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쟁 중 北은 사드기지 찍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9일 주민 신고로 강원도 인제 부근에서 발견된 북한 소재 무인기가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인근을 촬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현재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이어 무인기 성능을 꾸준히 개량해 나가고 있으며 우리 군의 방어망이 무방비로 뚫렸다는 점에서 국민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2014년 백령도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보다 성능 향상···‘쌍발엔진’ 탑재
軍, 500km 이상 비행할 동안 탐지 못해···레이더 탐지망 구멍 났다


지난 11일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 9일 오전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소형 비행체에 대해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와 크기‧형태 등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초기 합참에 따르면 비행체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이에 대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에도 카메라가 있었다”며 “같은 종류의 카메라인지는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인기에 대한 분석은 10여일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소형 무인기가 사드 배치 지역을 수십장 촬영했다. 무인기의 몸체는 길이 1.8m, 폭 2.4로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GPS가 장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무인기는 고도 2~3km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했으며 사진 속의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는 흐릿하게 보여 해상도가 떨어졌으나 주요 시설의 좌표를 확인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해당 무인기가 총 551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상도 다소 떨어지나
부대 배치‧이동 확인 가능

 
최근 발견된 무인기는 지난 2014년 백령도에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크기, 엔진의 개수, 카메라 기종, 비행 거리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쌍발엔진이라는 점이다. 3년 전 발견된 무인기의 엔진은 1개였으나 이번 무인기에는 엔진이 2개가 장착됐다.

군 당국은 이번 무인기가 기체 크기가 다소 대형화 됐고 엔진도 쌍발로 제작하는 등 항속거리와 비행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개량이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엔진 강화로 급격한 기술 고도화가 이뤄졌을 것으로는 보진 않았다. 그러나 추진력 향상을 포함한 성능 개량의 증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카메라 기종은 2014년 백령도와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경우 각각 일본의 ‘니콘 D-800’, ‘캐논 550D’였다. 당시 이들 카메라가 찍은 사진의 해상도는 구글어스(위성 지도 시스템)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번 무인기는 일본 소니사의 DSLT 카메라를 장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군사적 의미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언제든지 북한이 원하는 때에 부대 배치와 병력 이동 등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 가능 거리도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인기는 군사분계선(MDL)에서 약 270km 떨어진 경부 성주 지역을 촬영한 뒤 북상하다 추락해 인제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500km이상 비행할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지난 2014년 백령도 북한 무인기의 비행거리는 최소 180~300km로 분석한 바 있다.

무인기의 실질적 제원보다는 우리의 레이더 탐지망이 구멍이 났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무인기는 앞서 말했듯이 경북 성주까지 약 270km 날아와 다시 북한으로 복귀하는 과정까지 우리 군은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500km 이상을 비행할 때까지 몰랐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군 관계자는 “현재 운용 중인 지상감지 레이더를 무인기 탐지용으로 전환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탐지에 제한이 있다”고 전했다.

육군은 현재 저고도 탐지레이더인 TPS-830K를 운용하고 있으나 크기가 작은 소형 비행체의 탐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군은 무인기 탐지를 위한 전술 저고도레이더 도입을 추진 중이나 전력화 하기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형 무인기 탐지
방공 시스템 구축은 수천 억대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무인기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를 전 세계적인 동향으로 봤을 때 국가 전역에 배치한 곳은 없다. 말 그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현재 군 당국은 대책을 세우고 있겠으나 전역에 설치하는 방법은 적절한 해법인지 의문”이라며 “적이 사용하는 무인기는 대략적으로 수백만 원에서 높아야 천만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수천억대로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 배치할 시)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형 비행체 크기가 새하고 비슷하기 때문에 오인이 가능하다. 또 항적 분석 및 소형 무인기 탐지 적용 연구에 대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국내 전역 시스템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인기 화학‧생물 무기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형 무인기에 탑재 가능한 무게는 수 킬로그램에 불과하다. 또 공격 가능한 여러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무기 탑재한 무인기를) 보낼 이유가 없다”며 “소형화된 생물학 무기나 원료 등을 테러를 위해 나를 수는 있으나 사람들을 통해 전달하지 바보가 아닌 이상 (아직까지 불확실한) 무인기를 통해 전달하거나 투하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사드 지역을 촬영한 뒤 북한에 무선으로 전송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송이 불가능하다. 별도의 기체가 찍어갔으리라 본다”며 “분명 북한이 무인기를 우리에게 보낼 때 한 대만 보냈을 리가 없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두 대 이상을 보낸 뒤 복귀하는 기체의 데이터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군 당국의 딜레마는 이해한다. 현재 북한에 대한 여러 대비 태세를 구축하고 있는데 무인기까지 신경 쓰려면 혼재(混在)가 된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노력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며 “소형 방공 시스템까지 완벽히 구축하려면 현재 있는 시스템에서 예산을 배분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론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차분하게 현 상황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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