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3일 일 년 반가량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풀려났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다 붙잡혀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하지만 그는 현재 심각한 뇌손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국인 억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 만큼 미국 내에서도 북한 경제 제재 등 강경기류가 흐르고 있다. 자국민을 볼모로 한 북한의 협상 전략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북한 여행 가겠다면 사적인 영역 지켜질 것 기대 말라”
김동철·토니 김·김학송 등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3일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웜비어의 신병을 확보하게 됐다. 북한 외무성 소속 관리도 AP통신을 상대로 이날 오전 웜비어가 풀려난 뒤 북한을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웜비어의 부모들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들이 작년 3월 이후 의식불명 상태라는 소식을 불과 일주일 전에 알게 됐다고 언급한 뒤 “북한 정권이 우리와 아들을 상대로 잔인한 짓을 하고 테러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고위관료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버지니아 주립대학 학생인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의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어 같은 해 3월 반국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재판에 앞서 평양에 모인 기자들을 상대로 이 정치 선전물을 가져오면 1만 달러 상당의 중고차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평양행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북한에 억류돼 돌아오지 못하면 20만 달러가 자선 기부금의 형태로 어머니에게 전달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웜비어 지인들은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신시내티에 있는 웜비어의 자택 인근 도로표지 기둥에 청색과 백색의 리본을 매어 그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억류-비밀 접촉-석방
트럼프, 특별대표 급파


미국 언론을 종합해보면 웜비어 귀환 작업은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오슬로에서 북한 고위 관리들과 비밀리에 만나,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억류된 미국인 4명을 접견하는 데 합의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웨덴 대사가 억류 미국인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웜비어의 상태를 알게 됐고, 북한이 지난 6일 이 문제로 뉴욕에서 윤 특별대표를 급히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특별대표는 접촉 결과를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보고했고,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 끝에 웜비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윤 특별대표를 북한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웜비어를 데리고 나올 항공편과 의료팀이 마련됐고, 윤 특별대표는 12일 평양에 도착해 웜비어 후송 절차에 착수했다. 윤 대표는 웜비어의 즉각 석방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이에 합의했다.

이번 석방 발표는 전직 프로농구 선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로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TV프로그램인 ‘셀러브러티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며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에 따라 그가 이번 방북에서 양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민간특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 로드먼은 그동안 북한을 4차례 방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웜비어의 석방 과정에서 로드먼이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웜비어가 풀려난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로드먼의 방북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또 웜비어와 그의 현 상태를 놓고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침묵했다. 로드먼도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들에 대해 “내 (방문) 목적이 아니다”라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지난 10년간
미국인 17명 억류


현재 미국은 제대로 뿔이 난 상태다. 지난 10년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만 17명으로 알려졌다. 이 중 김동철, 토니 김(김상덕), 김학송 등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귀화한 미국 시민권자인 김동철은 2015년 10월에 체포됐다. 지난해에 북한은 김동철을 간첩 혐의로 10년간의 중노동형을 선고했다.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토니 김은 한인 기독교 사업가에 의해 설립된 평양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난 4월 22일 아침 평양 국제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이유로 북한이 구금했다

하지만 당시 중앙통신은 김 교수의 적대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김 교수가 평양과학기술대학에 회계학 교수로 초빙돼 강의를 하던 중이었으며 올해뿐만이 아니라 과거부터 강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거 연변과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북 지원 활동을 계속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국 수속을 밟던 과정에서 체포됐다.

북한은 억류한 미국인을 핵무기 개발, 경제 제재 등 다양한 현안의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北에 현금·금 지급 금지
“몸값도 주지 말라”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리 강경한 대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웜비어의 귀환에도 행정부 내에서는 더욱더 강경한 제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 하원은 이미 지난해 9월 29일 정부가 북한에 현금 및 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의 제목은 ‘향후 이란에 몸값 지불을 금지하는 법’(H.R. 5931)으로, 27일(현지시간) 하원은 법안은 표결에 부쳐 찬성 254표, 반대 163표로 가결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정부가 올해 초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4억 달러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따라 제정됐다. 따라서 당초 원안에는 정부가 이란에 대해 현금과 금을 지급하지 못 하도록만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위스콘신 주 출신의 숀 더피 의원이 북한과 테러지원국들에 대해서도 현금과 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고, 이날 전체회의에서 더피 의원의 개정안이 채택됐다.

더피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미국 정부가 현금 지급을 하지 않는 나라에 이란뿐 아니라 북한과 모든 테러지원국들도 포함돼야 한다는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하고 "미국은 이러한 상식적인 조치를 오랜 기간 시행해 왔지만 이번 행정부 들어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테러지원국에 현금, 수표, 어음, 귀금속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고, 위조 달러화 제조를 중단하며, 억류한 외국인들을 풀어주는 등 북한제재강화법상 규정된 해제요건을 충족할 경우, 현금 지급 금지법도 해제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미국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부당하게 억류된 미국인들, 미국 영주권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북한 여행 통제법’ 발의
자금 원천 차단 목적


지난달 25일에는 미국 공화·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미국인의 북한 관광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초당적 ‘북한 여행 통제법’을 발의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와 미국의소리(VOA)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25일‘북한 여행 통제법’을 발의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발의된 이 법안에는 공화당 소속 조 윌슨 의원이 공동서명했다.

법안은 재무부가 북한 여행과 관련한 금융결제를 사전 허가를 통해 엄격히 통제하며, 관광 목적의 북한 방문을 전면 금지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금융 관련 대북 제재를 총괄하는 재무부가 북한 여행과 관련한 경비 지급 등을 철저히 통제, 북한 정권으로 돈이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법안에는 북한 여행 금지 규정을 어길 경우 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라 처벌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제한 규정은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토록 명시했다. 추가 입법을 통한 기간 연장과 함께 향후 북한 핵 문제 진전 등 미국과 북한 간 관계 개선에 따라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규제를 풀 수 있는 길도 열어둔 것으로 RFA는 해석했다.

특히 법안은 법 제정 뒤 90일 이내에 재무부 장관이 관련 규정을 만들어 공표하도록 명시했다.

쉬프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미국을 포함한 서방인들의 북한관광이 늘고 있는데,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인들이 정치적 이유로 북한에 억류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밝혔다.

또 “북한 관광은 독재 정권에 자금을 제공할 뿐이며, 이는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는 무기 개발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정권이 무고한 외국인들을 구금해 협상 수단으로 삼아온 만큼 이를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안 되며 북한으로의 여행을 신중히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 의해 자국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억류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미국은 왜 북한 여행을 금지하지 않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해마다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국가 여행자가 약 5000명에 이른다면서,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북한 여행의 위험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전문여행사 고려관광의 제너럴 매니저인 사이먼 콕웰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로 인해 영업에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고객이 대폭 감소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2013년 6000명을 기록했다가,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현재는 5000명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미국 관광객은 연 1000명 정도며 이와 별도로 수백 명의 미국 교육 및 구호기관 관계자들이 북한을 매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여행 통제법’을 발의하는 등 자국민들의 북한 여행 자제를 강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심지어 미국 국무부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 여행을 가겠다면, 북한 내부에서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지켜질 것으로 절대 기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학생을 학대한 북한 정권을 반드시 응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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