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한국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각기 취임했다. 두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새 대통령과 새 정권이 탄생했다. 그러나 한·미 두 나라 관리들의 새 정부에 임하는 태도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일부 관리들은 새 정부를 위해 서로 과잉 충성 경쟁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새 정부에 아첨하지 않고 국가 공복으로서 오른 말을 하며 원칙을 지켜나간다. 때로는 고위직 관리들이 국가를 위해 새 정부에 맞서 바른 말을 하다가 파면된 경우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내세웠고 취임하면서 일자리 창출 쪽으로 초점을 모아갔다. 그러자 관련부처에서는 서로 앞 다투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며 나선다. 관계부처 관리들은 “돈을 더 들여 일자리를 늘리겠다.” “당장 내년부터 예산을 더 투입해서 공무원을 더 늘리겠다”는 등 새 권력에 비위를 맞춘다. 
새 정부의 국정기획자문회의는 저 같이 마구잡이로 나서는 관계부처의 일자리 창출 방안 제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국정기획측은 도리어 관련 부처에 서둘지 말도록 당부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기획측은 “방향은 맞지만 뒷감당 생각도 하면서 지속 가능하게 합시다....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무리 없이 돌아가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하였다. 박근혜 전 정부 시절엔 세금 풀어 만든 일자리는 얼마 못 간다며 반대했던 바로 그 관리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 세금 퍼주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22일 “현재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과 방북 요청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년 동안 민간단체들의 방북 허가를 거부했던 통일부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 입장을 손바닥처럼 뒤집었다. 이어 통일부는 5월31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 접촉신청을 승인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한국 처럼 원칙 없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소신을 버리고 가볍게 돌아서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임시적으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러자 샐리 예이츠 법무부 장관대행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옳지 않다며 법무부 직원들에게 변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예이츠 장관대행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정의를 추구하고 옳은 것을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예이츠 장관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곧 바로 해임되었지만, “정의”에 반하는 대통령 명령에 대한 불복은 미국 관리들의 소신을 반영하기에 충분했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정의와 옳은 것을 대변”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발언과 행동을 굽히지 않고 밀고 갔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직접 언급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트럼프 타워 도청 의혹에 대해 정보가 없다며 수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기간 트럼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수사에 착수했다. 코미 국장도 트럼프에 의해 해임되고 말았다. 
예이츠와 코미의 바른 말과 행동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국가를 위해 흔들리지 않는 미국 관리들의 기본자세를 확인케 한다. 바람 부는 쪽으로 눕는 풀처럼 권력 따라 눕는 우리 관리들의 비굴한 처신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헌법 7조는 공무원의 책임과 관련,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기하고 있다. 일부 관리들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권력자에 대한 봉사자로 아첨한다. 새 정권에 알랑거리는 관리들이 설치는 한 문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결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수 없다. 국가 장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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