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표적 감찰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발언은 유 전 장관은 지난 2013년 8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협회 관련 비리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노 전 차관 등을 경질할 것을 지시받은 정황 등을 설명하며 나왔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유 전 장관에게 당시 노 차관이 국무총리실에서 감찰을 받은 것을 설명하면서 내용을 통보받았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노 차관은 공교롭게도 바둑을 못 두는데, 사무실에서 바둑판이 발견돼서 업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통보됐다”라며 “오죽 잡을 게 없었으면 바둑판을 잡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유명 바둑기사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다고 한다”라고 묻자, 유 전 장관은 재차 “노 차관은 바둑을 안 두는 사람이다. 무리한 감찰이란 건 인정해야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이후 변호인이 “만약 노 차관이 바둑판을 받았다면 인사조치할 만한 사안이 아닌가”라고 묻자, 유 전 장관은 “부정청탁금지법상 어느 정도에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다”라면서도 “밤중에 공무원들 책상을 뒤지는 건 유신 시대 때나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둑판이 원래 노 차관 방에 있었는지, 노 차관이 받은 것인지는 모른다”라면서 “바둑판이 얼마인지 묻는 것은 노 차관과 저의 신뢰성·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것인데, 저는 감찰의 신뢰성·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장관은 끝으로 “직무감찰로 사무실을 뒤지는 것은 1970년대까지는 가끔 있었던 일이지만, 민주화가 되고 난 이후로 경험해본 적이 없다”라며 “노 차관 사무실 중심으로 몇 개만 뒤진 것은 표적 감찰이다. 감찰 방법도 굉장히 유치하고 치사하다”라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이 증언을 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말없이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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