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정대웅>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좌천 인사’들의 ‘복귀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좌천됐던 공무원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영전’해 재중용 되는 것이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이미 복귀를 마쳤고,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진재수 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 등도 주요 복귀 대상으로 거론된다.

남북정상회의록 폐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죄를 선고받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요서울은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 인사들의 ‘복귀 러시’에 대한 전후를 들여다봤다.
 
전 정부에서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최근 문체부 2차관으로 전격 임명되면서 화제가 된 가운데 다른 인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덴만의 영웅’이라 알려진 황기철 전 해참총장이 대표적이다.

 전 총장은 2015년 4월 성능이 떨어지는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를 수상함 구조함인 통영함에 납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침몰 원인을 놓고 정부 책임 논란이 한창 불거질 때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통영함을 투입하지 못한 책임이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 이는 ‘방산 비리’ 사건으로 전선이 확대됐고, 대대적인 수사의 칼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황 전 총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과 2심에 이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황 전 총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 전 총장 영입에 깊숙이 관여했던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백명수 대표는 앞으로 군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를 위한 적임자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라고 황 전 총장에게 권유했고, 이후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 본격 설득에 나섰다고 했다.
 
최근 황 전 총장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고, 현재는 방위사업청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청와대 등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는지 묻자 백 대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 제안이 오면 (황 전 총장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장 후보로 거론
복직이냐 중국 정착이냐

 
백 대표에 따르면 황 전 총장은 대선 끝나자마자 중국으로 돌아갔다. 황 전 총장은 중국 시안(西安)의 한 대학에 객원교수로 초빙돼 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면서 다시 중국으로 복귀했다는 게 백 대표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황 전 총장을 방사청장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실제 제안이 있어도 성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별 넷’ 출신과 방사청장 간 ‘급’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군 관련 전문가는 “참모총장 출신이 청장으로 가는 것은 격이 맞지 많다”고 말했다. “나 같으면 안 간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영전 코스’는 아닌 셈이다.
 
이와 같은 전례도 없었다. 역대 7명의 방사청장 중 참모총장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인선 기조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인사라는 관측도 있다. 방산 비리 의혹 등 방위 사업에 대한 개혁의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황 전 총장 임명은 적합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간 행해진 청와대 내각 인선을 보면 통상 직급보다 한두 단계 낮은 자리에 배치되는 사례도 있었다.
 
전직 3선의 전병헌 전 의원은 정무수석에, 재선의 백원우 전 의원은 민정비서관, 전직 초선인 진성준 전 의원은 정무기획비서관에 발탁된 식이다. 과거에 비춰보면 전 수석은 장관급인 비서실장에 임명돼야 격이 맞고, 전직 초선 의원들은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자리에 배치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관례를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백 대표는 황 전 총장의 하마평에 대해 “저는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다만 (황 전 총장이) 그런 부분에서 강직하고 주관이 뚜렷해 옆에서 그런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최순실, 권력 1위” 폭로
박관천 전 경정, 복귀할까

 
“최순실이 권력 서열 1위”라고 폭로했던 박관천 전 경정은 ‘정윤회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구속, 500여 일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지만, 당시 수사는 문건 내용보다 ‘유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해당 문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유출한 혐의로 박 전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민주당 의원)을 기소했다.
 
검찰은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했고, 비선의 실체나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수사 결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검찰은 부실 수사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전 경정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 의원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새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국 교수가 ‘정윤회 문건’ 재조사 실시를 밝힘에 따라 진상이 규명되고 박 전 경정의 복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 파동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으니 박관천 씨의 억울함이 이제라도 풀리길 바란다”며 “그리고 그의 복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경정은 지난 4월부터 한 언론사에서 편집국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관천의 막전막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도종환 장관, 복직 시사
통일부 장·차관도 ‘영전’

 
노태강 전 국장의 복귀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노 전 국장이 ‘문체부 제2차관’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더욱 상징적인 인선이라는 평이 나왔다. 2차관 전임이 ‘최순실 국정농단’ 공범으로 꼽히는 김종 전 차관이었기 때문이다.
 
노 전 국장과 함께 좌천됐던 진재수 전 체육정책 과장에 대한 복직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도종환 신임 문체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장관이 된다면 진 전 과장을 직접 찾아가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 전 과장은 현재 문체부 산하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처장으로 근무 중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최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남북정상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발언이 당시 여권에서 나오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이후 ‘회의록 폐기’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조 전 안보정책비서관이 핵심 인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 모두 조 전 비서관에 무죄를 선고했다. 국방 전문가로 알려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조 전 비서관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데 대해 “이 분이 장관감인가는 다른 문제지만 일단 복귀하는 것은 명예회복 차원에서 바람직한 인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된 천해성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전 정권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지만 청와대에서 근무한 지 8일 만에 돌연 경질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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