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계약직’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들···이달 말 ‘총파업’ 예고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치원 교사이다. 아이들의 웃음을 먹고 사는 내 직업이 나는 너무나 좋다. 하지만 재계약을 하는 2월이 되면 학교 홈페이지 재계약 공고문을 본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며 묻는다. ‘선생님 그만 둡니까?’라면서 말이다.” 이는 지난 14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경남지부의 ‘유치원 시간제근무 기간제 교사 무기 계약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 이후 현장사례를 발표하는 상황에서 한 병설유치원 소속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며 밝힌 사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관심이 모이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처우개선에 대해 직접적인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비노조 “불법 파견, 무기 계약직 등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의 ‘종합 백화점’격”
교육청 “임단협 교섭 안 끝났는데 총파업 적법한가”···정부 측 대책 기다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자리와 관련한 주요 내용들을 발표해 왔다.

지난 1월 18일 싱크탱크 ‘정책 공간 국민성장’ 주최 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경제 조치 수준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늘리겠다”며 “이 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1.3%의 3분의 1인 7.6%로 3%만 올려도 81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4일 대학생 청년캠프 ‘허니문’ 출범식에서는 “만약에 대통령이 된다면 곧바로 일자리를 늘리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5번째로 비정규직이 많다. 노조 조직률이 4번째로 낮고 3번째로 긴 시간을 일한다. 비정규직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차별을 해소해 나가겠다”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밝혀 전국에 있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기대만 부풀어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무기 계약직이 대부분인 학교 비정규직들은 이 같은 정책에서 소외될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리며 정규직‧비정규직도 아닌 애매한 처지에 있다 보니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무기 계약직에 있는 노동자들은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규직이며 임금과 복지 차원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학비노조들은 현재까지 여러 기자회견 등을 열며 이달 말 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무기 계약직 조리원
“현실은 너무나 암담”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 조리원으로 근무하는 무기 계약직 A씨는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는 “매일 음식냄새 배겨가며 일명 3D업종으로 불 앞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부끄러움은 전혀 없다. 하지만 고충은 많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현재 정규직과의 대우가 크게 달라 미소를 유지하다가도 한숨이 나온다. 물론 정규직과 입사 경로가 다를 수 있어 차별이 있는 것은 일부 인정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현실은 너무나 암담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학교비정규직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평균 연령 45세이며 여성이 93.7%로 구성돼 있다. 정규직 대비 60%가량의 임금을 받으며 각종 수당, 상여금에서도 차별을 받는 실정이다.

또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우려는 전 정부의 선례로 인한 것이 크다. 전 정부에서 시행한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7만4000명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바 있다.

교육부와 학비노조 등에서는 2016년 기준 학교회계직원 중 82%가 무기 계약직이라고 밝혔다.

당시 무기 계약직 증가로 고용 자체에서는 일부 안정화 됐지만 이들이 겪는 차별은 여전했다. 특히 정규직 대비 월평균 임금 격차는 큰 폭으로 차이가 났으며 근속이 오래될수록 임금 차가 더 벌어지는 등 월급인상 속도도 달랐다.

결국 학비노조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29일과 30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 및 정규직 전환,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비노조는 “불법 파견, 무기 계약직 등 학교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문제의 ‘종합 백화점’격”이라며 “고용 환경은 여전히 불안하고 정규직과의 처우 차별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규직은 근속이 쌓일수록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심화한다. 근무 2년차부터 근속수당을 지급하고 일 년에 5만 원씩 인상해야 한다”며 처우 개선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무기 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닌 무기한 비정규직”이라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무기 계약직까지 포함해 비정규직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에는 약 38만 명의 전체 급식 조리원, 교무 보조원, 돌봄 전담사, 특수교육보조원 중 약 5만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교육부는 노조와 협상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비노조 총파업
급식 차질 빚나

 
학비노조의 총파업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등 각 학교의 운영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은 학교 측에 파업 일정을 통보하며 대체 음식 지급 등 사전에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 이틀간 이뤄진 파업 때문에 200여개 공립 초‧중‧고교 급식에 차질을 빚은 바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임단협(임금‧단체협약)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비노조의 총파업 참여가 적법한 쟁의행위인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학생들 급식문제 등 총파업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교육부는 정부 측의 공식 하달 내용을 기다리는 듯하다. 하지만 총 파업은 불가피해 보인다. 총 파업 전 문재인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며 이 같은 논란을 잠식시킬지 여론이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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