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실시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후 직무수행 평가를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취임 4주차)은 84%로 김영삼 전 대통령 지지율(83%, 93년3월)을 넘어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는 탈권위적 스타일과 소통 행보 등도 있지만, 정치·사회적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하겠다.

우선 인사청문회법이 2005년 7월부터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 적용됨에 따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검증절차로 인해 내각 인선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긍정평가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우선 고향이 경남 거제시로 같고, 고교도 경남고 동문으로 같으며, 대통령도 재수 끝에 당선됐다. 여기에 전(前) 정권과 도덕적 차별성을 강조하고, 개혁(과거청산vs적폐청산) 정부를 주장한 점도 매우 비슷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깜짝 개혁’을 시도했다. 임기 초반에 금융실명제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단행하고 군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정리했다. 그러나 YS는 지지도를 믿고 과속 질주했지만 규제와 노동개혁에 실패했고, 임기 말에는 IMF환란을 초래해서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급락한 참담한 대통령이 되었다.

문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의 적(敵)은 임기 초의 높은 지지율이다. 유권자 41%의 지지로 당선된 문 대통령의 개혁 과속(過速)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민심과 여론은 뜬 구름 같고 조석변개(朝夕變改)하기 때문에 대중의 갈채에 현혹되면 안 될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만기친람(萬機親覽)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거의 모든 현안들을 업무지시를 통해 처리했다. 임기 초의 ‘사이다 식’ 업무지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여주기 식 이미지 정치와 일방적 불통(不通)정치로 비춰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진정한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내각 인선을 보면 ‘대통합·대탕평’과는 거리가 먼 ‘마이웨이 내각’이며 ‘친(親)문 코드인사’이다. 문 대통령은 ‘5대 인사불가원칙’ 기준에 걸리는 후보자들 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지난 13일 강행함으로써 정국은 가파른 여야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국 급냉은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개편 등을 어렵게 할 것이고 국정운영은 동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문제 있는 후보자들’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것은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 120석의 여소야대 의석과 국회선진화법이란 장벽을 ‘협치와 탕평’ 없이 돌파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국제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한·미 정상회담(6월 29~3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미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9일 “사드는 미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명했다. 민주당 2인자인 딕 더빈 상원 원내총무는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이 사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그 예산을 다른 데 쓰겠다”고 했다. 한국이 원치 않으면 사드를 빼겠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오너 출신으로 ‘힘을 통해 협상하는’ 스타일이다. 탄핵 위기에 내몰린 그가 한·미 동맹의 본질을 의심하고 어떤 돌발 결정을 할지 예측불허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보수와 진보, 여야 불문하고 이견 없이 동의하고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철수 결정을 내리는 데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난 5월 29일 미국이 기갑여단 철수를 발표했다. 악몽의 시나리오지만, 만약 사드배치가 철회된다면 당장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01년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불협화음이 계속 나왔으며, W 부시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이라고 부른 외교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준(準)전시’ 상태를 해쳐나가야 하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외교·안보 차원의 두 가지의 오류를 범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주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사드는 급하지 않다”며 사드배치 지연 결정을 내린 점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와 어긋난 ‘민간차원 대북접촉 승인’ ‘6·15남북공동행사 실시’ 등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이 결정한 사드 배치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도리어 일을 키운 꼴이다. 이제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서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동맹국 간의 약속을 뒤집을 경우 신뢰관계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사드배치 지연은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미국과의 기존 사드문제 합의를 지키면서 중국 측의 반발을 무마하는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낙관해선 안 된다.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외교적인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친북·친중·자주 노선의 한국과 반북·반중·자국우선 노선의 미국 간에는 이미 폭발할 수 있는 뇌관(雷管)이 내재되어 있다. 이제 보수·진보, 친미·친중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외교적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국익을 위한 다는 ‘자주외교’가 미숙한 ‘외교실패’와 ‘안보 참사’로 귀결되지 않길 기대한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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