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변경 준비도 없이 무리한 선정…시민 혈세 낭비 지적
A은행·Y구, 관련 의혹 전면 부인 ‘진실 게임’

 
최근 A은행이 서울 Y지역구 금고(金庫)를 따내기 위해 S구청장(62)의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고는 오랜 기간 다른 은행이 관리했던 곳으로 지난 2014년 말 A은행이 입찰을 따내 현재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A은행은 당시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게 지역구(自治區) 금고 인수를 시도했고, 제1, 2 금고 인수 시기는 각각 S구청장의 두 차례 재선(再選) 직후였다. 기존 B은행의 두 배에 달하는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A은행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시작해 오는 2018년 12월 말까지 Y지역구의 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이곳은 1000억 원대 기금을 관리하는 제1금고와 입출금 및 세금 납부 업무를 맡고 있는 40억 원 규모의 제2금고로 나눠지는데, A은행은 2014년 말 지역구에서 제시한 금고 경쟁 입찰에서 B은행을 밀어내고 제1, 2 금고의 운용권을 모두 가져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A은행과 S구청장 간의 모종(某種)의 거래(去來)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선 구의원 출신인 S구청장은 1998년 처음 선출돼 2010년 재임에 성공했다. 2014년 또 다시 재선에 성공해 현재 구정을 이끌고 있다.
 
당시 행정자치부가 광역시 아래 자치단체가 구(區)금고를 자율 입찰하는 여지를 남겨뒀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동안 B은행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던 자치단체들은 단 한 차례도 다른 은행으로 바꾼 전례가 없었다. 꾸준히 사용해 오던 전산시스템이 교체될 경우 발생할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었고, 은행이 입찰 시 제공하는 출연금에도 은행 간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행자부는 B은행이 지목하는 수의계약을 없애고 오직 자율계약만 하도록 조례(條例)를 바꾸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5년 1월∼2018년 12월 말까지 금고 입찰에서 B은행 운용권을 바꾼 곳은 Y구를 빼곤 단 한 곳도 없었다.
 
A은행은 B은행의 제1, 2금고 관리권을 가져오기 위해 차례로 수순을 밟았다. A은행은 소규모인 제2금고부터 먼저 Y구에서 넘겨받았다. 제2금고는 세금 납부와 입출금을 맡은 40억 여원의 자산을 가진 금고였다. 이 과정에서 S구청장 아들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유례없는 금고 관리권 이전에 따라 당시 업계에서 불거진 의혹은 S구청장 아들의 A은행 입사였다.
 
4명의 A은행 내부 고발자들은 지난해 S구청장 아들 특혜 채용과 관련된 내용을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정부합동부정부패신고센터에 제보했다.
 
제보된 문건에 따르면, 1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S구청장은 2010년 말에 제2금고 운용권(2011년∼2014년 말)을 B은행에서 A은행으로 넘겨줬다. 이 과정에서 아들이 A은행에 입행했다. 사건의 진행 상황을 보면 지난 2010년 6월 구청장에 당선됐고, 2010년 A은행 하반기 공채에 아들 S씨가 입행했고, 2010년 12월 A은행은 2금고 운용권을 가져간 것이다.
 
당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노리고 출연금 외에도 통 큰 인사 로비 등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은행은 곧바로 금고와 본점과의 창구 역할을 하는 L지점으로 아들을 발령냈다. A은행 직원은 “당시 S씨가 대리급 은행원 치고는 구 금고 유치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내부고발했던 제보자들은 당시 A은행 본점 기관고객부에서 시·도별 금고 유치 및 관리 업무를 맡았다. 기관고객부는 공공기관이나 대학·병원 등의 금고를 운영·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의 원래 목적은 제1금고 관리권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해당 금고는 2010년∼2014년 운영기간이 끝났고, 두 번째 입찰시기는 공교롭게도 지방선거와 맞물렸다. 2014년 12월 제1금고 경쟁입찰이 시작되자 A은행은 지역구에 출연금으로 B은행의 두 배에 달하는 17억 5천만 원을 제시하고 제1금고 관리권을 가져갔다.
 
S구청장이 재임에 성공하자 아들은 곧바로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다. 당시 S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제1금고 선정에 앞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일부러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은행 측이 아들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제1금고 입찰을 앞두고 구설(口舌)에 오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것.
 
한발 더 나아가 A은행은 금고 관리권을 인수한 뒤 S씨를 해외지점으로 보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신입 행원이 해외지점으로 파견됐다는 점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A은행 관계자는 S구청장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해 “S씨는 2010년 하반기 채용에 앞서 2009년에 인턴으로 근무했다”며 “해외 연수도 직위와 관계없이 실적이 있으면 다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해당 지역구만 관리권이 이전됐다는 점, 특히 A은행이 B은행의 두 배에 달하는 입찰금을 써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시스템 자체가 B은행으로 돼 있었고, 상급단체와 연계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구는 금고 관리권을 타(他) 은행으로 바꾸지 않았다”며 “유독 A은행만 관리권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A은행은 17억 5천 만 원을 출연했지만, 전산시스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B은행 시스템을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A은행의 구 금고 운영권과 S구청장 아들의 A은행 입사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A은행이 당시 전산시스템 변경에 대한 대비 없이 100년 동안 지속돼 온 B은행의 아성을 깨는 과정에서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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