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직격 인터뷰
지난 30일 서울지방법원 항소심 결심공판(진승현 5,000만원 수수 혐의)에 모습을 드러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일요서울> 기자와의 현장인터뷰에서 “7월에 DJ 동교동 사저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권 전고문은 자신의 무죄가 확정되는 7월2일 이후 DJ를 만나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안부인사를 하러 갈 것이라고 말해 DJ에 대한 자신의 충정이 여전히 변함없음을 내비쳤다. 권 전고문의 최측근 인사도 “최근 DJ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이 들려와 권 전고문이 상당히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혐의(진승현 관련)가 무죄로 판결나면 본격적으로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신당창당에 대해서 권전고문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진승현 사건 관련 혐의 무죄확신 … 항소심판결 7월2일로 잡혀석탄 납품 관련 손세일 전의원이 건넨 3천만원 거절한적 있어

30일 열린 권노갑 전고문의 항소심 공판은 1시간 30여분만에 끝났다. 이날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낸 권전고문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권전고문측 변호인은 ‘왜 권전고문이 무죄인가’에 대해서 조목조목 변론했다. 변론의 핵심은 진승현씨와 김은성씨등의 주장이(권고문에게 5,000만원을 줬다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과 진승현씨가 돈을 준 장소로 지목한 권전고문의 전 평창동 자택의 현장검증을 통해 드러난 진씨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권전고문도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나는 돈을 받으면 받았다고 말한다. 한보사건이나 수서사건때도 돈 받은 부분을 시인했다. 그러나 내가 진승현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시인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석탄납품 청탁로비 사건 관련 구속된 손세일 전의원이 한전 석탄납품과 함께 건넨 돈 3,000만원도 거절한 일이 있다”며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종 판결날짜를 7월2일로 정했다. 이날 권전고문과 변호인측은 무죄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결코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권전고문측이 밝힌 무죄확신 이유다. 재판정을 나선 권전고문에게 기자들은 석탄 납품 비리와 관련, 손전의원이 3,000만원을 줬는데 받지 않았다는 권전고문의 새로운 진술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권전고문은 “ 2000년 2월쯤 K사 대표 구모씨의 부탁을 받은 손전의원이 집에 찾아와 ‘용돈으로 쓰라. 아는 사람이 줬다’고 하기에 거부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구모씨는 내가 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던데, 결국 손 전의원이 3,000만원을 배달사고 낸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승용차로 향했다. 승용차에 막 올라타려던 권전고문에게 기자가 물었다. “7월2일 무죄가 확정되면 제일 먼저 뭘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권전고문은 “동교동부터 방문해 DJ를 만나 뵙겠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찾아가 뵈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묻자 그는 “지금은 찾아 뵙고 싶어도 때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권전고문의 한 측근은 “동교동계 소식을 간접적으로 듣고 있긴 하지만 직접 만나기는 아직 부담스러운 일 아니겠느냐”며 “DJ에 대한 원망도 있으시겠지만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권전고문은 자신의 무죄가 확정되면 가장 먼저 DJ를 찾아 뵙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또 그때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게 권전고문측 관계자 전언. 권전고문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신당 창당 문제와 관련, 신주류 일부 의원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이 열린 이날은 신당추진안 관련 민주당 당무회의가 열렸던 날이었다.

권전고문의 한 측근은 “일부 이쪽(정통세력 모임)의원들이 굉장히 강하게 반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면서 최근 이쪽 의원들이 권전고문과 만나거나 상의한 일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 의원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긴 하지만 드러내 놓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교감여부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 측근은 “수십년 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인데 굳이 만나서 논의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권전고문도 정통파 의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권전고문은 지난 25일 김옥두 의원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 다른 동료 정치인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지금 벌어지는 신당 논의는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런 신당이 잘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전고문은 지난 2000년말 정동영, 신기남 의원 등 당시 민주당 쇄신파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정치일선에서 한 발 물러섰다.

당시 자신의 2선후퇴를 주장한 정동영 신기남 의원들이 주축이 된 신당창당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이미 권전고문은 몇차례 언론인터뷰를 통해 정동영 의원에 대한 ‘가시지 않는 배신감’을 토로한 적 있다. 아직도 그 ‘화’는 여전하다고 측근은 전하고 있다. 단순히 자신의 2선후퇴를 주장한 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권전고문의 최측근은 설명하고 있다. 권전고문의 정의원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는 사실은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 다 알려진 사실. 정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안겨줬다는 사실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권전고문은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어떤 정치적 행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 왔다.

정치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이후에도 정치행사 참석이나 언급을 자제해왔다. 자신이 수십년간 모셨던 김대중 전대통령도 지난 2001년 10월이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김 전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측근들을 통해 김전대통령의 소식을 접할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DJ를 만난다는 게 오히려 (DJ의)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DJ와 동교동계 맏형격이었던 권노갑 전고문의 1년8개월만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상당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두 사람의 만남이 향후 총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