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1부 리그’보다 더 뜨거운 ‘2부 리그’.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를 예측한 묘사다. ‘1부 리그’인 당 대표 경선에서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독주가 예상되자 친박계가 최고위원 출마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홍준표 대표를 다수의 친박계 최고위원이 포위하는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홍 전 지사 입장에선 2011년 친박계의 ‘흔들기’에 굴복,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던 ‘트라우마’가 떠오르게 됐다. ‘플랜 B : 홍준표 포위론’를 꺼내 든 친박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홍 전 지사의 불꽃 튀는 신경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洪, 당 대표 ‘흑역사’… 친박의 ‘흔들기’에 5개월 만에 사퇴
- 親朴·親洪 균형 이룰 시, 청년 최고위원이 ‘캐스팅 보트’
- 최고위원, ‘1인 2표’ 방식… ‘표 몰아주기’ 가능
- 바른정당 복당파 이은재·박순자… ‘당선될까’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독주가 예상되자 ‘2부 리그’인 최고위원 경선에 불이 옮겨 붙었다. 친박계 중진들은 당내 다수 집단인 70여 명의 초·재선 의원마저 친박계 후보의 당 대표 경선 출마에 반대하자 최고위원 출마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최고위원 ‘올인’한 친박…
후보군 ‘쟁쟁’


자유한국당의 관계자는 “당 안에서는 ‘어대홍(어차피 대표는 홍준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친박계가 당권은 포기하고, 최고위원으로 선회해 당 대표를 견제하고 입지를 다지려는 계산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직에 친박계 의원 다수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점은 친박계가 최고위원 3자리를 독식해 당 대표를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와는 별도 선거를 통해 최고위원 5명(여성·청년 최고위원 1명씩 포함)을 뽑는다. 비록 친박계가 당 대표 후보에는 홍 전 지사보다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기 어렵다 할지라도 최고위원 후보로 낼 수 있는 카드는 홍 전 지사 측에 비해 월등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친박계에선 3선의 김광림 의원과 재선의 김태흠, 박맹우 의원, 초선에서는 김정재, 전희경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 인사로 거론되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류여해 부대변인, 이성헌 전 의원도 친박계다.

이들 중 지금까지 확실하게 최고위원 경선 출마의 뜻을 나타낸 사람은 지난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투쟁’ 피해자였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다. 이 전 구청장은 앞서 7일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의 당원 한 사람으로서 보수정치의 버팀목인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직에 출사표를 던진다”고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TK 지역의 자유한국당 지지층 역시 많은 지역 의원들이 새 지도부에 승선, 추락한 ‘보수의 심장’ TK 정치의 위상을 복원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선거인단의 유효투표(70%),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해 선출된다.

특히 최고위원은 ‘1인 2표’ 방식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TK에서 각각 대표주자를 내세울 경우 ‘표 몰아주기’로 2명 당선도 가능하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이철우, 박순자, 이은재 의원 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박순자, 이은재 의원은 바른정당 복당파인 만큼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대홍(어차피 대표는 홍준표)’ 구호 속에서 편안함을 만끽하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모양새다. 홍 전 지사 입장에선 현재의 상황이 지난 2011년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음에도 친박 일색이었던 지도부로부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불명에 퇴진했던 ‘트라우마’가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洪 사퇴→朴 등판→총선 승리…
이번에는?


과거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홍 전 지사는 4만 1666표를 얻어 당 대표에 선출됐다. 2위인 유승민 후보는 3만 2157표를 득표했다. 친박계보다는 친이계에 가까웠던 홍 전 지사가 대표직에 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당시 전당대회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확인된 선거로 평가했다. 실제로 선거 과정에선 박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얻기 위한 후보 간 ‘박(朴)빙의 승부’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었다. 뿐만 아니라 친이계의 영향력은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 패배 이후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는 일찌감치 친박계 단일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승민 후보를 내세웠다. 과거 7·14 전대에서 친박 진영 후보가 난립한 탓에 서병수 전 최고위원만이 5위로 턱걸이했던 사실을 타산지석 삼은 것이다. 그 결과 유 의원은 2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에 선출됐고 홍 전 지사는 당 대표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내 그를 포위하고 있던 친박계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버티다 못한 홍 전 지사는 5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각종 실언,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에 대한 안이한 대처 등이 외관상의 이유였지만 결국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 굴복했다는 것이 당시 정치권의 분석이었다.

홍 전 지사가 ‘공천 뒤 2월 중순 재창당’이라는 쇄신안을 발표하며 당내 사퇴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 했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홍 전 지사의 사퇴 직후 친박계·쇄신파·재창당파는 그의 사퇴를 “결단 있는 행동”으로 입을 모아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당 지도부가 줄줄이 사퇴했음을 명분으로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면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후 19대 총선은 박근혜 당시 위원장이 완벽하게 주도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그는 ‘텃밭’ 영남을 기반으로 충청·강원에서 선전하며 새누리당을 수렁에서 건졌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전국 곳곳의 격전지를 누비면서 ‘박풍(朴風)’을 주도했고 심지어 당 내부에서는 “사실상 당이 박 위원장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친박계가 명실상부한 당내 최강 계파로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이에 친박계는 이번 7·3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는 홍 전 지사에게 내주되 최고위원직을 독식하는 ‘어게인 2011’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홍 전 지사는 본인의 당 대표 당선보다도 자신을 지켜줄 호위무사들을 내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젊은 층 지지 회복 절실…
청년 최고위원에게 힘 실릴 듯


한편 이와 달리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청년 최고위원이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비록 전당대회가 단일지도체제로 진행되지만, 만약 친洪계와 친박계가 최고위에서 균형을 이루게 되면 청년 최고위원이 자연스럽게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는 논리다. 최고위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현실에서 비교적 계파색에서 자유로운 청년 최고위원의 성향은 당 전체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지난 2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청년 최고의원에 기탁금을 받지 않기로 하고 전면적인 모바일 투표를 도입키로 한 결정은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의 패인 중 하나로 청년 지지 이탈이 꼽히는 상황인 만큼 차기 지도부는 청년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져 청년 최고위원직 후보들 간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일~2일 진행된 한국당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한국당은 청년들을 불러 쓴소리를 듣는 코너를 별도로 진행하기도 했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는 신보라 의원과 이재영 전 의원(강동을 당협의원장), 이용원 전 중앙청년위원장, 이종욱 현 중앙청년위원장, 장능인 비상대책위원, 문종탁·김성태·박준일·김상민 등 원외 당협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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