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야놀자 이수진, 넷마블 방준혁, ‘개룡’아직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뉴시스>
가난한 형편, 집중 위해 혈서 쓰면서 학업에 매진
父 일찍 여의고… 모텔 청소하다 창업해 매출 1조 눈앞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정부의 대대적인 재벌 개혁이 예고되며 재계는 지금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후계 승계와 오너 일가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와 대비되는 서민들의 삶은 경기불황, 고용한파 등으로 높은 성공 문턱에 한계를 느낄 뿐이다. 이제 그들은 개천에서 용 안 나며 자수성가형 부자는 옛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맨 몸으로 시작해 국내 부호 반열에 오른 이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 야놀자 이수진 대표가 그들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의 성공한 CEO다. 그가 창업한 회사 카카오는 인터넷 포털 다음과 합병해 지난해 (비상장 계열사 포함) 자산이 5조 원을 넘어 대기업에 해당하는 회사로 집계됐다.
 
김 의장 개인 자산도 2015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신규 억만장자에 이미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초 집계된 그의 주식 자산만 해도 1조2027억 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1966년생으로 2남3녀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전라남도 담양에서 농사를 짓다 상경했다. 상경 전 아버지는 막노동과 목공일, 어머니는 식당일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독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대학 입학 재수 시절에는 집중이 안 될 때 손을 베어 혈서를 쓰기까지 했다. 온 식구가 함께 단칸방에 살며 그는 독하게 공부해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졸업 후 삼성SDS에 입사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회사를 다니면서 한양대학교 앞에 전국 최대 규모의 PC방인 ‘미션넘버원’을 열었다. 첫 창업이었다. 김 의장은 PC방 사업을 통해 모은 자본으로 게임회사 ‘한게임’을 세웠다.
 
한게임을 통해 1년 6개월 만에 1000만 명의 회원을 모았고 삼성 SDS 입사 동기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이끌던 네이버컴과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그는 당시 네이버 포탈에 한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며 아이템을 판매해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한게임이 시들해졌고, 김 의장은 회사를 나와 미국으로 떠났다. 그에게 온 고비였다. 그러고도 그는 이후 몇 차례 사업에 실패한다. 그러던 중 모바일의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 그가 만든 메신저 응용프로그램 카카오톡이 대박이 났다. 그러면서 인터넷 포털 2위였던 다음과도 합병해 그는 순식간에 국내 부호 반열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를 타고난 승부사 기질의 소유자로 평가한다. 최근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며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생산해 카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뉴시스>
    공통점은 ‘승부사 기질’
 
최근 급부상한 자수성가형 CEO는 숙박O2O 회사인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다. 그는 현재 스타트업계 신화적 존재로 각인되며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의 희망’으로 꼽힌다. 야놀자는 지난해 연매출 684억 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언론 매체를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가난과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농사를 짓던 조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실업고와 전문대를 졸업하고 1997년 병역특례로 중소기업에 입사한 이 대표는 3년여 일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는 모은 돈을 불리기 위해 주식을 했다. 하지만 1년 내내 주식에 집중한 나머지 모든 돈과 직장을 잃었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모텔 청소 일을 시작했고 이후 매니저, 총지배인 일까지 맡게 됐다.
 
그는 당시 일을 하며 커퓨니티를 운영했는데, 숙박업 종사자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곳으로 가입자 수가 1만 명 정도 됐다. 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그는 숙박업 구인구직, 관련 용품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그가 머문 객실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했고, 숙박업주들에게는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이 사업이 결국 소비자와 숙박업주들의 호응을 얻어 오늘날 야놀자로 이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그의 성공 노하우로 “워낙 어렵게 살아서 ‘악’이나 ‘깡’이 있었던 것 같다”며 “덕분에 거듭된 실패에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뉴시스>
     
넷마블게임즈의 방준혁 의장도 흙수저에 고교 중퇴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지난달 12일 넷마블게임즈를 상장하며 3조 원대 주식부호로 등극했다.
 
방 의장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어려워 학업을 중간에 포기했다. 그 후 중소기업에 취직했고 도중 두 차례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 다 실패로 이어졌고. 2000년 넷마블을 설립해 처음 게임업계의 발을 들였다.
 
그 후 게임업계 최초 유료화 시스템을 선보이며 게임 산업에 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2011년부터는 모바일로 체질을 바꾸고 연이어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등 히트작을 출시했다.
 
방 의장은 흐름이 빠른 게임업계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빠른 태세 변화로 승부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방 의장이 쌓아온 꾸준한 사업 도전 경험이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IT기반 서비스업 성공 가능성↑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해지며 제조 등 기존 산업에서 신흥 부호가 나타나긴 힘들다고 본다”며 “IT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업계가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개천’이지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IT업계도 점차 기술 집약적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 얼마 안 가 실력과 자본 둘 다 갖추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