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관련자 잇단 구속은 남북관계 특수성 이해 못한 처사”한나라선 “수사 마지막 단계서 DJ보호하기위한 전략”폄하

정균환”대북송금특검은 사법적 테러”, 강금실 “특검은 거부권 행사했어야”, 김근태 “남북관계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이근영 전금감원장, 이기호 전청와대경제수석 등 전정권의 핵심 경제관료들이 구속 수감되면서 대북송금특검을 놓고 다시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는 특검팀이 사법처리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특히 민주당은 동교동계 뿐만 아니라 신주류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같은 주장이 특검수사 마지막 단계인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은 결국 DJ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재점화된 특검 정당성 논란 속에서 특검팀이 마지막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근영, 이기호, 다음은 누구?’대북송금특검(특별검사 송두환)이 마지막 단계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진실규명보다 사법처리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돼 난처한 표정이다. 이근영 전금감원장, 이기호 전청와대경제수석의 구속수감 등 특검의 잇단 사법처리를 두고 정치권이 이를 비난하고 나선 것. 민주당은 특검 수사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법처리 위주로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생각에는 신당창당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당의 신·구주류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는 지난 1일 대북 송금 특검 수사를 ‘사법적 테러’라고 비판했다. 정 총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처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의 민족적 비전에 대한 사법적 테러”라며 “사법테러의 주모자는 특검법을 날치기 입법한 한나라당, 이 법을 수용한 현정부, 소영웅심에서 직권을 남용해 과잉수사하는 송두환 특검”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그는 또 “대북 송금 특검은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특검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정상회담을 수사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다”며 “이기호 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 자체가 특검의 직권남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총무의 발언이후 민주당 신주류도 합세했다.

김근태, 김성호, 이재정, 송영길 의원 등 30여명이 3일 성명을 내고 “최근 특검 수사가 진상 규명보다는 실정법의 잣대를 일방주의적으로 앞세워 사법처리에 주력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우리는 실망과 우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대북송금은 단순히 실정법만의 잣대로 재어져서는 안 되며 민족화해의 잣대, 한반도 평화의 잣대, 그리고 역사의 잣대로 판단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의 대북송금은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니라 남북한의 경제협력사업의 일환이었으며,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비용이었다”면서 “비록 현행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진 일이긴 했지만,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었다는 사실도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민주당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해 남북관계와 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의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두환 특검이 한 때 회장직을 역임했던 민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강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했어야 했다”는 발언을 했고, 민변에서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한채 진상규명보다는 너무 사법처리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들의 성명과 발언은 특검수사에 압력을 넣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보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로 으르렁대는 민주당 신·구주류가 특검을 방해하는데는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있다”며 “특검을 상대로 부당한 압력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하순봉 최고위원도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 김정일에게 화장품, 녹용 등 온갖 뇌물을 갖다바친 게 평화비용이고 통치행위냐”며 “민주당이 이를 덮으려고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난과 함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특검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결국 DJ와 햇볕전도사들이었던 임동원 전특보와 박지원 전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신당문제로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신·구주류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결국 특검수사에서 DJ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 이러한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기호 전청와대경제수석과 이근영 전금감원장의 구속수감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전대통령은 또 지난달 31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문익환목사 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늦봄통일상’시상식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에 우려를 나타냈다.

부인 이희호 여사가 대신 읽은 수상소감에서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아직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퇴임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현한 것을 두고 북핵문제, 대북송금특검 등으로 얽혀 있는 남북관계의 답보를 지적한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한편 이처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송두환 특검은 “사법처리는 최소화할 것”이라며 “특검수사에 대한 논란은 수사 시작전부터 있었던 일로 수사가 시작된 만큼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 할테니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