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지났다. 통상 새정부가 들어서면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부처도 분주한 부서가 있다. 바로 정치권을 상대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대관 활동은 급속히 위축됐다. 검찰·경찰·국정원 등 사정기관들의 정보수집 및 로비활동도 덩달아 줄었다. ‘로비=검은거래’라는 인식 때문에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입법이 정치권에서 이뤄져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비스트’, ‘행정사’에 이어 ‘탐정업’까지 대관 업무를 대신할 업종들이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김영란법’, ‘최순실 국정 농단’ 對정치권 대관 업무 ‘위축’
‘로비스트·탐정법’ 변호사 대변 법사위 ‘밥그릇 챙기기’ 무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정부가 들어섰지만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의 대관업무가 실종되다시피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실상 대관 업무 담당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 통상 대관이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우호적 사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官)을 상대로 한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통상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그리고 검찰·경찰·국정원 등 정보 라인이 국회를 상대하는 활동으로 통한다.

현재 검찰은 국회 관련 정보활동을 과거처럼 대놓고 하지 못한다. 검찰 발 찌라시(정보지)가 사라진 배경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설 당시 ‘댓글 사건’으로 문제가 되면서 대 정치권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정원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나마 경찰 I.O(정보원)들이 사정기관 중 조직적으로 대 정치권 동향 파악에 적극적이다.

대기업 대관 ‘대형 로펌’이냐 ‘합법화’냐 갈림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 이뤄지는 대관 업무는 기업과 정부부처, 그리고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의 경우 본사뿐만 아니라 계열사에 대외협력실이나 경영기획팀, 사회공헌팀으로 나뉘어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SK KT LG 등 통신사업 분야 그리고 롯데, CJ 등 유통 분야 업체들이 자사 직원을 활용하거나 당직자, 국회보좌진, 기자, 경찰 출신을 영입해 정치권 동향 파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기업 대관 업무는 최순실 사태 이후 크게 축소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2월28일 미래전략실과 함께 대관 조직을 해체했다. 삼성의 경우 대관업무는 국회보좌진이나 경찰, 기자 출신을 배제하고 자사 직원 중에서 선출해 운영해 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최 씨에게 수백억 원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경우 어느 때보다 대관 업무가 절실하지만 해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비리 혐의와 최순실 사건으로 매주 재판을 받는 신 회장 또한 대관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경유착이라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오히려 대외 담당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오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역할 부재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들의 대관 활동이 이해관계나 학연, 지연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이뤄졌다면 전경련은 국회의원이나 정부부처와 세미나나 포럼을 통해 공식적으로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경제단체들이 대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인력과 경험 부족으로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관업 특성상 상호 신뢰가 중요하고 장기간 인맥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이 대관 업무를 대폭 축소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법이 로비스트법, 탐정법이다. 기업 입장에선 대 국회나 정부부처를 상대로 한 대관 업무는 ‘필요악’이다. 놔둘 수도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다. 업계 사정과 동떨어진 입법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가 난무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에 차라리 로비스트법을 제정해 합법적인 법테두리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문회 과정에서 한국형 로비스트법 도입을 주장했다. ‘재벌의 저승사자’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다. 하지만 공정위 퇴직자의 대기업.로펌 이직에 대한 대책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6월2일 “미국에서는 공직자윤리법 등 부패방지 제도외에 로비스트법이 하나 더 있다”며 “등록된 사람만 접촉할 수 있는 법이 현실에 맞고 공정위 업무수행에 맞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20년 전부터 꾸준하게 로비스트법이 논의돼 왔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2000년 5월에는 참여연대가 토론회를 열어 로비활동 관련 법률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논의가 진전되면서 2005년과 2006년 ‘로비스트등록 및 활동공개 관련법’이 각각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사협회의 반발로 법안 통과는 매번 무산됐다.

현재 규정에 의하면 변호사만이 의뢰인을 대신해 청원 사항을 관계기관에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대관조직을 없애면서 대형 로펌에 외주를 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배경이다. 이에 국회 상임위 중 상왕 역할을 하는 법사위 위원들이 변호사협회 입장을 들어 반대해 왔다. 주로 검사나 변호사 출신으로 구성된 법사위 특성상 비법조계인사들은 ‘제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사법부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토론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만큼 20대 국회에서 로비스트법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는 높은 상황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일자리 창출 ‘탐정법’ 이번에는…

한편 탐정법도 주목받고 있다. 경찰의 숙원사업인 탐정법은 현재 국회 행안위에 ‘공인탐정법’으로 계류 중이다. 업무는 사람과 물건에 대한 소재 파악부터 개인의 권리보호 및 피해사실과 관련된 사실 조사등이다. 하지만 인적 구성으로 전직 검경, 기자, 국회 보좌진, 변호사 등이 참여할 공산이 높아 제2의 로비스트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또한 변호사협회의 반대로 법사위 발목 잡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 약사항인 데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새 정부 들어 제도 도입 가능성이 높다.

로비스트법과 탐정법이 국회를 통과할 사안이라면 행정사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직업군이다. 행정사는 경력직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 중 7급 이상의 직에 근무한 사람에 한해 무시험으로 행정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주로 고위공무원과 경륜이 쌓인 국회보좌진 등이 상당수 행정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퇴직 공무원의 자리 마련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무는 행정 심판, 각종 인허가 면허 등을 받기 위한 행정기관에 하는 신청·청구 및 신고 등의 대리,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 조사 및 확인 등이 주요 업무다. 그동안 행정사는 문서 작성이 주 업무였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한 기업이나 정부부처의 대관 활동이 위축되고 로비스트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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