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교류 등 협업 나서 ‘뭉쳐야 산다’

삼성-LG ‘주요 부품 개발’·KT-LG유플러스 ‘협력 유지’
 
국내 시장 위협하는 외국계 기업 견제…시너지 효과 낼 듯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가던 국내 대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특히 삼성과 LG의 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삼성과 LG는 국내 전자사업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기업들인 만큼 크고 작은 기 싸움과 자존심 싸움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협력을 통해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국내 대표 이동통신 3사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SK텔레콤의 독주를 막기 위해 LG유플러스와 KT가 경쟁사이지만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일요서울 막대한 자본력을 통해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해외 기업과 1위의 독주를 막기 위해 협업에 나선 국내 기업들의 행보를 뒤따라 가봤다.
 
삼성전자가 내민 손을 LG가 잡았다. ▲2014년 ‘세탁기 파손 사건’ ▲2015년 ‘4K 디스플레이 이의제기 사건’ ▲2016년 ‘상표권 침해 사건’ 등 크고 작은 기 싸움과 자존심 싸움으로 냉랭한 기운이 흐르던 두 업체가 사실상 처음 TV 주요 부품을 공동 개발하는 협업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형태의 부품 거래는 있었지만 상대편 계열사로부터 디스플레이를 구매한 적은 없어 이번 계약은 양사 간 첫 패널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약 70만 장을 공급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 샤프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이 샤프를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삼성전자는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여러 패널 제조사에 추가 물량 공급을 요청했다.
 
당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공급 시기는 올해 이른 하반기부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인 협력관계
 
국내 경쟁기업이 협력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샤프의 공급중단에 대해 평소 ‘삼성’에 안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의 결정으로 풀이한다. 홍하이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LCD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바일 올레드패널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한 패널 시장을 위협하는 기업이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의 두 기업에 대한 견제 행보는 적극적이다. 최근 발간한 기업보고서에 그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기조에도 글로벌 생산투자와 시장확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하이그룹은 최근 중국에 약 10조 원을 투자해 디스플레이 공장 증설을 결정한 데 이어 미국에도 8조 원 규모의 신규공장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인도에도 2020년까지 공장 10곳 이상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샤프가 자사 브랜드의 액정TV ‘아쿠오스’의 판매를 2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은 샤프의 공급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모두 채워주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경쟁 구도를 형성해온 두 회사가 LCD 패널의 공급사-고객사로 이례적인 협력관계를 맺을지 최종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격차 좁히기에 박차
 
앙숙 관계인 전자업계에 이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동통신 3사의 협력관계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KT와 스팸차단 앱 ‘후후-유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LG유플러스 가입자도 KT의 ‘후후’를 통해 스팸, 보이스피싱 등의 악성 전화번호를 사전 식별할 수 있게 됐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경우 ‘후후’ 유사 서비스로 ‘T전화’를 제공하고 있다. ‘T전화’의 경우 지난 3월 기준 가입자 13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같은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해 두 경쟁회사인 LG유플러스와 KT가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와 KT는 SK텔레콤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니 VR,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 등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칩셋과 모듈 등의 핵심 부품들을 공동 조달하는 협약을 체결하는 등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함께 나서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와 KT의 음악콘텐츠 수급·공동 마케팅 등의 협력 관계도 돈독하다. SK텔레콤은 ‘멜론’, ‘벅스’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음악서비스 전문 그룹사 ‘KT뮤직’에 지분 투자를 통한 경영에 참여했다. 이때 KT뮤직은 ‘지니뮤직’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KT는 LG유플러스와 함께 음악서비스 업계 1위 멜론과의 격차 좁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KT와 LG유플러스는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T맵’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수집해 오던 이용자의 실시간 교통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하며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를 제치고 LG전자의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 파트너로 선정될 것으로 보여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은 LG전자가 공급하는 재규어 랜드로버 카인포테인먼트에 1차 협력사로 참여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오는 7월 T맵에 음성인식 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플랫폼으로 키우고 포드 등 주요 수입차 업체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종갑 SK텔레콤 T맵사업팀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삼화빌딩에서 열린 T맵 고도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는 재규어 랜드로버와 다음 차종의 1차 협력사(티어1)를 논의하고 있다”며 “차세대 모델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의 내비게이션은 LG유플러스가 아닌 SK텔레콤과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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