓치고 정체성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심은 최근 국민의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 철회 입장을 밝히면서 폭발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의 항의성 접속과 게시물이 폭주해 마비 상태에 빠졌다. 홈페이지 내 소통 코너인 ‘국민광장’은 지난 8일부터 접속이 마비돼 현재 9일까지도 복구되지 않고 있다.
 
‘난제 중 난제’
합리적 진보·개혁적 보수 ‘끌어안기’

 
사실 국민의당의 정체성 논란은 창당 초기부터 있었다.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표방해 제3의 정당으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도저도 아니다’, ‘어정쩡’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온 게 사실이다. 최근의 ‘널뛰기’ 행보는 대선 이후 여전히 당의 노선이 통일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당 중진 의원들과 초선·비례 의원들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입지 구축에, 초재선 의원들은 통합론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21대 총선(2020년)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목표가 엇박자를 나타나면서 향후에도 당 노선과 정체성 논란에 부닥칠 공산이 커 보인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지역주의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며 “어느 계층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를 대변할 것인가 확실히 정체성을 가지고 당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지방 선거가 국민의당의 중대 기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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