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ICBM 대비 첫 요격시험 성공

사전에 세심하게 관리된 조건 하에서 시험 성공
북한이 불쑥 날리는 미사일도 요격할지는 미지수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비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실시한 첫 요격시험에서 성공했다. 미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이번 요격시험은 태평양 마셜군도의 콰절런 환초에서 미 본토를 향해 미사일로 가상 공격을 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반덴버그 공군기지 내 지하 격납고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태평양 상공 외기권, 즉 우주 공간에서 미사일을 격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시험은 북한이 향후 ICBM을 개발해 미 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요격시험은 북한이 지난달 14일 최대 사거리 4500~5000㎞의 준(準) IC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향후 2~3년 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데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미국의 미사일 요격 훈련은 3년여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이번 요격시험 성공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본질적으로 하늘 바깥에서 격추한 것으로 놀라운 기술적 묘기임이 분명하다. 미 국방부가 이번 요격 성공을 “날아오는 총알을 다른 총알로 맞힌 것”이라고 비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시스템이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수 있다는 증거로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미국의 기술 전문 월간 잡지 ‘와이어드’는 분석한다. 

이 잡지에 따르면, 2억4400만 달러(약 27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 이번 요격 시험은 최적의 조건 하에서 미국 미사일 방어능력을 선보인 일종의 유능한 연주회에 비유할 수 있다. 짐 시링 미국 미사일방어청(MSA) 청장(해군 중장)은 “복잡하고 위협적인 ICBM 목표물을 요격한 것은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시스템의 엄청난 성취이며, 이 프로그램의 중대한 이정표(critical milestone)”라고 평가했다. 

GMD란 ICBM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런데 GMD가 실세계(real-world) 조건 하에서 과연 어떤 성능을 발휘할 것이며, 미국이 시험하느라 근 20년을 쏟아온 이 방어 시스템의 최신 시범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잡지는 지적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임 1981~1989)이 주창했던 “스타워즈”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후손격인 요격 미사일을 미국이 처음 시험한 것은 1999년이었다. 그것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충분히 세게 타격해 파괴한다”는 간단한 원리에 의거해 작동한다. 이를 위해 먼저 로켓을 발사한다. 그런 다음 그 로켓이 “박멸 본체(kill vehicle)”를 방출한다. 박멸 본체에는 추진엔진 4개가 달려있고 유도장치가 내장돼 있다. 유도장치는 박멸 본체를 날아오는 미사일로 기울어지게 한다. 박멸 본체에는 폭약이 실려 있지 않다. 그것은 단지 미사일에 강펀치를 날린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실제는 다른 문제다.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참여과학자모임’의 선임 과학자이자 세계안전전문가인 로라 그레고는 “날아오는 ICBM의 속도는 시속 1만5000마일(2만4000킬로미터)로 예상되며 요격 미사일은 아마도 그보다 약간 느릴 것”이라며 “냉장고만 한 이 물체들을 우주에서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한 줄로 세우려 하는 것인데 그것은 까다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보니 미국은 1999년 이래 모두 19 차례 요격시험에서 약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3년 전의 시험은 성공했지만 그보다 앞선 3차례 시도는 실패했다. 세심하게 관리된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 시험에서 이 정도 성공률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군축 및 핵비확산 센터’의 선임 연구위원이자 미 국방부 시험평가국의 국장을 지낸 필립 코일은 “이들 시험은 성공하게끔 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자주 실패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놀라웠다”고 말한다. 시험을 수행하는 MDA는 조건을 세심하게 정한다. 그레고는 “방어자들은 표적에 관한 중요 정보를 미리 챙겼다”며 “그들은 그것(공격 미사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것이 언제 오는지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북한 등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 국방부에서 거의 확실하게 알지 못할 요인들이다. 요격 시험은 또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교란할 수 있는 미끼와 대항 수단을 감안하지 않는다. 

적성국의 교란 전술에는 미국의 발사 탐지 레이다 시스템이나 요격 미사일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를 혼란시키는 기술, 또는 날아오는 미사일의 재진입 장치와 함께 오는 단순한 풍선이 포함된다. 이런 모든 것은 미 국방부에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짐 시링 MSA청장조차 “초기 징후는 이번 시험이 그 일차적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프로그램 담당관들은 시험 도중 획득된 원격측정법과 기타 데이터에 기초해 시스템 성능을 계속해서 평가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것은 요격 미사일이 오늘 성공했지만 내일도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잡지는 지적한다. 

미국의 이번 요격 미사일 시험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미사일을 8차례 발사했다. 이들 미사일 가운데 미국 본토에 닿을 만한 것은 아직 없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을 미국은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방전문가 브루스 베넷은 “우리는 김정은에게 미국을 타격할 시도를 아예 하지 말 것을 더 강력히 설득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요격 능력 과시는 미국이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가진 요격 미사일이라고 해야 실전 능력이 불확실한 36발이 전부임을 들어 미국의 대응능력에 회의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코일은 “만약 북한이 미국에 닿을 수 있는 ICBM을 갖게 되고 그들이 우리의 미사일 방어가 작동함을 믿는다면 그들은 우리 미사일 방어를 압도할 수 있도록 갈수록 더 많은 미사일을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미국도 요격 미사일을 더 많이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정학적인 소용돌이가 생길 수 있다. 베넷은 “미국이 그것(미사일 방어망)을 너무 크게 만들면,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능력을 위협하기 시작한다”며, 그렇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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